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놀드 슈워제네거가 특수부대 대장으로 분한 <프레데터>는 개봉 당시 관객들에게 놀라운 경험을 안겨준 영화였다. 당시 관객들은 <코만도>와 같은 밀리터리 액션 영화를 기대하고 극장을 찾았지만, 영화 속에서 아놀드를 곤경에 빠트린 적은 외계에서 온 흉포한 사냥꾼 프레데터였다. 이후 로스엔젤레스라는 도시의 정글을 무대로 한 후속편 <프레데터 2>를 거쳐, SF 영화 역사상 가장 매력적인 악역으로 인기를 얻게 된 프레데터는 강력한 라이벌 에이리언과 맞대결을 하는 <에이리언 vs 프레데터>에서 다시금 그 매력을 발산하게 된다.한편 첫 공개 당시에는 관객들의 외면을 받았으나, B급 영화 마니아들의 사랑을 받았던 <프레데터 2>는 최근 SE 버전의 DVD로 발매되면서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비록 아놀드 슈워제네거라는 걸출한 배우는 빠져있지만, 실질적인 주역이라고 할 수 있는 프레데터의 존재감을 더욱 확고하게 나타낸 작품으로 평가 받고 있다. 또한 <프레데터 2>에서는 프레데터의 다양한 무기들을 더욱 발전된 형태로 보여주고 있는데, 이 자리에서 그것들의 특징과 함께 프레데터란 어떤 존재인지 간략하게 정리해보았다.
프레데터, 그들은 누구인가?
할리우드 특수분장의 대가 스탠 윈스턴이 창조한 프레데터는 이전의 영화 속 외계인들과 달리 야만성과 고도의 지능을 동시에 갖춘 매우 독특한 존재이다. 신장 230cm에 체중 200kg의 거구로 인간을 압도하는 그들은 싸움을 최대의 쾌락으로 여기는 사냥꾼 종족이다. 적외선을 이용해 사냥감의 체온과 공포심을 파악할 수 있으며, 사냥을 위한 최적의 위장술로 몸을 투명하게 만드는 기술을 지니고 있다.
보통은 갖가지 특수장비를 제어할 수 있는 헬멧을 쓰고 있는데, 그것을 벗으면 마치 벌레와도 같은 네 개의 턱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파충류와 같은 피부와 형광색 피도 그들을 구분 짓는 특징. 전리품으로 포획물의 두개골을 수집하다는 점에서 그들의 전사적 문화를 엿볼 수 있는데, 임산부나 어린이 등 약자는 공격하지 않으며 사냥감이라고 할지라도 강자에게는 예우를 갖추는 면모를 보인다(<프레데터 2>의 마지막 장면에서 확인할 수 있다).
<프레데터 2> 이후 쏟아져 나온 팬들의 픽션을 가미해 제작된 <에이리언 vs 프레데터>에서는 지구인과 밀접한 존재로서 프레데터의 모습이 드러난다. 그들은 수천 년 전 고대문명으로부터 신으로 숭배 받은 존재이며, 이집트, 멕시코 문명의 피라미드는 그들의 지휘아래 특수한 목적으로 만들어진 건축물이라는 설정이다. 이는 <프레데터 2>부터 어느 정도 암시가 되었던 부분인데, 로스엔젤레스 지하에 숨겨져 있던 프레데터 우주선은 마야와 아즈텍 문명의 문양들을 참고하여 디자인되었다.
영화 속에서 프레데터 역을 맡았던 배우는 장신의 흑인 배우 케빈 피터 홀. 한 때 액션스타 장 클로드 반담이 맡았다는 소문도 퍼져있었으나 이는 잘못된 이야기다. 케빈은 가족 코미디 영화 <해리와 핸더슨>에서 털북숭이 괴물 해리 역으로도 잘 알려진 배우다. 그러나 늘 분장을 하고 있기 때문에 그의 진면목을 본 관객은 그리 흔치 않다.
프레데터의 무기
헬멧
내장된 기록 장치를 통해 주변 사물로 위장한 것을 기록, 축적함으로써 위장 능력을 높일 수 있다. 또한 다수의 무기와 연동되어 있어, 전투 시 그 모니터 역할도 한다. 어두운 곳의 빛을 증폭시켜서 평소에는 볼 수 없었던 사물을 본거나, 동작 센서로 상대의 움직임을 파악하는 기능도 갖추고 있다.
손목 칼
주로 근접전용으로 쓰이는 칼날형 무기. 우측 팔에 장착되어 있으며, 필요에 따라 길게 튀어나와 야수의 손톱처럼 사냥감을 도려낸다. 영화 제작진의 말에 따르면 <프레데터> 1편에서는 칼날이 튀어나오는 장치가 복장에 고정된 형태여서 매우 불편했다고. 2편에서는 분리할 수 있게 발전시켰다고 한다.
