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편에서 브래드에게 짝을 찾아주기로 약속했었다”
조지 클루니 일당이 한 차례 휩쓸고 지나간 뒤라 그런지 한결 느슨해진 두 번째 기자회견. 아무래도 화제의 초점은 새로운 커플로 등장한 캐서린 제타 존스와 브래드 피트에게 모아졌고, 영화의 유일한 악당 앤디 가르시아는 다소 의기소침한 모습. 민감한 이슈들과 제작 전반에 관한 질문들을 솜씨 좋게 처리한 프로듀서 제인 와인트롭의 기지에도 불구하고 두 번째 그룹의 유머는 조지 클루니를 따라가지 못했다고 전해야겠다.
-주드 로가 가장 섹시한 남성으로 뽑힌 것에 대해 당신이 상당히 열받았다고 조지 클루니가 말하더라. 하고 싶은 말이 있나.
브래드 피트 l 뭐 나보다는 맷이 신경을 상당히 썼지. 리스트에 오르려고 뒤에서 물밑 작업도 많이 했고. (웃음) 아마 맷도 내년에는 순위가 좀더 올라가지 않을까. 주드 로야 누가 봐도 멋진 남자다.
-영화 속 연인인 커플 관계를 연기하는 데 특별히 신경쓴 점은 없었나.
브래드 피트 l 기본적으로 대본에 다 쓰여 있었다. 캐서린이 참여해서 정말 다행이었던 게 영화에 우아함과 화려함을 불어넣어줬다. 뭐 커플 연기를 하는 것쯤은 자연스럽게 아무 문제가 없었다.
캐서린 제타 존스 l 두 사람의 경우 맺힌 과거가 있는 관계였는데, 한 남자를 사랑하면서도 미워하고 추적해야 하는 경찰 캐릭터를 연기하는 게 어려웠지만 흥미로웠다. 특히 브래드의 캐릭터가 강하니까 다른 사람이라면 작업하기 어려웠을 수 있겠지만, 우린 편하게 작업했다. 촬영 중에 남편이 뭐하냐고 가끔 전화가 오면, “음… 브래드랑 키스 중이야” 뭐, 이런 식이었다.
브래드 피트 l 내가 마음에 든 부분은 나한테 화난 여자를 다시 되찾아야 한다는 플롯이었다. 어떤 방법을 쓸지 흥미롭지 않나.
-캐서린, 감독이 캐스팅 제의할 때 이번에도 줄리아 로버츠에게 그랬던 것처럼 20달러짜리 지폐를 넣어서 보냈나.
캐서린 제타 존스 l 아니, 난 아무것도 못 받았는데. <오션스 일레븐>의 속편이 만들어질 거란 소문을 듣고 있었는데, 제리와 스티븐이 스크립을 보여줬다. 캐릭터가 상당히 마음에 들었고, 멋있는 사람들과 연기할 기회였으니까 바로 결정했다.
제리 와인트롭 l 사실은 속편에서 브래드에게 짝을 찾아주기로 미리 약속이 되어 있었다. (웃음) 전편에서는 조지 클루니가 행운의 주인공이었으니까.
브래드 피트 l 내 섹슈얼리티를 확실히 하기 위해서도 여자주인공이 필요했지 이번에. (웃음)
제리 와인트롭 l 맷 데이먼을 가장 섹시한 남성으로 만들어야 하니까, 우리 속편 한번 더 해야겠네. 다음은 맷 차례야.
-이 10명의 사내들과 연기하는 게 어렵지 않았나.
캐서린 제타 존스 l 사실 처음 몇번 촬영에서는 상당히 긴장하고 어려웠다. 10명의 사내가 뿜어내는 에너지가 굉장했고 다들 전에 같이 작업한 사이들이었으니까. 하지만 곧 적응했고 다들 뛰어난 유머감각을 가진 터라 재미있게 작업했다.
제리 와인트롭 l 캐서린이 첫 촬영 날 등장했을 때 다른 남자 배우들의 표정을 봤어야 하는데…. 캐서린이 정말 근사했거든. 다들 한 60초 동안은 눈을 못 떼더라.
-할리우드 최고의 두 여배우가 출연하는데 경쟁은 없었나. 캐서린 제타 존스가 근사한 스타일로 화려하게 나오는 데 비해 줄리아 로버츠는 평범한 아줌마로 나온다.
