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김정대의 레퍼런스 DVD - 2005년 4월 (2)
2005-05-02
글 : 김정대

고래의 도약 Glassy Ocean

‘영상시인’이라 불리는 만능 재주꾼 타무라 시게루의 1998년작 애니메이션 <고래의 도약>이 드디어 국내에도 출시되었다. 타무라 시게루는 지난 1993년, 매킨토시 컴퓨터를 활용한 놀라운 애니메이션 <은하의 물고기>을 발표해 세계적인 격찬을 받았으며 국내에도 적지 않은 팬을 보유하고 있다. <고래의 도약>은 일러스트에 3D CG 배경을 합성하는 방식으로 제작되었는데 셀 애니메이션의 인위적 질감과 3D CG 애니메이션의 기계적인 질감을 모두 간직하면서도 동시에 그 어느 쪽에도 속하지 않는 실로 ‘오묘한 느낌’의 영상을 선보인다. 원본 소스 자체가 디지털 정보에 가까운 것이었기 때문에 본 타이틀의 영상은 잡티를 거의 발견할 수 없을 정도로 대단한 퀄리티를 보여준다.

물론 ‘기계적’으로만 보자면 <고래의 도약>의 화질은 거의 '퍼펙트‘에 가까운 <인크레더블>의 화질과는 달리 약점도 존재한다. 가장 큰 약점은 아나모픽이 지원되지 않는다는 점이며, 윤곽선 강조현상과 디지털 노이즈도 눈에 띈다. 그러나 형언이 불가능한 ‘막강 신비 영상‘은 이런 단점을 단번에 상쇄할 정도로 대단한 위력을 발휘한다. ‘감수성’에 심각한 문제가 있는 분이 아니라면 본 타이틀을 단 5분만 감상해도 ’유리질 영상’의 오묘한 매력에 푹 빠져들 것이다. DTS 5.1 채널 사운드트랙도 괄목할만한 퀄리티를 선보이는데 특히 신비스러울 정도로 은은하게 스코어를 감싸는 저음의 지원이 인상적이다.

필자가 선택한 장면은 고래가 유리질의 바닷물 위로 처음 모습을 드러내기 직전, 워터 피플이 등장해 신비한 노래를 부르는 장면. 하라 마스미의 기막힌 스코어와 함께 말로 표현하기 힘들 정도로 아름다운 영상이 펼쳐진다. 음향의 분리도와 음성 트랙의 공명감, 자연스러운 저음의 지원이 특히 돋보이는 아름다운 장면이다. (2005년 4월 18일 뉴타입 DVD 출시)

사인필드 시즌 1&2 Seinfeld Season 1&2 Boxset

‘전설적인’ 인기 시트콤 <사인필드>가 드디어 국내에 출시되었다. <사인필드>는 이미 방영이 끝난 지 7년이 다 되어가지만, 아직까지도 미국인들에게 ‘사상 최고의 시트콤’으로 손꼽히는 특급 히트작이다. <프랜즈>나 <못 말리는 번디 가족> 등 희대의 히트작들도 <사인필드>의 광풍 같은 인기는 끝내 꺾지 못했으며, 1998년 5월 14일 방영된 <사인필드>의 마지막 에피소드는 전 미국 시민의 1/3을 TV 수상기 앞으로 운집시키는 시트콤 사상 ‘전무후무한’ 대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사인필드>는 그간 저작권 문제로 계속 골머리를 썩다가 작년에야 비로소 시즌 1~3까지만(코드 1) DVD로 출시된 바 있다. 이 시트콤은 DVD로의 출시 소문이 무성하던 작년 초, ‘올해 가장 기대되는 DVD’를 묻는 각종 매체의 여론 조사에서 <스타워즈> 삼부작 등 쟁쟁한 작품들을 제치고 당당히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이런 엄청난 인기의 여세는 DVD의 판매량으로도 그대로 이어졌는데, 미국에서 <사인필드>의 첫 박스세트은 발매되자마자 무려 400만장이 팔려나가 TV극 DVD 사상 최고의 판매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그러나 이건 어디까지나 ‘머나먼 나라’ 이야기. 몇 안 되는 한국의 <사인필드> 팬들의 입장에서는 DVD가 국내에 출시 된 것만 해도 감지덕지이다. 국내판은 시즌 1,2까지만 발매되었으며, 아쉽게도 부록에는 자막이 지원되지 않는다.

<사인필드> DVD의 화질은 기계적으로만 본다면 공중파 TV 드라마 사상 최고의 퀄리티를 자랑하는 <트윈픽스> 시즌 1의 그것에는 ‘물론’ 미치지 못한다. 그러나 HD 트랜스퍼를 통해 구현할 수 있는 최대한도의 화질을 끌어냈다는 점에는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제작년도와 열악한 소스의 상태를 감안하면 이 이상의 화질을 구현하는 것은 디지털 복원을 거치지 않는 한은 불가능하다고 한다. 파일럿 에피소드의 화질이 현저하게 떨어지는 것이 흠이나, 이후의 화질은 충분히 보아줄만 하다.

