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코너는 매달 정기적으로 업데이트 되는 컨텐츠로서 그 달의 레퍼런스(화질, 음향, 부록 등에서 모범이 될만한) 타이틀을 엄선해, 주요 장면의 AV적인 우수성에 대한 전문가의 해설을 정리하는 코너입니다. (DVDTopic)
인크레더블 The Incredibles
현 DVD 퀄리티의 한계를 보여주는 ‘수퍼 레퍼런스급’ 타이틀이 드디어 등장했다. 픽사의 6번째 장편 3D 애니메이션 <인크레더블>이 그 주인공. <인크레더블>은 극장 상영 시(디지털 상영) 이미 극상의 화질을 선보여 많은 관객들의 감탄사를 자아낸 바 있어서 DVD의 퀄리티에도 많은 관심이 쏠렸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정작 모습을 드러낸 DVD의 퀄리티는 모든 이들의 살인적인 기대치마저 훌쩍 뛰어넘는 어마어마한 것이었다.
이 타이틀의 화질은 그간 DVD 애호가들 사이에서 레퍼런스 타이틀로 꼽혀왔던 모든 화제작들의 그것을 ‘초라한 것’으로 느끼게 할 정도로 위력적이다. 픽사의 작품들은 CG 애니메이션이라는 매체 상의 특질 때문에 필름 단계를 거치지 않고 D2D(Digital-to-Digital) 과정을 통해 곧장 DVD로 제작된다. 때문에 픽사의 타이틀들은 전통적으로 필름 단계를 거친 일반 영화의 DVD와는 비교 자체가 불가능할 정도로 깨끗하고 선명한 화질을 보여 왔다. 그러나 <인크레더블> DVD는 지금까지 ‘레퍼런스급’로 평가된 모든 타이틀들에도 어김없이 존재했던 DVD 매체 고유의 약점인 ‘디지털 노이즈’마저 찾아보기 힘든, 문자 그대로 ‘인크레더블’한 화질을 선보인다. 이는 픽사의 기술력과 장인정신, DVD 제작단계에서 영상 압축 전문가까지 동원하는 치밀성이 모두 결합하여 이루어낸 쾌거이다. 돌비 디지털 5.1 EX 사운드트랙도 분리도와 해상도 등 모든 면에서 최상급 수준이다. <인크레더블>은 DVD의 퀄리티 평가에 있어 새로운 이정표를 제시했으며, 이는 현 DVD의 포맷이 존재하는 한 불변의 ‘표준’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다.
<인크레더블> 중 필자가 선택한 ‘베스트 장면’은 대쉬가 악당들의 추격을 피해 초스피드로 달리는 장면이다. 이 장면에서 다양한 배경이 믿을 수 없는 속도로 휙휙 지나가지만 입자 표현의 흐트러짐이나 블러 현상은 전혀 발견할 수 없으며, 음향의 분리도와 세세한 음역의 표현력도 탁월하다. 가히 2005년 상반기 DVD 중 ‘최고의 장면’으로 꼽아도 부족함이 없으며, 각종 AV 관련 매장의 ‘시연용 장면’으로도 오랫동안 사랑받을 것이다. (2005년 4월 20일 브에나 비스타 출시)
오페라의 유령 The Phantom of the opera
수퍼 레퍼런스 타이틀 <인크레더블>과 더불어 4월의 국내 출시작 중 최고의 완성도를 보여준 DVD이다. 비록 극장 개봉 시 영화 자체에 대한 평가는 엇갈렸지만, DVD의 AV 퀄리티에 대한 기대는 이와 상관없이 천정부지로 치솟은 바 있었다. 나이젤 라이트, 사이먼 리를 비롯한 영화의 레코딩 팀원들은 뮤지컬을 탄생시킨 장본인인 앤드류 로이드 웨버와 여러 차례 호흡을 맞춘 베테랑들이지만, 영화의 스코어를 녹음하며 ‘이렇게 크고 화려한 규모의 오케스트라를 동원해 레코딩 작업을 해보긴 처음이다’라고 고백하기도 했다. 따라서 본 영화의 사운드트랙은 원작의 오리지널리티에 대한 집착만 어느 정도 버린다면 충분히 감탄사를 내뱉을 수 있을 정도로 훌륭하다. 1년에 몇 번씩 비싼 요금을 내고 뮤지컬을 볼 여력이 없는 일반인들 입장에서는 뮤지컬 관람 요금보다 훨씬 저렴한 값으로 DVD를 장만하여 전설적인 스코어들을 수도 없이, 그것도 최상의 품질로 즐길 수 있다는 것은 실로 대단한 메리트가 아닐 수 없다.
