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편을 속편답게 하는 원칙 중 하나는 ‘전편과 같으면서도 달라야 한다’는 것이다. 관객들에게 전편에서 보여주지 못했던 새로운 것을 주되 전편이 구축한 그 작품 특유의 틀에서 벗어나도 곤란하다는 뜻이다. 이것은 얼핏 간단한 것으로 생각할 수 있으나, 수많은 속편들이 이를 제대로 살리지 못한 채 실패하거나 잊혀져 온 엄연한 사실을 감안하면 대단히 까다로운 원칙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번에 2 디스크의 SE 버전으로 새롭게 출시되는 <프레데터 2>는, 앞서 말한 ‘전편과 같으면서도 다른’ 속편의 원칙을 비교적 충실하게 지킨 영화로 평가할 수 있다. <프레데터>는 겉보기에 아놀드 슈워제네거가 등장하는 또 다른 근육질/총질 액션 영화였지만 지구 전체를 하나의 경기장으로 삼아 인간 사냥에 나서는 외계 괴물 프레데터의 깜짝 등장으로 관객들에게 참신한 장르 영화로 기억될 수 있었다. 오히려 이 영화의 팬들은 슈워제네거 이상의 박력을 보여주는 데 성공한 괴물에 더욱 열광했다.
전편에서 중량감 있는 액션 장면을 유감없이 보여준 존 맥티어넌 감독과는 달리, <프레데터 2>의 스티븐 홉킨스 감독은 뮤직 비디오 시절 익힌 속도감 넘치는 연출과 전편보다 업그레이드된 괴물을 더욱 많이 노출시킨다는 전략을 택했는데, 다행히도 이 의도는 그대로 먹혀들어감으로써 90년대라는 새로운 시대에 걸맞는 액션 영화 스타일을 확립할 수 있었다. 이것은 공개된 지 15년이 되어가는 시점에서도 <프레데터 2>를 잘 만들어진 속편이자 액션 영화로 꼽는 관객들이 여전히 많다는 사실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이번 SE 버전은 그동안 국내에서도 출시 요구가 상당히 높았던 타이틀로, 소량 출시되어 품귀 현상을 빚었던 기존판 1 디스크 타이틀에 아쉬움을 느꼈던 팬들에게는 좋은 선물이다. SE의 강점은 기존판에서 볼 수 없었던 다양한 부록에 있다. 디스크 1에는 스티븐 홉킨스 감독과 각본가 토머스 형제가 참여한 두 개의 음성 해설이 들어 있어, 작품에 관한 궁금증을 충분히 풀 수 있다. 원래는 대니 글로버와 1편의 주연이었던 아놀드 슈워제네거가 함께 출연할 예정이었으나 무산되었다거나, 촬영 스케줄에 밀려 배우가 미국의 대표적인 아침 정보 프로그램 <굿 모닝 아메리카>와 인터뷰하던 것도 모르고 도중에 끌어낸 감독이 TV 제작진에게 사과해야 했다던가 하는 뒷이야기들은 흥미롭다. 각본가 토머스 형제 역시 이번 2편이 전편과 어떤 부분에서 달라지거나 개선되었는가를 중심으로 다양한 정보를 전달한다.
디스크 2의 부록 중에서는 약 35분의 메이킹 다큐멘터리와 프레데터의 투명 위장을 어떻게 만들었는가에 관한 시각 효과 제작과정, 그리고 스탠 윈스턴 팀의 관계자가 프레데터의 각종 무기를 소개하는 클립 등이 들어있다. CG가 시각효과 분야를 제패하기 전, 일일이 수작업으로 처리해야 했던 기초적인 디지털 및 광학 효과와 장인의 혼이 느껴지는 정교한 괴물의 특수분장 과정을 통해 아날로그 액션 영화 만들기의 진수를 만끽할 수 있다.
또한 극중에서 야비한 TV 리포터가 진행하던 선정적인 보도 프로그램 <하드 코어>의 완전판도 감상할 수 있어 그야말로 팬 서비스에 충실한 부록 구성이라고 할 만하다. 음향을 중시하는 감상자라면 새롭게 추가된 DTS 사운드를 통해 박력 만점의 폭발적인 액션 영화 체험을 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