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1]
제72회 아카데미상 [2] - 수상멘트
2000-04-04
글 : 황혜림
글 : 박은영

작품상

댄 징크스·브루스 코헨 <아메리칸 뷰티>

댄 징크스/ 지금으로부터 2년 전, 앨런 볼의 <아메리칸 뷰티> 시나리오를 건네받았다. 섹스와 마약, 호모 포비아, 협박과 부정, 도시의 가족 붕괴를 다룬 내용이었다. 그리고 그 아수라장 한가운데 “세상에는 아름다운 게 너무 많아서 가슴이 벅차다”고 말하는 소년 리키가 있었다. 그리고 관객은 그가 무엇을 말하려 하는지 정확히 알 수 있었다. 샘 멘데스, 이 시나리오를 받아들이고, 세계 각지의 관객을 감동시킬 만한 영화로 아름답게 영상화해준 데 대해 감사드린다.

브루스 코헨/ 케빈 스페이시, 정말 고맙다. 누구와도 비교 못할 연기를 보여준 아네트 베닝, 그리고 우리 배우, 스탭 모두에게 감사하다. 당신들 모두 대단했다. 이 상을 함께 나누고 싶다. 2년 전 이 시나리오를 모두 내쳤지만, 드림웍스는 받아들였다. 글렌 윌리엄스, 스티븐 스필버그, 드림웍스 직원들에겐 아무리 감사의 말을 전해도 부족할 것이다. 우리가 만들고 싶은 영화를 만들 수 있도록 창작의 자유를 줬고, 열정적으로 배급하고 홍보해줬다. 친구와 가족들에게 감사한다. <아메리칸 뷰티>의 제작진과 스탭을 대표해 아카데미에 감사한다. 참여 자체가 기쁨이었던 작품으로 이런 엄청난 영광을 누리게 되다니, 이건 내 생애 최고의 순간이다. 고맙다. 정말 고맙다.

감독상

샘 멘데스 <아메리칸 뷰티>

당황스럽다. 이런 훌륭한 감독들과 함께 후보에 오를 수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내게는 대단한 영광이다. 영국 극장에서 일하던 젊은 녀석에게 미국 도시 근교 중산층 가정에 관한 영화를 맡기고 지지해준 젊은 스튜디오 드림웍스에 감사드린다. 글렌, 데이비드, 제프리, 그리고 내게 시나리오를 건네주고 이 트로피를 건네준 스티븐 스필버그에게 감사한다. 당신은 정말 지혜로운 사람이다. 판타스틱하고 판타스틱한 우리 배우들, 고맙다. 당신들 덕이다. 이 영화를 위해 몸을 바친 케빈, 아네트, 크리스, 그리고 젊은 스타 삼인방, 웨스, 도라, 그리고 미나, 고맙다. 이 영화에 참여한 나의 많고 많은 동료들에게 정말 감사드린다. 프로듀서 댄 징크스와 브루스 코헨에게도. 콘라드, 당신은 진정한 아티스트다. 판타스틱한 음악을 만들어준 톰 뉴먼, 그리고 디자이너들에게 감사한다. 편집자 러스, 토라 커크에게도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다. 런던 극장에서 나와 함께 일해온 동료들, 고맙다. 프림로즈 힐에서 TV를 지켜보고 있을 친구들, 나를 위해 오늘밤 한잔 해라. 사우스런던에서 TV를 보고 계실 부모님께도 인사 전한다. 기발한 시나리오를 쓴 앨런 볼, 고맙다. 그리고 이 영화를 만드는 데, 많은 영감을 준 나의 우상 빌리 와일더에게 감사드린다. 앞으로 당신의 10분의 1만이라도 따라갈 수 있다면, 난 정말 행복한 사람일 거다. 이 모든 이들에게, 그리고 아카데미에 감사한다. 고맙다.

