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1]
톰 행크스와 로버트 저메키스가 말하는 <폴라 익스프레스> 제작 스토리 [1]
2004-11-03
글 : 옥혜령 (LA 통신원)

1인5역, 첨단 테크놀로지로 만든 크리스마스 동화

<포레스트 검프> <캐스트 어웨이> 등으로 ‘찰떡궁합’을 자랑하던 배우 톰 행크스와 감독 로버트 저메키스가 색다른 도전을 위해 다시 뭉쳤다. 그들이 함께 애니메이션을 만들기로 한 것이다. 기차를 타고 산타 마을을 찾아가는 소년의 이야기 <폴라 익스프레스>는 그전까지 평면적인 그림책에 불과했으나, 톰 행크스와 로버트 저메키스의 손길로 3D애니메이션으로 거듭났다. 재미난 건 톰 행크스가 <반지의 제왕>의 골룸을 연기했던 앤디 서키스처럼 온몸에 모션 캡처 장비를 붙이고, 주인공 꼬마를 비롯한 여러 캐릭터에게 자신의 표정과 동작을 빌려주었다는 사실. 그들은 어떻게 애니메이션을 만들기로 한 것이고, 어떻게 만들어내고 있을까. 지난 9월9일, 때아닌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한껏 낸 워너브러더스의 스튜디오에서 <폴라 익스프레스>로 재회한 ‘톰과 밥’으로부터 작품에 대한, 그들의 파트너십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편집자

톰 행크스와 로버트 저메키스가 다시 만났다. <포레스트 검프>로 인연을 맺은 이후, 10년이 흘렀다. 두 사람이 만날 때는 항상 그 미팅 장소가 색다르다. 아니, 로버트 저메키스가 주로 톰 행크스를 이상한 곳으로 불러들인다고 해야 하나. <포레스트 검프>에서는 미국의 질풍노도 같은 역사적 순간 속에 톰 행크스를 끼워넣더니, <캐스트 어웨이>에서는 외딴 무인도로 보내버리지 않았나. 이번에 로버트 저메키스는 톰 행크스를 북극의 산타마을로 가는 북극행 특급열차에 실었다. 워너브러더스가 크리스마스 시즌을 겨냥해 내놓은, 애니메이션도 아닌 영화도 아닌, 혹은 둘 다인 <폴라 익스프레스>의 시사회장에서 두 사람을 만났다. 알고보니 이번 북극 여행의 초대장은 톰 행크스가 먼저 쓴 것이다. 행크스의 초대장은 이렇다.

매년 크리스마스 시즌마다 잠자리에서 아이들에게 크리스 반 알스버그의 동화책, <폴라 익스프레스>를 읽어주던 톰 행크스. 아이가 많다보니, 어떤 때는 일주일에 네번씩이나 책을 읽어야 하는 경우도 있었다. 산타클로스가 있다고 해야 하나 없다고 해야 하나. 모든 부모가 한번쯤은 고민하게 마련인 크리스마스의 숙제를 깔끔히 풀어주는 책이 너무나 마음에 든다. 잃어버린 순수함에 대한 믿음을 소중히 여기는 톰 행크스, 판권을 구입하고 “이 책 어때”라는 메모를 써서 로버트 저메키스에게 보낸다. 워낙 유명하던 동화책이라 역시나 자신의 아이들에게도 이미 읽어준 전력이 있는 저메키스. 초대장을 받아든다. 그런데 이 유려한 유화 그림책을 어떻게 영화로 만들어내지. 저메키스의 고민은 여기서 시작된다.

모든 영화는 결국 ‘일루전’이라 믿는지라, 스토리에 적합하다면 어떤 새로운 표현수단이라도 겁내지 않는 저메키스. ‘퍼포먼스 캡처’라는 새로운 테크놀로지를 손에 들고, 세상의 모든 아이들과 어른이 된 아이들에게 보여줄 동화를 만들기 시작한다. 원작 동화책이 두 사람의 마음을 끈 것은 그 대상이 산타클로스건 우정이건 사랑이건 한번 믿음이 깨지더라도, 이 손에 잡히지 않는 것들에 대한 믿음을 회복하고픈 심정을 반영하고 있었기 때문이라는데. 그러니까 그 믿음에는 나이도, 규칙도, 제한도 없다고 믿는 두 아버지의 믿음이 영화의 제약을 간단히 무시한 <폴라 익스프레스>를 탄생시켰다.

