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평론이여, 만개하라
영화비평이 위기에 빠졌다는 말은 이제 상식이 된 것 같다. 진지한 영화평이 관객의 선택에 별 영향을 끼치지 못하고, 인터넷의 놀라운 속도전이 전문가의 평가를 무위로 만들고 있기 때문에 나오는 소리다. 그러나 이런 말은 영화평이 권력에서 멀어졌다는 뜻일 뿐 영화평이 무용하다는 의미는 아니다. 영화평은 그만큼 더 자유로워졌다고 해도 좋을 것이다.
올해 공모에 제출한 89편의 영화평에서도 그런 자유로움이 느껴졌다. 교과서에 의존하지 않는 자신만의 시각은 영화평에서 가장 중요한 점일 것이다. 하지만 자유는 치열함을 전제로 이뤄지는 것이란 사실을 잊어선 곤란하다. 제출된 영화평 가운데 상당수에서 치열함을 볼 수 없었던 것 안타까운 일이다. 이번 공모에서 예심을 거쳐 최종 검토한 평론은 4편이었다. 임상수 감독론을 쓴 고대권씨는 독창적 시각에서 임상수 영화의 미덕을 논했으나 신선한 시각에 비해 주장을 뒷받침할 근거는 다소 부족해 보였다. 이론비평으로 ‘공포영화에 나타난 자궁의 은유’라는 글을 쓴 김한상씨의 경우도 비슷한 문제점이 보였다. 두 사람 모두 성급히 일반론을 만드는 것보다는 작은 주제에 깊이 천착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최우수상과 우수상으로 결정된 2편은 이런 점에서 주제와 방법론의 균형을 잘 잡은 글이었다. 김지미씨의 이론비평은 박찬욱 감독의 영화에서 나타나는 ‘침묵’이라는 작은 계기를 발전시켜 박찬욱 영화의 전모를 보여주는 야심찬 시도였다. <클로저>에 대한 작품평도 인상적이었는데 텍스트의 핵심을 놓치지 않으면서 되새길 만한 요소들을 차분히 짚어나간 점은 좋은 영화평이 갖춰야 할 조건을 충족시켰다. 우수상으로 선정된 안시환씨는 이론비평에서 영화의 근본적 문제를 깊이 고민한 흔적이 돋보였다. 자신의 사유를 완결된 지점까지 밀고 나가지는 못했다는 느낌이 들지만 영화적 교양을 확인할 수 있는 글이었다. 두 평론가의 각각 다른 장점이 앞으로 만날 그들의 글에서 만개하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