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스타워즈 에피소드 3>의 모든 것 (1)
2005-05-24
글 : 김정대

오는 26일, 한국의 관객들도 드디어 ‘<스타워즈> 신화의 마지막 장’을 감상할 수 있게 된다. 영화사상 최초로 ‘결말이 공개된’ 블록버스터물인 <스타워즈 에피소드 3: 시스의 복수>의 개봉을 앞두고 전국의 ‘스타워즈 열혈 팬’들은 그야말로 ‘축제분위기’에 휩싸여 있다. 지난 19일, 미국에서 개봉된 <시스의 복수>는 할리우드 영화사상 최고의 개봉일 수입을 올리며 거대한 흥행 행진을 시작했다. 특히 이번 편은 앞선 두 편의 프리퀄과는 달리 비평적으로도 대단한 찬사를 받고 있어, 이미 열혈 팬들의 기대치는 ‘측정불능’ 수준에 도달하고 있다. 여기 <시스의 복수>를 더욱 재미있게 감상할 수 있는 흥미진진한 ‘뒷이야기들’을 독점 소개한다.

스포일러 경고: 본문 중에는 스포일러가 될 수도 있는 내용이 있습니다. 영화를 보기 전까지 줄거리를 절대 알고 싶지 않은 분들은 영화 감상 후에 이 글을 읽어주시기 바랍니다.

1. “베이더에게 산소 호흡기를 달아주오!”

1973년부터 시작한 수차례의 <스타워즈> 각본 수정 과정 중, 조지 루카스가 만들어낸 최고의 걸작 캐릭터는 바로 시스 로드 ‘다스 베이더’였다. 그러나 정작 루카스는 ‘거인이며 검은 옷과 망토를 걸친 전사의 이미지’라는 것 외에 다스 베이더의 정확한 형상을 머리 속에 그려내지는 못하고 있었다. 이런 그에게 ‘구원’의 손길을 내민 이는 바로 컨셉 디자이너 랄프 매쿼리였다. 그는 루카스의 묘사를 참고로 검은 망토와 헬멧을 쓴 다스 베이더의 모습을 멋지게 디자인했다.

"베이더 경, 일어나게"

그런데 루카스로부터 <에피소드 4: 새로운 희망>(1977)의 줄거리를 듣고 난 뒤 매쿼리는 한 가지 의문이 생겼다. “아니, 베이더가 첫 장면에서 우주선을 바꿔 탄다고요? 그럼 베이더는 ‘진공’인 우주공간을 지나가야 한다는 이야기 아닙니까? 산소 호흡기가 필요하겠네요!” 그래서 매쿼리는 산소 호흡기가 달린 다스 베이더의 마스크를 디자인했다. 매쿼리의 마스크 디자인을 본 루카스는 기막힌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첫 장면 뿐만 아니라 영화 내내 베이더에게 마스크를 씌우는 것. 마치 고대 그리스 비극의 배우들처럼 말이다.

그 결과 베이더는 ‘살인적인’ 카리스마를 부여받아 잊혀지지 않는 악역으로 영원히 관객의 뇌리에 남게 되었다. 그러나 정작 베이더의 마스크를 고안한 장본인인 매쿼리는 자신의 창작품이 훗날 엄청난 뒷이야기들을 양산하리라는 것은 생각지도 못했다. <스타워즈> 프리퀄 삼부작은 한마디로 ‘아나킨 스카이워커가 악명 높은 마스크를 쓰게 되는 과정’을 그린 것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물론 그 과정의 하이라이트는 바로 이번에 개봉하는 <에피소드 3: 시스의 복수(이하 <시스의 복수>로 줄임)>다. 베이더의 거친 숨소리가 울려 퍼지는 순간의 ‘환희’를 다시 맛보기 위해 팬들은 얼마나 많은 인고의 세월을 보내야 했던가!

2. “클론전쟁? 패스, 패스!”

