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DVD로 보는 <오페라의 유령> 제작 뒷이야기
2005-04-22
글 : 한청남

<오페라의 유령> DVD 부록에는 극장 개봉시에는 알 수 없었던 제작과정을 담고 있다. 그것을 통해 알 수 있는 몇가지 흥미로운 뒷이야기들을 정리해보았다. 나머지 궁금한 내용들은 4월 28일 발매될 DVD를 통해 직접 확인해보길 바란다.

15년 만에 만들어진 영화

“<오페라의 유령>은 내 경력에 있어 가장 개인적인 작품이다” 원작 뮤지컬을 창조해 낸 앤드류 로이드 웨버의 말이다. 작가 겸 비평가인 마이클 콘베니 역시 로이드 웨버가 당시 불안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던 사라 브라이트만과의 사생활을 뮤지컬로 담아냈다고 말한다. 아마도 사라가 웨버에게 헌신적이었다면 <오페라의 유령>이 지금처럼 매력적이면서도 어두운 이야기로 완성되지 못했을 거라는 이야기다.

앤드류 로이드 웨버
마이클 크로포드와 사라 브라이트만

1988년 런던에서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을 런던에서 성공리에 오픈시킨 웨버는 곧바로 조엘 슈마허 감독을 만나 영화화에 착수하지만, 당시 크리스틴 역으로 주연을 맡고 있던 사라 브라이트만과의 이혼으로 인해 계획은 무기한 연기된다. 당시 팬텀 역으로 인기를 누리던 마이클 크로포드 역시 영화판에 출연할 계획이었으나 이 역시 무산되었는데, 두 사람의 환상적인 공연은 DVD 속에 담긴 ‘The Music of the Night’ 뮤직 비디오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영화 속 장면처럼 세련된 모습은 아니지만, 기괴한 분위기와 매혹적인 목소리가 일품이다.

힘들었던 캐스팅

조엘 슈마허와 로이드 웨버가 가장 고심했던 부분은 캐스팅이었다. 배우들의 외모와 연기뿐만 아니라 작품의 가장 큰 원동력인 가창력마저 고려했기 때문. 슈마허는 아직 대중적으로 알려지지 않은 배우들을 원했다. 팬텀 역으로 논란이 된 제라드 버틀러의 경우, 그가 주연을 맡은 공포 영화 <드라큘라 2000>을 본 감독에 의해 캐스팅됐다. 비록 전문적인 음악 교육을 받지는 못했지만 락음악적인 그의 목소리는 로이드 웨버가 원하던 것이었다.

녹음 중인 제라드 버틀러
에미 로섬의 스크린 테스트

크리스틴 역에는 높은 가창력과 순수함을 겸비한 여배우를 필요로 했다. 오디션을 통해 당시 16세였던 에미 로섬의 목소리를 들은 슈마허는 “마치 벼락을 맞은 것 같았다”며 흥분했다고. 믿기 어렵다면 DVD 부록 중 ‘에미 로섬의 스크린 테스트’ 장면을 보시기 바란다. 보는 사람에 따라서는 정말 벼락을 맞을지도 모르겠다.

풀 오케스트라로 되살아난 명곡들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팬들 가운데서는 영화판 캐스팅에 못마땅한 사람들도 상당수 있다. 하지만 풀 오케스트라로 새롭게 편곡된 음악만은 인정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로이드 웨버와 절친한 관계인 음악감독 사이먼 리가 지휘를 맡아, 비틀즈와 <스타워즈>로 유명한 런던 애비로드 스튜디오에서 작업한 결과물이다. 또한 영화판을 위해 새로이 작곡한 곡들 역시 로이드 웨버의 주도 아래 세심하게 녹음되었다.

스튜디오 녹음 현장
미공개 장면

새롭게 녹음된 곡들 중에는 영화판 엔딩곡으로 쓰인 'Learn to Be Lonely'의 팬텀 버전 'No One Would Listen'도 포함되어 있는데, 극장 개봉시에는 삭제된 팬텀의 솔로곡이다. 다행히 DVD에는 미공개 장면으로 수록되었다.

19세기 파리를 재현하기 위한 노력들

영화 오프닝에서 파이프 오르간의 장엄한 소리와 함께 화려하게 부활하는 오페라 극장은, 그리스 로마의 고전적인 양식을 건축에 도입해 파리의 명소가 된 샤를 가르니에의 오페라 하우스를 모델로 했다. <2001년 스페이스 오딧세이> <밴드 오브 브라더스>로 명성을 떨친 안소니 프랫의 작품이다. 그는 화려함과 불길함이 동시에 감도는 배경을 만든다는 목적 하에 진홍색 벨벳 커튼과 도발적인 조각상, 그리고 우아한 곡선 계단으로 19세기 스타일의 무대를 재현해 냈다.

완성된 세트
의상 디자이너 알렉산드라 번

의상 디자인은 <엘리자베스> <네버랜드를 찾아서>로 아카데미상 후보에 올랐던 알렉산드라 번이 맡았다. 시대적 고증뿐만 아니라 캐릭터성을 부각시키는데 정평이 난 그녀는 슈마허 감독의 생각에 따라 의상에 각 인물들의 성격까지 고스란히 담아냈다. 하지만 영화 속에서 인물들이 갖가지 공연을 하면서 여러 의상을 입어야했기 때문에 그 작업량이 만만치 않았다고.

호화스러움의 극치 초대형 샹들리에

로이드 웨버가 “작품의 또 다른 주인공”이라고 할 정도로 오페라 극장의 초대형 샹들리에는 영화 속에서 귀중한 역할을 담당한다. 명품 크리스탈 브랜드 스와로브스키가 제작한 이 샹들리에는 높이 5m, 폭 4미터이며 2만개 이상의 풀 커트된 크리스탈로 이루어졌다. 총 4개월의 제작기간이 걸렸으며, 웅장한 크기와 2.5톤의 무게로 인해 설치하는 데만도 꼬박 4일이 걸렸다고 한다. 가격은 우리 돈으로 약 15억원.

15억짜리 명품의 위용
불타는 가짜 샹들리에

그런데 영화 속 샹들리에가 인상적인 것은 그 자체의 화려함에 기인하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클라이맥스 장면에서의 위협적인 추락 씬 때문이다. 물론 제작진으로서는 고가의 샹들리에를 직접 추락시킬 수 없는 노릇. 영화의 시작과 마무리에서 파괴된 모습으로 등장하는 샹들리에는 특수효과 팀이 실제와 흡사하게 제작한 가짜 대용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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