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타이틀]
<오페라의 유령> 뮤지컬 배우들과 영화보기
2005-04-22
글 : 한청남

영화 <오페라의 유령>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국내에서는 드물게 시도된 뮤지컬 배우들의 음성해설을 한 번 들어보는 것이 좋다. 자신들의 출연 경험에 비추어 가며 영화 장면과 배우들의 연기에 대해 말하는 그들은 무대공연과 영화가 별반 차이가 없음을 지적한다. 영화와 뮤지컬은 엄연히 다른 분야의 예술이지만, 조엘 슈마허의 영화 <오페라의 유령>은 원작 뮤지컬의 충실한 재현이라는 이야기다.

영화의 편집을 맡은 테리 롤링스(<에이리언>, <블레이드 러너> 등을 작업) 역시 같은 맥락에서 말한다. 그는 제작과정을 담은 DVD 부록을 통해 “<오페라의 유령>은 <물랑루즈> <시카고> 등과는 다른 특성의 작품”이라면서 “그런 영화들이 뮤직 비디오 스타일을 차용한 현대적인 영화라면 <오페라의 유령>은 고전적인 스타일의 뮤지컬 영화”라고 밝힌다. 분명 영화 자체로서는 그리 좋은 평가를 얻지 못했지만, 실제 뮤지컬에 참여했던 배우들의 의견을 들어보면 "로이드 웨버의 위대한 뮤지컬"을 망치고 싶지 않았다는 제작 의도는 달성된 셈이다.

그렇다면 영화만의 장점은 없는가. 꼭 그렇지는 않은 것 같다. 우선은 로이드 웨버의 걸작 뮤지컬 넘버들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게 된 점을 꼽을 수 있다. <캣츠>처럼 실제 뮤지컬 공연을 담은 영상물 보다는 아무래도 영화화된 뮤지컬이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다. 이와 함께 19세기 오페라 무대의 생생한 무대 뒷모습을 담고 싶었다는 조엘 슈마허 감독의 연출은 상당한 시청각적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DVD로 만나는 <오페라의 유령>은 그런 점에서 만족스러운 타이틀이다. 어두운 장면이 많은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사물들이 세세하게 표현되며, 화려한 무대장면에서의 눈부신 빛나는 의상들도 잘 담아내고 있다. 다소 거칠다는 인상도 들지만 그림자 속에 몸을 반쯤 묻고 있는 팬텀의 모습이 영화를 대변하고 있는 만큼 영화적 특성을 잘 살린 화질이라고 할 수 있다.

사운드는 화질 이상의 퀄리티다. 영화를 위해 풀 오케스트라로 편곡된 음악들이 시종일관 귀를 사로잡는 가운데, 뮤지컬 넘버 ‘Phantom of Opera’의 장중한 파이프 오르간 전주가 듣는 이를 압도한다. 주연 배우들의 감미로운 노랫소리와 코러스의 합창 소리도 빼놓을 수 없지만, 무엇보다 영화의 하이라이트인 샹들리에 추락 신의 굉음이 소름이 끼칠 정도로 인상적이다. 화려한 무대공연의 분위기를 안방극장에서 만끽할 수 있다는 점에서 호사스러운 기분마저 든다.

부록 구성은 근래 발매되는 타이틀 중에서는 <인크레더블>을 제외하고 단연 돋보인다. 다만 감독과 배우들의 인터뷰가 빠져있다는 점이 아쉽지만 그럼에도 어지간한 대작 타이틀보다 즐길 만한 부록들이 많다. 앞서 언급한 음성해설은 윤영석, 이혜경 등 국내 뮤지컬 배우들과 음악 전문가들이 참여했는데, 무대에서의 자신들의 연기와 비교해가며 작품과 등장 캐릭터들에 대해 해설한다는 점이 신선하다. 영화에서 달라진 점도 빼놓지 않고 세세하게 짚어주는 한편, 즐거운 분위기 속에서 실수담 등 무대 뒷이야기도 하고 있어, 국내 공연을 보고 감동을 받은 사람들에게는 반가운 부록이 될 듯 싶다.

제작과정을 담은 영상과 함께 ‘음악이야기’도 작품의 이해를 돕는 귀중한 부록이다. 음악 비평가들의 작품 해설을 들으며 원작 뮤지컬의 공연 장면도 볼 수 있다. ‘미공개 장면’에서는 로이드 웨버가 영화를 위해 새로이 작곡했으나 본편에는 삭제된 팬텀의 솔로곡 “No One Would Listen”을 들을 수 있다. ‘에미 로섬의 스크린 테스트’는 그녀의 노래 실력을 의심하는 이에게 보여주기 알맞은 부록이다. 멋진 고음처리로 오디션을 완벽하게 통과하는 모습을 담았다.

음성해설에 참여한 사람들
음악평론가의 해설

지금 보면 촌티가 풀풀 나는 사라 브라이트만의 오리지널 뮤직비디오도 4편이나 수록됐다. 화면이야 어찌됐건 그녀의 노래 실력은 명불허전이다. 무엇보다도 가장 재미있는 부록은 바로 ‘스탭 합창’. 감독을 비롯한 제작진들이 “오페라의 유령”을 한 소절씩 따라 부르는 황당한 영상이다. 어설픈 노래 실력과 익살맞은 행동들이 폭소를 자아낸다. 보고 듣기가 조금 괴롭지만 끝까지 참고 보면 로이드 웨버가 비명(?)으로 마무리하는 진귀한 모습을 볼 수 있다.

사라 브라이트만 뮤직비디오
"스탭 합창" 중에서 슈마허 감독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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