<클론전쟁> DVD

<스타워즈> 은하계의 연대기에 익숙하지 않은 분들을 위해 <시스의 복수>의 시대적 배경을 간단히 살펴보자. <스타워즈> 은하계의 연대기를 기술하는 데 있어서 표준년도는 바로 <에피소드 4: 새로운 희망>(1977)의 배경이 되는 ‘야빈 전투’다.

프리퀄 삼부작의 첫 작품인 <에피소드 1: 보이지 않는 위험>(1999)은 야빈 전투로부터 32년 전의 사건을 다루고 있으며 <에피소드 2: 클론의 습격>(2002)은 여기서 다시 10년 뒤의 사건을 다루고 있다. 그리고 <시스의 복수>의 시대적 배경은 <클론의 습격>으로부터 3년 뒤다(그리고 우리는 <클론의 습격>의 끝부분에서 ‘클론전쟁’이 발발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보이지 않는 위험>에서 아나킨의 나이가 아홉 살이었으니 <시스의 복수> 무렵에는 대략 22살 정도가 된다. 본래 루카스는 <시스의 복수>를 <클론의 습격>으로부터 2년 뒤의 이야기로 설정하여 치열했던 클론 전쟁의 과정을 비교적 자세히 보여주려 했으나, 이렇게 되면 이야기가 너무 산만하고 길어질 것으로 판단하여 다시 배경을 클론전쟁이 거의 끝나는 시점인 3년 뒤로 수정하게 된다(루카스는 초기에 쓴 각본을 “모든 캐릭터를 위한 각본”이라고 표현했다. 여기에는 클론전쟁에서 맹활약하는 여러 영웅들에 관한 다채로운 묘사가 있었다. 상대적으로 이후에 그가 수정한 각본은 오로지 ‘아나킨’ 한 캐릭터에 초점이 집중된 이야기가 되었다).

<시스의 복수>의 중심 플롯은 ‘아나킨의 변절’이지 ‘클론전쟁’이 아니기 때문에 그의 이 결정은 합리적인 것이었다. 결국 1977년의 <새로운 희망> 발표 직후부터 줄기차게 언급되어 온 클론전쟁에 관한 ‘비하인드 스토리’는 외전의 몫으로 남게 되었다. 클론전쟁은 현재 겐디 타르코프스키의 애니메이션 시리즈 <클론전쟁 Star Wars: Clone Wars>에서 신나게(?) 다루어지고 있으므로(현재 Volume 1이 코드 1번 DVD로 출시되었다), 궁금하신 분들은 참조하시길. 참고로 <시스의 복수>의 이야기가 펼쳐지는 시점에서 오비완 케노비는 이미 ‘불혹’의 나이를 넘어섰고, 한 솔로는 10대가 되었다.

3. “영화사상 가장 빛나는 스페이스 공중전”

보는 이를 압도하는 우주 전투

<시스의 복수>의 첫 장면은 분리주의자들에게 납치된 팰퍼틴 의장을 구하기 위해 급파된 오비완과 아나킨의 파이터기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공중 액션’ 신이다. 이 장면은 <터미네이터 2>와 <주라기 공원> 이후 급진전한 CGI 기술의 정수를 맛볼 수 있는 기막힌 신이다. 수백 대의 우주선과 로봇들이 캔버스를 가득 메우는 이 신은 ILM이 지금까지 작업한 모든 작품을 통틀어 가장 정교하게 만들어진 신이라 할 수 있다.

‘초장부터 관객의 혼을 쏙 빼놓겠다!’는 목표 아래 제작된 이 우주 공중전 장면은 ILM 최고의 야심작답게 본래 길이가 장장 40분에 이른다. 물론 ‘상영 시간의 제약’으로 인해 영화에서 실제로 선보인 부분은 그 중 약 1/3에 불과하다. 루카스는 ‘상영 시간의 제약’으로 인해 영화 속에 포함되지 못한 장면을 가리켜 (농담조로) ‘DVD용 장면’이라고 부르곤 했는데, 삭제된 부분의 상당수는 올해 말에 출시될 DVD의 부가영상으로 수록될 것이라고 한다.

