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만인가. <반지의 제왕>과 <해리 포터> 시리즈가 없는 겨울이다. 겨울이라 해서 언제나 화제의 시리즈들이 있어왔던 건 아니지만, 추위로 곱은 발걸음을 극장까지 옮겨놨던 든든한 견인차 두대가 명을 다했으니 올 겨울에는 무엇을 기다리면 좋지, 하는 바보 같은 궁금증이 일 만도 하다. 우문현답이라고? 답은 준비돼 있다.
가장 눈길을 끄는 답은, 매머드급 명성을 업은 해외 애니메이션 신작들이다. 픽사는 <인크레더블>을, 로버트 저메키스와 톰 행크스는 <폴라 익스프레스>를, 드림웍스는 <샤크>를, 미야자키 하야오는 <하울의 움직이는 성>을 올 겨울 선보인다. 올리버 스톤의 <알렉산더>, 스티븐 소더버그의 <오션스 트웰브>, 마이크 니콜스의 <클로저> 등은 미개봉인 미국 내에서도 주목받는 할리우드발(發) 기대작들이며, <엘프> <서바이빙 크리스마스> <크리스마스 건너뛰기> 등은 할리우드의 연례행사 같은 크리스마스 가족영화들이다.
충무로에서는 <역도산> <달콤한 인생> <공공의 적2> 등 굵직한 화제작 외에도정재은 감독의 <태풍태양>, 조승우 주연의 <말아톤>, 정초신 감독의 <몽정기2> 등이 이번 시즌을 책임지기로 약속했다. 첫 테이프는, <밀애>를 연출한 변영주 감독의 청춘영화 <발레교습소>가 끊는다.
이 정도면, 올 겨울 극장가를 기다리는 당신 앞에 괜찮은 애피타이저를 내민 것이라 생각한다. 총 67편의 겨울 개봉 영화가 준비된 본격적인 식단은 훨씬 근사할 것이다. 목을 빠지게 만드는 시리즈가 아니더라도, 겨울을 배불리 지내기는 별로 어렵지 않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