국내 발매 타이틀에는 코드 1에도 포함되지 않은 DTS 사운드트랙이 수록되었는데 이것은 음역의 섬세한 표현력이나 해상도 등 모든 면에서 돌비 디지털 5.1 트랙을 압도한다. 특히 주목할만한 점은 본 타이틀의 사운드트랙이 다른 대작 영화 타이틀과는 달리 스코어 부분이 유난히 부각되도록 설계되었다는 점이다. 이런 독특한 사운드 디자인 방식으로 인해 주옥같은 스코어들이 흐르는 씬에서는 대단한 파워가 느껴지는 반면 스코어가 없는 부분에서는 대사 및 배경음향이 다소 심심하게 느껴지기까지 한다. 물론 이것은 의도적인 설계에 의한 것이니 불만사항으로 지적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다. 2.35:1 비율의 와이드스크린 영상 역시 퀄리티 면에서 대단한 성과를 보여준다. 몽환적인 느낌을 창출하기 위해 소프트한 질감이 강조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디테일의 표현력은 절대 떨어지지 않으며, 디지털 색보정 결과도 탁월하여 시종일관 안정된 색감을 선보인다.
필자가 꼽은 베스트 장면은 영화의 주제가 격인 'Phantom of the Opera'가 흐르는 장면과 이어지는 ‘Music of the Night' 장면. 뮤지컬의 상징적인 공연 멤버인 사라 브라이트만과 마이클 크로포드의 목소리에 길들여진 ‘하드코어’한 오리지널 뮤지컬 팬들의 적지 않은 원성을 사기도 했지만, 정 반대의 극찬을 받기도 한 ‘문제의’ 장면들이다. 크리스틴 역의 애미 로섬의 경우는 이미지만 놓고 본다면 오히려 원조 크리스틴인 사라 브라이트만보다도 훨씬 원작의 정서에 부합한다는 평가를 받았다. 특히 뮤지컬 경험이 전무 했던 팬텀 역의 제라드 버틀러의 목소리는 ‘원곡의 품위를 훼손했다’는 비난과 ‘가창력은 떨어지지만 팬텀의 애절한 고뇌를 훌륭하게 감정에 담았다’는 격찬을 동시에 받은 바 있다. (2005년 4월 28일 아이비전 엔터테인먼트 출시)
밤비 Bambi
앞으로 디지털 복원 기술은 DVD와 같은 영상 기록매체의 퀄리티를 결정짓는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고전 영화의 경우 이 디지털 복원 기술은 앞으로는 소비자의 돈지갑을 열게 하는 결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이미 미국의 디지털 복원 전문 회사 라우리 디지털 이미지는 자체 개발한 기술로 <로마의 휴일>, <선셋 대로>, <스타워즈 삼부작> 등 원본 필름의 훼손이 심각했던 여러 고전 영화들을 최상급의 퀄리티로 복원하여 세계를 놀라게 한 바 있다. 디지털 복원은 아날로그 복원과 비교했을 때 제약이 거의 없다고까지 할 수 있을 정도로 출중한 복원력을 자랑한다.
월트 디즈니의 고전 셀 애니메이션 <밤비>는 제작된 지 무려 60 여년 지난 작품인 관계로 원본 필름의 훼손 상태가 대단히 심각했다. 필름 자체의 손상도 심했고 스크래치도 많았으며 색감도 현저하게 바랜 상태였다. 디즈니는 지금이 아니면 이 걸작 애니메이션을 복원할 시기를 놓칠지도 모른다는 판단 아래 거금을 투자해 디지털 복원 작업을 진행했으며, 결국 올해 그 결과물을 DVD로 내놓았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밤비> DVD의 화질은 거의 ‘기적’에 가깝다. 60년 가까운 세월이 남긴 잡티가 거의 완벽하게 제거되었으며, 색감 역시 화려하게 부활했다.
해상도도 출중하여 보는 내내 감탄사를 연발하게 하지만, 화면의 질감에서 약간 오래된 느낌이 풍기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이것은 기술상의 제약이 아니라 ‘원본 필름의 느낌’을 최대한 유지하려는 복원팀의 노력이 반영된 결과이다. 영상을 번쩍번쩍하는 새 것으로 탈바꿈시키기 위해 디지털로 과다한 수정 작업을 가할 경우 원작의 정서를 오히려 훼손한다는 문제가 있었다. <밤비>의 복원팀은 한 프레임씩 스캔한 영상을 일일이 오리지널 작화와 비교하며 최대한 ‘제작 당시의 색감과 질감’을 재현하려 노력했으며, 그 결과가 본 DVD에 반영된 것이다.
필자가 꼽은 베스트 장면은 유명한 삽입곡 ‘Little April Shower'가 흐르는 장면. 요즘 애니메이션에서 느끼기 힘든 매혹적인 서정미가 넘치는 장면으로, 디즈니가 자랑하는 DEHT(Disney Enhanced Home Theater Mix) 사운드트랙 믹스를 통해 새로 태어난 5.1 채널의 음향도 매우 돋보인다. (2005년 4월 1일 브에나 비스타 출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