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슬픔은 그대 가슴에> Imitation of Life
2005-04-29
글 : 김의찬 (영화평론가)
이것은 희망없음에 관한 영화다

감독 더글러스 서크/미국/1959년/124분

배우를 지망하는 로라와 그녀의 딸 수지는 애니 모녀를 우연히 만난다. 흑인인 애니는 백인 남자와 사이에서 낳은 딸 사라와 힘들게 생활하고 있다. 처지가 비슷한 로라와 애니는 서로 의지하면서 함께 살게 된다. 매번 오디션에서 떨어지던 로라는 사진작가 스티브의 프로포즈를 받는다. 시간이 흐르고, 어느덧 스타가 된 로라는 스티브와 사랑을 이루려고 하지만 뜻대로 일이 풀리질 않는다. 사라는 흑인의 딸임을 숨기고 데이트를 하다가 남자에게 버림받고 밤무대 댄서가 된다.

“이것은 희망없음에 관한 영화다.” 서크 감독은 <슬픔은 그대 가슴에>를 이렇게 요약했다. 영화는 두쌍의 모녀의 삶을 보여준다. 피부색이 다른 여성들이 정신적으로 의존하면서 가족을 꾸리게 되는 것이다. 흑인인 애니는 로라의 집에 얹혀살면서 가사일을 돕게 된다. 애니의 딸은, 이상하리만큼 예쁘고 피부 색깔은 백인과 다르지 않다. 이 모녀의 일상은 지옥 같다. 이웃에게 사라는 애니가 자신의 모친이 아니라고 둘러댄다. 여성영화의 구도를 지닌 <슬픔은 그대 가슴에>는 여성의 사회진출, 그들의 연대, 그리고 더 넓게는 인종문제까지 건드리면서 이야기의 풍성함을 더한다.

결말은 다소 어색하다. 애니가 세상을 뜬 뒤 사라는 잘못을 깨닫고 남은 가족의 품으로 돌아온다. 서구 평론가들은 서크 감독 영화에서 ‘행복하지 않은 해피엔딩’이라는 특징을 발견했다. 내러티브를 억지로 짜맞춘 듯한 어색한 결말이 관객에게 영화의 사회적 함의를 환기시킨다는 것이다. 더글러스 서크 감독은 극의 분위기를 해치지 않으면서, 관객의 사고를 유도하는 인위적인 결말을 만들어내곤 했다. 같은 이유로 서크의 영화를 본 이들은 눈물을 연신 훔치면서 할리우드 멜로드라마의 허구성을 절감하는 기이한 체험을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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