루카스가 이 장면을 연출하며 가장 신경을 쓴 부분은 바로 ‘스피드’다. 스피드 감을 지나치게 강조할 경우, 특히 나이든 세대가 영상의 전개 속도를 못 따라잡을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있었다(<스타워즈>는 기본적으로 틴에이저 관객들을 겨냥한 영화지만 <시스의 복수>의 경우는 조금 이야기가 다르다. 다른 에피소드에 비해 이번 편은 성인 관객의 호응을 얻기 위한 ‘의도적’ 연출이 유난히 눈에 띄고 있다). 스피디한 영상 전개에 익숙해진 이른 바 ‘비디오 게임’ 세대와 그렇지 못한 기성세대를 동시에 만족시키는 화려한 영상을 만드는 것이 루카스의 지상과제였다.

치열한 전투로 불이 붙은 우주선

세세한 부분의 디테일도 문제가 되었다. 이를테면 아나킨이 탄 제다이 스타파이터기의 엔진에서 뿜어져 나오는 푸른 불꽃이 지나치게 크게 그려질 경우 거대한 스케일의 공중전 장면의 많은 부분이 가려진다는 문제가 있었다. ILM의 수석 애니메이터들은 이 모든 것들을 철저히 계산해가며 장면을 연출했다.

한 가지 더, 이 화려한 공중전 장면에는 많은 관객들이 그냥 지나칠지도 모르는 중요한 메타포가 하나 숨어있다. 그것은 바로 ‘아나킨이 로봇과 컴퓨터에 지나치게 의존한다’는 점이다. 이것은 <에피소드 4: 새로운 희망>에서 (오비완의 포스의 영의 인도에 따라) ‘기계’에의 의존을 버리고 포스를 이용해 데스스타를 공격하는 루크 스카이워커’와 묘한 대조를 이룬다. 또, 이것은 후에 ‘기계에 생명을 의지하게 되는’ 아나킨의 운명을 암시하는 것이기도 하다. 물론 이 모든 것은 루카스가 사전에 치밀하게 계산한 것이다.

4. ‘우키’ 들의 행성이라고?

<시스의 복수>에서 가장 반가운 얼굴은 바로 ‘츄바카’일 것이다. <시스의 복수>에는 츄바카의 종족, 즉 ‘우키’들의 본고장인 ‘카쉬이크’ 행성이 등장한다. 물론 우키들도 수십 명(혹은 ‘마리’) 등장하며, 이들 중 상당수는 CG로 만들어진 ‘디지털 우키’다. 난데없이 ‘츄바카’의 별이라니, ‘클래식 삼부작과 억지로 연결시키려는 작위적인 연출이 아니냐’는 지적도 있을 법하다. 그러나 이 부분은 ‘무스타파 행성에서의 아나킨과 오비완의 대결’과 더불어 루카스가 오랜 기간 계획했던 대표적인 신이다. 루카스가 그간 ‘한 솔로와 츄바카가 만나는 부분’을 다룬 외전 소설의 출간을 허락지 않았던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드로이드들과 싸우는 우키들

우키들의 행성 ‘카쉬이크’는 사실 <시스의 복수>에서 처음 등장하는 것은 아니다. <에피소드 4: 새로운 희망>이 크게 성공한 뒤 미국 CBS는 <스타워즈 홀리데이 스페셜>(1978)이라는 외전격 TV극을 제작해 방송한 바 있는데, ‘카쉬이크’는 여기에 처음 등장한다. 이 TV극에서 한 솔로와 츄바카는 제국군의 추격을 피해 츄바카의 고향별 격인 카쉬이크 행성으로 도주한다. 그 곳에는 (황당하게도) 츄바카의 가족들이 있었다! 더 충격적인 이야기를 하자면, 츄바카는 이미 ‘유부남’ 이었고 그에게는 ‘럼피’라는 아들도 있었다! <스타워즈 홀리데이 스페셜>에는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된 부분도 포함되어 있는데, 여기서 처음 소개된 캐릭터가 바로 현상금 사냥꾼 ‘보바 펫’이다.