자폭 장치
좌측 팔에 장착된 컨트롤 패널 내장형 장치는 프레데터의 위장, 통신, 플라스마 캐논, 헬멧의 세팅 등을 제어한다. 또한 최종수단으로 자폭 프로그램을 가동시킬 수 있는데, 폭발의 규모는 소규모 핵폭발에 필적한다. 또한 자폭 카운트가 프레데터 고유의 문자로 표시되는 것도 특징. 영화의 특수효과를 맡은 담당자는 LED(발광 다이오드)와 LCD(액정 디스플레이) 장치를 이용했다고 밝히고 있다.
플라즈마 캐논
어깨에 장착하는 장치로 주로 최후의 일격을 위해 사용하며, 한방에 적을 날려버리는 위력을 지녔다. 헬멧과 직접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고개만 돌려도 자동으로 조준이 된다. 3개의 레이저 광선 조준기가 프레데터의 눈 역할을 하고 있으며 그 정확도는 가공할 수준. <프레데터 2>에서는 전편에서 약간 변형된 형태의 바뀌었는데 마치 사무라이의 갑옷 같은 디자인을 하고 있다. 한편 이 무기는 <에이리언 vs 프레데터>에서는 비중 있는 소품으로 등장한다. 너무도 강력한 무기이기 때문에 아직 전사로서의 자질을 인정받지 못한 프레데터에게는 사용이 금지된다는 식으로 설정이다.
그물 발사장치
벽이나 지표면 등 평평한 곳에 가까운 적을 포박하는 무기. 그물 자체가 예리한 칼날이기도 해서 적의 몸통을 산산조각 낼 수 있다. 그물 주위에는 강철침이 달려있어 포획된 사냥감이 도망치지 못하도록 한다. <프레데터 2>에서부터 등장한 무기이며, 평상시 다리 쪽 주머니에 보관되어 있다. 당시 제작진은 특수한 효과를 내기 위해 속임수를 썼는데, 블루 스크린 상에서 같은 장면을 여러 번 찍어 합성했다고 이야기한다. 그물에게 찢기는 사람이 찢기는 장면에서는 대역 인형을 사용하여 피부 속에서 피가 솟구치게 만들었다.
스마트 무기
부메랑처럼 던지는 원반형 무기. 열추적 기능이 있기 때문에 목표를 자동으로 쫓아간다. 또한 디스크 중앙에 손잡이가 있어서 근접전에서도 사용이 가능하다. 영화 제작진들의 말에 따르면 해변에서 놀이도구로 사용하는 프리즈비에서 모티브를 얻었다고. 하지만 프리즈비와는 달리 사냥감의 뼈까지 잘라버리는 무시무시한 칼날이 달려있다.
길어지는 창
양쪽에 예리한 칼날을 가진 길이 약 250cm 크기의 창. 평상시에는 50cm 정도로 줄어든 상태로 휴대한다. 그물 발사장치와 마찬가지로 영화 속에서 자유자재로 늘어나는 모습을 찍기 위해 애를 먹었던 무기인데, 길이에 따른 창의 여러 형태를 찍어 편집했다고 한다.
프레데터의 창조자 스탠 윈스턴
1946년 4월 7일 버지니아주 리치몬드에서 출생한 스탠 윈스턴은, 23세 때부터 영화 속 특수분장에 뜻을 두고 디즈니사의 전설적인 특수분장사 밥 쉬퍼에게서 사사를 받는다. 70년대부터 TV 영화 등에서 작업한 그는 한편의 영화로 일약 유명세를 타는데, 그 영화가 바로 제임스 카메론 감독의 <터미네이터>다. 저예산 영화였음에도 불구하고 그가 제작한 골격형 애니매트로닉스 모형(전자제어로 움직이는 기계장치)은 아놀드 슈워제네거의 강인한 이미지와 맞물려 압도적인 존재감을 발휘했던 것이다.
이후 스탠 윈스턴은 <에이리언 2> <터미네이터 2> <주라기 공원> 등 굵직굵직한 작품들에서 뛰어난 실력을 발휘하며 할리우드 최고의 특수분장사로 이름을 날리게 된다. 하지만 결코 자만하지 않고 “자신의 기술은 단지 작품의 보조역할일 뿐”이라며 묵묵히 외길 인생을 걷고 있는 이 시대 진정한 장인으로 평가받고 있다. 최근 그가 참여한 작품으로는 <터미네이터 3> <콘스탄틴>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