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플먼트 & 코멘터리]
<찰리 채플린 스페셜 컬렉션> 거장들의 스승, 채플린
2005-03-24
글 : 김송호 (익스트림무비 스탭)
화재로 전소된 <서커스> 세트장에서 망연자실한 표정을 짓고 있는 채플린. 영화가 아닌 실제 상황이다.

채플린의 대표작들을 엄선한 본 컬렉션의 백미는 매 타이틀마다 수록된 다큐멘터리 <채플린 투데이>다(<채플린 레뷔> 제외). 이것은 해당 작품의 간략한 제작 과정과 함께 채플린의 작품 세계에 큰 영향을 받은 현역 감독들의 현재 모습을 대비시키는 형식. 끊임없이 기억되고 인용됨으로써 영원한 생명력을 갖는 고전의 저력은 물론, 그것이 현실과 어떻게 관계를 맺고 있는가를 보여준다.

특히 <키드>의 압바스 키아로스타미 편과 <서커스>의 에밀 쿠스투리차 편은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다. 데뷔작 <빵과 골목>에 아역으로 출연했던 배우와 그의 아들에게 <키드>를 보여주는 키아로스타미는 자신과 채플린의 공통점을 ‘예술보다는 인생을 추구한 것’으로 요약한다. 이제는 중년이 된 아역 배우의 영화 속 모습과 <키드>의 재키 쿠건, 그리고 극중 돌 던지기를 흉내 내는 배우의 아들은 서로 너무나 닮아 있었다.

찍고 있던 영화를 접은 쿠스투리차가 호텔방에서 홀로 <서커스>를 보는 장면은 더욱 폐부를 찌른다. <서커스> 역시 채플린의 편집증적인 완벽주의와 문란한 개인사 탓에 여러 차례 제작이 중단되었기 때문. 이 영화의 마지막 장면, 모두가 떠나고 먼지가 날리는 공터에 홀로 남은 ‘방랑자’의 모습을 보는 쿠스투리차 감독의 얼굴에는 피로에 지친 영화 노동자의 얼굴과 감동에 젖은 관객의 모습이 순간적으로 교차한다. ‘내가 영화를 통해 보여주고자 하는 것은 바로 이런 것’이라고 말하는 그의 모습에서 영화에 대한 무한한 애정과 의지를 읽을 수 있다.

채플린의 벽화 앞에서 그의 포즈를 흉내 내는 이란 시민.
키아로스타미의 데뷔작 <빵과 골목>에 출연했던 배우(왼쪽)와 그의 아들.

<키드>와 자신의 작품과의 공통점을 피력하는 압바스 키아로스타미 감독.
<서커스>의 마지막 장면을 보는 에밀 쿠스투리차 감독. 만감이 교차하는 듯한 표정이 인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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