크리스마스 전야, 산타클로스가 있을까를 의심하며 잠이 든 8살짜리 소년이 있다. 집 앞에 찾아온 북극행 열차를 타고 산타 마을로 떠나는 밤여행을 시작하는데…. 크리스마스 버전 <은하철도 999>라고나 할까. 톰 행크스의 역할은 꼬마와 차장을 포함한 1인5역, 로버트 저메키스의 역할은 사실적이고도 여운이 남는 유화 파스텔화의 느낌을 스크린에 옮기는 것. 그런데 워너브러더스 스튜디오에서 동화 읽어주던 두 아버지가 보여준 <폴라 익스프레스>, 만만한 그림책이 아니다. 두 사람의 동화를 완성시키기 위해 이미지워크사의 최첨단 컴퓨터애니메이션 제작팀과 특수효과 전문가들이 뭉쳤다. 믿음은 어떻게 만들어지나. 톰과 밥(톰 행크스가 부르는 로버트 저메키스)이 들려주는 동화 같은 제작과정 이야기. 그리고 몇 가지 질문들.

그림책에서 스크린으로: 톰 행크스, 그림 속으로

1단계. 실제 세트에서 배우들의 연기를 촬영하는 영화도 아닌, 컴퓨터로 캐릭터와 모든 장면을 만들어내는 애니메이션도 아닌 <폴라 익스프레스>에서 톰 행크스는 스쿠버다이버의 슈트 같은 특수 의상을 입고, 온몸에 센서를 단 채 주인공 소년, 소년의 아버지, 기차 차장, 호보, 산타클로스를 연기한다. 기존의 모션 캡처 방식과 차이점이라면 얼굴에 부착된 152개의 센서를 통해, 배우들의 표정연기까지 모두 컴퓨터로 옮겨지는 것인데.

2단계. 프로덕션디자인팀이 실제 세트를 바탕으로 만든 컴퓨터 속 가상 세트 안에 퍼포먼스 캡처로 잡힌 배우들의 3D 캐릭터가 덧붙여지면, 감독은 3D 카메라로 무한대로 원하는 앵글, 심도의 컷을 찍어내는 것이다.

3단계. 감독이 편집해낸 숏들에 특수효과팀과 프로덕션팀이 조명, 색채 및 모든 시각효과 작업을 컴퓨터로 덧붙여서 완성한다.

톰, 퍼포먼스 캡처로 연기해보니 어때?

톰 행크스(이하 톰) l 의상을 입지 않고 다섯명의 인물을 구별해서 연기하니까 느낌을 살리기 위해서 구두를 바꿔 신었다. 연기에 관한 한 전체 과정이 연극 무대에서 리허설하는 것과 같다고 보면 된다. 카메라 앵글 등에 신경쓸 필요가 없으니까, 테이크를 나누는 게 아니라 실제로 한번에 연기한 것이 그대로 쓰인다. 의상만 입지 않았지 흐름을 타고 연기하는 것이다. 상당히 집중력이 요구되고, 즉흥적인 리허설 분위기였다.

로버트 저메키스(이하 밥) l 모션 캡처와의 차이점을 말하자면, 먼저 이 기술이 인간의 동작을 연구하는 의학분야에서 개발되었다는 점을 먼저 말하고 싶다. 골프 산업이 기술을 완성시켰다. 그리고 알다시피 농구나 축구 같은 스포츠 비디오 게임에서 본격적으로 사용되었다. 퍼포먼스 캡처가 도입되기 전까지는 누구도 목 윗부분은 표현해내지 못했다. <반지의 제왕>의 경우도 골룸의 표정연기는 한 프레임씩 비디오로 촬영한 뒤에 컴퓨터로 덧입혀서 표정을 만들어냈다. <폴라 익스프레스>는 가상 카메라로 톰이 하는 실제 연기를 삼차원적으로 잡아냈다. 결국 한 세트에서 톰이 하는 연기가 모든 각도로 찍히니까, 같은 연기를 가지고 한개의 숏으로 한신을 만들 수도 있고, 1천개의 숏으로 한신을 만들 수도 있다. 문제는 숏마다 완벽하지 못할 변명거리가 사라진 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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