[해외통신원]
[런던] <화씨 9/11>, 영국에서도 다큐멘터리의 왕
2004-07-26
글 : 이지연 (런던 통신원)
영국에서 개봉 첫주에 다큐멘터리 사상 최고의 흥행 성적 기록

지난 7월9일 영국에서 개봉한 마이클 무어의 <화씨 9/11>이 그의 전작인 <볼링 포 콜럼바인>이 세운 기록을 깨고 다큐멘터리영화 사상 개봉 첫주에 가장 많은 돈을 벌어들인 영화가 됐다. 지난 2002년 개봉되었던 <볼링 포 콜럼바인>이 개봉 첫주 영국 내에서 15만7천파운드의 수익을 올렸던 데 비해 이번 <화씨 9/11>은 130만 파운드라는 이례적인 기록을 세운 것. <화씨 9/11>은 <슈렉2>와 같은 주 개봉한 에 이어 박스오피스 3위를 차지했다. 마이클 무어의 이 다큐멘터리영화에 대한 영국 내 관심은, 부시 정권의 이라크 전쟁을 앞장서서 지지해왔던, 영국 총리 토니 블레어가 전쟁의 명분으로 내세웠던 이라크 내의 대량살상무기(WMD)의 존재가 처음부터 근거없음이 밝혀지면서 토니 블레어와 영국 노동당의 입지가 흔들리는 상황과도 맞물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영국 내에서도 <화씨 9/11>에 대한 비평이나 입장이 모두 긍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무엇보다도 마이클 무어가 사실적인 근거를 제시하기보다 부시에게 불리한 방식으로 추론 성격의 주장들을 펴고 있다는 지적들이 많다. 이 시대에 꼭 필요한 이야기를 용기있고 대담하게 직선적으로 하는 것은 높이 사줄 만하지만, 사람들을 감정적으로 끌어들이고 어떤 면에서는 보는 사람들을 즐겁고 재미있게 해주는 것으로 정치적인 설득을 펴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도 있다. 한편, 영국에서 마이클 무어 개인에 대한 공격은 정치권에서가 아니라 영국의 전설적인 록밴드 후(Who)의 기타리스트였던 피트 타운젠드에게서 왔다. 마이클 무어가 엔딩크레딧에 쓸 요량으로 후의 고전적인 곡을 쓰고 싶다는 제안을 했을 때 타운젠드가 이를 거절한 것. 타운젠드는, 자신이 이 곡의 사용을 허락해주지 않은 것을 두고 마이클 무어가 자신이 이라크 전쟁을 지지하기 때문이라고 모함(?)한 것에 격분, 공석에서 마이클 무어는 ‘고집불통의 모함가’라고 칭한 것으로 알려졌다. 런던=이지연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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