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타]
노력과 열정의 청춘 익스프레스, <신부수업>의 하지원
2004-08-05
글 : 정한석 (부산국제영화제 프로그래머)

유리구두 없는 신데렐라

하지원은 빛나는 유리구두를 얻어 신고 스타가 된 배우가 아니다. 그녀의 배우 성장사는 독특하다. 그녀가 주로 어필하는 이미지도 ‘이쁜 척’과는 거리가 멀다. 오히려 극과 극으로 다양하다. 주먹을 들면 정말 한대 꼭 칠 것 같고(주로 친다), 눈을 흘기면 진짜 새침데기처럼 보이고, 울면 막막하게 같이 서러워질 정도고, 웃으면 언제 그랬냐는 듯 모두 잊자고 말하는 것 같고, 져줄 때는 또 화끈하게 져준다.

“제가 영화 데뷔할 때만 해도 사람들이 긴 생머리에 청순가련형의 여배우를 선호했거든요. 오디션을 봐도 잘 안 뽑아줬어요. 그래서 <진실게임>(1999) 같은 약간 센 영화로 시작한 거거든요.” 하지원은 짧은 리듬의 그녀만의 독특한 말투로 영화 속 대사를 읊듯이 툭툭 설명해나간다. “그런데 예쁜 공주 같은 역할보다는요, 그런 게 좋더라고요.” 아무래도 시기를 잘 탄 것 같다고 말하지만, 그런 강인하면서도 친근한 이미지의 처음 모델이 된 것은 하지원 자신이다. 그녀의 지금 자리가 중요한 건 그런 이유다.

두편의 공포영화(<가위> <폰>)를 연이어 하면서 처음으로 강한 인상을 심어줬지만, 자칫 “호러 퀸으로 고정되면 어떻게 하냐”는 주위의 걱정을 들어야만 했다. 그 염려를 뒤로 하고, 다시 세편의 코미디영화(<색즉시공> <역전에 산다> <내사랑 싸가지>)를 하면서 “얘 웃기기도 하네” 하는 신선한 이미지를 심어주기도 했다. 뭐니뭐니해도 그녀의 ‘진짜’ 이미지를 강하게 심어준 것은 영화가 아닌, 드라마 <발리에서 생긴 일>이었다. “드라마 <다모> 끝나고 바로 들어가는 거라서 주위 사람들은 걱정했거든요. 그런데 제가 안 하면 드라마 자체를 접겠다고 해서 작가 선생님 믿고 갔어요. 그러시더라고요, 약간의 슬픔도 있고, 약간의 억척스러움도 있는, 어떻게 보면 밑바닥에서 어렵게 살면서 찌든 모습 같은 거, 또… (한참 어렵게 낱말을 찾다가) 좀 심하게 말하면 남자를 꼬일 수 있는 색기… 약간 그런 거? 그리고 인형처럼 예쁘지 않은 얼굴이요. 저는 울 때 그냥 막 울거든요.” 이런 모습들이 이번 영화 <신부수업>에서는 좀더 차분하고 감성적인 방식으로 녹아 있다.

새 영화 <신부수업>에서 신부가 되려는 규식(권상우)의 사랑을 지상에서 먼저 차가게 될 ‘봉희’(하지원)는 거침없고, 억세고, 발랄하다. 툭하면 순진한 규식을 부끄러운 상황으로 몰아넣거나, 난처하게 만들거나, 장난스럽게 가지고 논다. 그러다 사랑이 싹튼다. “그런 거 있죠? 살살 떠보는 거. 그런 말씀 하시는 분들도 있어요. 거기에 안 넘어갈 사람 어디 있냐고요.” 하지만 약만 올리는 것이 아니다. 이번에는 진지하고, 절실하다. 진짜 사랑을 위해서 어디에 남아 무엇을 선택할지 아는 현명한 역할로 등장한다. “그런 거 있잖아요. 앞에 있는 남자가 너무 좋은데 나도 잘 몰라요, 인정하지도 않아요, 고백해서 데려올 수 있는 상황도 아니에요. 그런데 이 사람 보면 막 화내요, 그런 감정이요. 사실 이건 금지된 사랑인 거잖아요. 제 생각에는 그래서 특이한 멜로인 것 같아요.” 그녀의 말에 따르면, 이번 영화 <신부수업>은 하지원의 첫 번째 멜로영화가 되는 중요한 작품인 셈이다. 적어도 이명세 감독의 "<인정사정 볼 것 없다>의 조선시대판 <형사>" 출연 이전까지, 하지원은 그렇게 ’특이한 멜로’의 감성에 젖어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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