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기우다 코지는 고향에 돌아가는 일을 모험이라고 표현했다. 도쿄에서 전철로 30분 떨어진 지역에서 태어난 그는 고향이 서먹하고 낯설다는 사실을 알고 있고, 그 느낌을 살려 영화 <귀향>을 만들었다. <귀향>은 도쿄에서 살고 있는 청년 하루오가 고향에서 보내는 며칠 동안의 이야기다. 친구들과 술을 마시던 하루오는 고향 친구 미유키의 초대를 받지만, 막상 찾아간 집엔 그녀의 딸 치하루만 있다. 하루오는 치하루에게 이리저리 끌려다니면서 종일 미유키를 찾는다. 열살과 여섯살 먹은 딸이 있는 하기우다는 어떤 어른이 마음대로 통제할 수 없는 아이 때문에 쩔쩔매는 모습이 재미있을 것 같아 이 귀여운 한쌍을 맺어주었다. 티격태격하는 그 관계는 배우들의 실제 생활이기도 했다. “누가 더 어른에 가까운지는 모르겠지만(웃음), 그들은 싸우다 친해지고, 그러다 다시 싸우곤 했다. 사실 싸운 시간이 더 많았다”.
고등학교 때부터 8mm 카메라로 영화를 만들었다는 하기우다는 그 시절 만든 영화를 묻자 못내 부끄러워하면서 “여러가지 이미지가 나오는 영화들이었다. 그땐 화면에 움직이는 것이 등장하는 자체가 재미있었다”고 말했다. 영화를 전공했던 대학 시절에도 아르바이트 봉급으로 필름을 사서 영화를 만들곤 했다고. 가와세 나오미의 <수자쿠>에 조감독으로 참여하기도 했던 그는 섬세한 감성을 가진 것 같다고 하자 “프랑스에서 같은 질문을 받은 적이 있다. 하루오가 다른 사람의 행동을 관찰하고 그 이유를 파악하려고 하기 때문에 섬세하게 보이는 듯하다”고 답했다. 그렇더라도 우문에 현답을 주던 하기우다는 영화를 만들 때만큼은 깊은 시선을 가진 감독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