제리 와인트롭 l (질문의 민감성을 의식한 듯) 이건 내가 대답을 해야 할 것 같은데. 줄리아는 배역에 맞게 의상을 정하고 연기했을 뿐이다. 장담하건대 극중 줄리아가 줄리아 로버츠를 연기하는 장면은 그녀의 연기 커리어에서 최고의 코믹장면에 꼽힐 것이다. 의상이 어쨌든 최고의 연기였다. 두 사람이 경쟁적이었다는 소문도 도는데 근거없는 이야기다.
-앤디, 영화 출연을 까다롭게 고르는 것 같은데 팬들이 많이 아쉬워한다. 그런데 이 영화에 참여하게 된 동기는.
앤디 가르시아 l 어, 내 차례인가? 기자회견이 거의 끝난 모양이지. (웃음) 젊었을 때는 나한테 제의가 들어온 것 중에서 골라서 작업했다. 지금은 내 영화사나 음반 제작 사업도 있으니까 그쪽에 시간을 많이 쓰는 편이다. 어떤 영화라도 내가 그 역할에 적합하다고 생각되면 할 수 있지만, 감독이나 제작자, 시나리오 등을 챙겨보는 편이다. 이번 영화처럼 함께 작업할 배우들을 보고 영화가 어느 수준 이상으로 완성될 것 같은 느낌을 받으면 선택하는 수도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내가 팬들에게 모습을 많이 보여주지 않았다면, 그건 내가 영화를 많이 안 찍어서라기보다는 배급문제라든가 그런 것도 있을 수 있다. 박스오피스 문제는 내가 컨트롤할 수 없는 거니까…. 지금은 <로스트 시티>를 찍고 있는데, 그 다음 계획은 없다. 나는 하고 싶지만 아무도 나랑 영화를 만들고 싶어하지 않는다.
제리 와인트롭 l 당신이 원하는 건 언제든지 할 수 있는데….
-의상을 챙기기 위해 배역을 수락했다는 말이 사실인가.
앤디 가르시아 l 촬영장 바깥으로 가지고 나간 거 아무것도 없는데. (웃음)
-<오션스> 시리즈를 제작하면서 오리지널 랫 팩의 아우라에 신경이 쓰이진 않았나.
제리 와인트롭 l 프랭크 시내트라랑 25년 일했다. 지금도 여기 빅 호른의 내 집에는 오리지널 랫 팩의 사진들이 걸려 있고, 그 밑에 <오션스 일레븐> 사진이 걸려 있다. 나로서는 일종의 오마주를 바친 셈이다. 하지만, 랫 팩이 그랬던 것처럼 <오션스> 시리즈 멤버들의 ‘동지애’가 영화상으로도 실제로도 중요하다는 점를 뺀다면, 오리지널과의 관계는 아무것도 없다.
-라스베이거스에서 촬영하는 것과 유럽에서 촬영하는 것의 차이점은 없었나.
브래드 피트 l 음, 배경이 역사와 문화가 살아 있는 고도와 문화가 없는(웃음) 베이거스였다는 것만 빼면, 차이점을 잘 모르겠다.
제리 와인트롭 l 라스베이거스에서 촬영할 때는 좁은 실내에서 작업하는 게 기술적으로 많이 힘들었지만 세트도 쓸 수 있었으니까 괜찮았는데, 유럽의 도시들에서 촬영하는 건 제작자 입장에서는 악몽이었다. 나라마다 각기 다른 스탭들과 환경에서 작업해야 했으니까 조율하는 작업이 만만치 않았다.
-크레딧에 올라 있지 않은 브루스 윌리스가 영화에 나오는데.
제리 와인트롭 l 카메오 이야기? 브루스 윌리스가 영화에 나와? (웃음) 우리가 촬영하고 있을 때 브루스 윌리스가 로마에 놀러왔다. 촬영장에서 어울리고 있었는데 스티븐이 브루스를 찍은 줄 몰랐다. (정말 몰랐나?) 사실은, 마침 로마에 와 있던 브루스를 보고 영화에 넣으면 재미있겠다 싶어서 즉석에서 상황을 만들어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