5. Where Are They?!

잠깐, 그런데 ‘한 솔로와 츄바카의 만남’ 부분을 루카스가 오랜 기간 구상했다고? 그렇다면 루카스는 <시스의 복수>에서 한 솔로를 등장시킬 계획이 있었단 말인가? 물론이다. 실제로 루카스가 처음 쓴 <시스의 복수> 초고에는 한 솔로가 명확하게 묘사되어 있다. 앞서 잠시 언급한 것처럼 한 솔로는 <시스의 복수>의 시간대에서는 ‘10대 소년’이었다.

<시스의 복수>의 초고에서 ‘소년’ 한 솔로는 카쉬이크 행성에서 ‘의심스러운 신호를 주고받는 드로이드’를 발견하고 요다에게 알려준다. 요다와 한 솔로는 신호를 추적해 그것이 그리버스 장군(분리주의자 드로이드군의 리더)이 있는 우타파우 행성에서 온다는 것을 알게 된다. 요다는 이 사실을 제다이 평의회에 알리고, 메이스 윈두는 그리버스 장군을 잡기 위해 오비완을 보낸다. 초고에 따르면 한 솔로는 짧은 시간 등장하지만 제법 중요한 역할을 맡는 셈이다. 그러나 루카스는 고심 끝에 결국 한 솔로를 삭제하고 그의 ‘과거사’를 팬들의 상상력에 맡기게 된다(최종 각본에서 그리버스 장군의 위치를 알려주는 이는 팰퍼틴으로 바뀐다).

한 솔로와 츄바카 (에피소드 4)

<시스의 복수>의 끝부분에는 클래식 삼부작의 팬이라면 환호성을 지를 반가운 얼굴이 또 하나 등장한다. 바로 ‘타킨 총독’이다. <에피소드 4: 새로운 희망>에서 타킨 총독의 역을 맡았던 이는 영국의 명배우 피터 쿠싱이었는데, 그의 강렬한 인상 덕분에 타킨은 다스 베이더와 더불어 시리즈에서 가장 인상적인 악역으로 기억된 바 있다. 많은 팬들이 타킨 총독의 모습을 <시스의 복수>에서 다시 볼 수 있기를 원했으며, 루카스는 그들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그런데 여기에는 한 가지 문제가 있었으니, 바로 타킨 역을 맡았던 피터 쿠싱이 이미 고인이 된지 오래라는 점이었다. 한때 루카스는 컨셉 아티스트 이안 멕케이그의 제안에 따라 <에피소드 4: 새로운 희망>의 촬영 분을 ‘재활용’한다는 구상을 하기도 했다. 즉, 영화 속에 포함되지 않은 <새로운 희망>의 촬영 분 중 적당한 장면을 골라 CG 수정작업을 한 뒤 <시스의 복수>에 삽입한다는 것. 만일 루카스가 타킨 총독의 대사를 쓴다면 CG를 통해 피터 쿠싱의 입이 움직이는 모습이 적절히 그려질 예정이었다. 그러나 결국 이 계획도 후에 철회되었다.

호러 명우 피터 쿠싱이 연기한 타킨 총독 (에피소드 4)

<시스의 복수>에서 타킨의 역은 피터 쿠싱과 닮은 배우 웨인 피그램이 맡았는데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그는 한 줄의 대사도, 클로즈업 장면도 없다. 루카스는 피터 쿠싱의 강렬한 카리스마를 기억하는 관객들이 ‘어? 자세히 보니 모습이 좀 다른데?’라고 생각할 기회를 원천적으로 봉쇄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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