AV 퀄리티가 극히 빼어나지 않음에도 <사인필드>를 레퍼런스 타이틀 명단에 포함시킨 이유는 바로 ‘레퍼런스 급’의 전설적인 재미 때문. 따라서 <사인필드> 부분에서는 시리즈의 네 주인공들(사인필드, 조지, 크레이머, 일레인)의 기막힌 표정을 담은 쇼트를 ‘베스트 쇼트’로 대신하도록 한다. (2005년 4월 22일 소니 픽쳐스 홈 엔터테인먼트 출시)

시선집중 : 이 장면! 1
<인크레더블 The Incredibles> 중 ‘잭잭’의 미스터리

<인크레더블>에서 가장 배꼽 빠지는 장면 중 하나는 바로 신드롬에게 납치당한 잭잭(인크레더블 가문의 귀여운 막내아들)이 처음으로 ‘초능력’을 발휘하는 장면이다. (물론 엄밀히 말해 이 장면이 잭잭이 초능력을 발휘하는 ‘첫 순간’은 아니다. DVD에 부록으로 삽입된 ‘잭잭의 공격’을 보면, 보모 카리 맥퀸과 있을 때 잭잭은 이미 ‘얼떨결에’ 자신이 가지고 있는 초능력들을 발휘한 바 있다)

이 장면과 <잭잭의 공격>을 통해 그가 가진 놀라운 초능력을 정리해 보자면 대충 이렇다. 1. 잭잭은 갖가지 모양으로 변신할 수 있다. 물론 이 중에는 영화에서 본 것과 같은 ‘불’ 형태도 포함되어 있다. 2. 공중 부양 능력이 있다. 3. 나무창살을 물어뜯어 간단히 부술 정도로 강력한 잇몸(잭잭은 아직 이빨이 나지 않았다)을 가졌다. 4. 공간 이동 능력도 있다. 5. 눈에서 광선을 발사할 수 있다. 이상 다섯 가지는 극히 짧은 순간 선보인 잭잭의 능력의 일부에 불과하다. 즉, 그의 초능력의 한계가 대체 어디까지인지는 아직 어느 누구도 모른다는 것. 지금까지 선보인 그의 능력만으로 유추해 보아도 잭잭의 초능력은 <엑스맨> 시리즈의 파이로, 미스틱, 나이트 크롤러를 합친 것보다도 강력하다. 그가 ‘역사상 최강의 수퍼 히어로’의 자리에 등극하는 것은 그야말로 시간문제이다.

저 기저귀의 비밀은 과연?

그런데 아무리 보아도 이해가 안가는 부분이 하나 있다. 잭잭이 불로 변할 때 그가 입고 있는 ‘기저귀’는 불에 타지 않는다는 것. 설마 이 기저귀가 잭잭의 몸의 일부분일 리는 없으니, 이것은 또 한 가지의 엽기적인 ‘가설’(?)의 성립을 가능케 한다. 즉, 잭잭은 이 장면에서 불로 변하는 것이 아니라, 몸 주변에 불을 형성시키는 것이라는 것. 그리고 놀랍게도 잭잭은 자신이 만든 이 불로부터 자신의 몸과 기저귀가 타지 않도록 보호하는 능력까지 있다는 것이다! 과연 잭잭이 가진 초능력의 한계는 어디까지인가?

시선집중 : 이 장면! 2
<오페라의 유령> 중 ‘화제의’ 장면

프로시니엄 아치를 통한 무대극과 영화의 가장 큰 차이 중 하나는 바로 ‘클로즈업’의 활용 여부라 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영화배우는 연극배우가 무대극에서 하는 것과 같은 과장된 동작을 할 필요가 없다. 오히려 배우는 무대극에서는 무시해도 좋을 ‘세세한 연기’에 더욱 신경을 써야 한다. 이를테면 눈썹 하나를 움직이는 데에도 철저한 계산이 필요하다는 것.

가면을 벗기기 전

<오페라의 유령>의 영화 버전은 이러한 매체의 고유한 특질을 백분 활용, 다양한 방식의 클로즈업 쇼트를 통해 극적 긴장감을 창출하고 있다. 특히 크리스틴이 공연 도중 팬텀의 가면을 벗기자 팬텀의 흉측한 맨얼굴이 드러나는 장면(DVD 챕터 19)에서 이 효과는 더욱 두드러진다. 물론 DVD에 수록된 국내 공연팀의 음성 해설대로 팬텀의 맨얼굴이 생각보다 덜 충격적이었다는 것이 문제로 지적될 수는 있겠지만 말이다. 이 부분은 극 후반부의 클라이막스를 여는 첫 장면으로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벗긴 뒤에 "어머나!"

그러나 이 장면은 이미 극장 상영 시부터 ‘옥의 티’가 관객들에게 포착되어 많은 논쟁을 양산했던 장면이기도 하다. 영화를 유심히 보신 분은 아시겠지만 팬텀은 얼굴의 반쪽을 가리는 가면과 함께 ‘가발’도 쓰고 다닌다. 이 가발 덕에 팬텀은 ‘야수와 같은(?)’ 머릿결 대신 곱게 단장된 ‘귀족 버전’의 머리를 늘 크리스틴에게 보여줄 수 있었다. 그런데 위의 장면이 문제가 된 원인은 크리스틴이 팬텀의 ‘가면’만을 벗겼다는 데 있다. 팬텀의 가면은 가발과 연결되어 있지는 않다. 따라서 문제의 장면에서 팬텀의 가발은 그대로 남아있어야 하나, 크리스틴이 가면을 벗긴 순간 팬텀의 가발도 어디론가 훌러덩 사라지고 만다. 이 장면은 후반 CG 작업을 거쳐 완성되었는데, 극적 감흥을 유발하기 위해 지나치게 ‘오버’했기 때문에 이런 ‘걸작’ 옥의 티 씬이 탄생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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