남우주연상

케빈 스페이시 <아메리칸 뷰티>

오늘이 내 인생의 하이라이트다. 앞으로 내리막길만 남아 있는 건 아니어야 할 텐데. 먼저 나의 연기에 많은 영감을 주고,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 정신적 지도자가 돼준 나의 오랜 친구에게 감사드리고 싶다. 잭 레먼, 당신이 어디에 있든 감사, 감사, 감사드린다. 내 약점을 들추곤 하는 친구들, 날 사랑해서 그러는 거 다 안다. 그래서 더욱 레스터 연기를 즐길 수 있었다. 그의 추악한 점을 깨달아가면서, 점점 더 그를 사랑하게 됐으니까. 어떤 사람의 어떤 행동도, 커다란 맥락에서 볼 때 용서받을 수 있다는 걸 알았다. 내가 이 영화를 좋아하는 또다른 이유는 아름답기 때문이다. 샘 멘데스, 앨런 볼의 시나리오에서 일상의 진정한 아름다움을 읽을 수 있었다. 배우가 된 게 자랑스럽다. 난 이 일을 지키기 위해 노력해왔다. 머릿속이 멍해서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군. 다이앤, 내가 옳은 일을 할 수 있도록 도와줘서 고맙다. 그리고 사랑한다. 그리고 어머니, 사람들은 이런 쇼에 어머니를 대동한다고 흉을 보지만, 난 계속 모시고 올 겁니다. 자랑스럽고, 사랑하는 분이니까요.

여우주연상

힐라리 스왱크 <소년은 울지 않는다>

정말 고맙다. 오랜 여행을 끝낸 기분이다. 3년 반 전만 해도 이런 영화는 만들어지지 못했을 거다. 우린 200만달러도 안 되는 돈으로 이 영화를 만들었고, 오늘 여기까지 왔다. 정말 경이로운 일이다. 이렇게 중요한 영화를, 그리고 나를 알릴 수 있는 기회를 준 아카데미에 감사한다. 이 작업에 참여할 수 있어 정말 기뻤다. 특별한 비전을 갖고 이 영화의 제작을 추진해온 감독 킴벌리 피어스에게 감사한다. 유능한 촬영기사 짐, 나를 캐스팅하기 위해 싸워준 캐리 바든과 제니퍼 맥나마라, 클로에 세비니를 비롯한 동료 배우들, 이 작은 영화를 위해 애써준 폭스 서치라이트, 정말 고맙다. 연기 코치 래리 모스, 당신이 없었다면 그런 연기를 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리고 어머니께 감사한다. 이제 거의 끝나간다. 정말이다. 이 영화를 무사히 완성할 수 있게 도와준 독립영화 채널에도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다.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한 사람이 남았다. 우리 모두에게 영감을 준 브랜든 티나에게 감사드린다. 남 아닌 자기 자신이 되라는, 마음의 소리를 따르라는 그의 정신은 영화를 통해 이 세상에 전파될 것이다. 나와 다른 남을 인정하고, 그 차이와 다양성을 축복하는 세상을 위해 기도하겠다.

남우조연상

마이클 케인 <사이더 하우스 룰스>

다른 후보들이 호명되는 걸 보면서 그들의 연기가 어땠는지 생각하고 있었다. 그리고 시상자 멘트가 “수상자는”(the winner is)에서 “오스카의 주인은”(the oscar goes to)으로 바뀌었구나, 수상자를 가리기 힘든 부문이 있다면 바로 남우조연상 부문이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지금 내가 수상자라는 생각도 별로 들지 않는다. 자, 여기 마이클(클라크 던컨)을 보자. 솔직히 이름은 낯설지만 연기만은 대단했다. 대스타 자리를 예약해놓은 주드(로)도 있다. 톰 (크루즈), 만약 당신이 수상했다면, 개런티가 폭락했을 거다. 조연 배우들이 얼마나 적게 받는지 당신은 모를 거다. 우리는 트레일러도 하나밖에 못 받는다. 그것도 아주 작은 걸로. 대단한 배우 할리 오스먼트가 저기 있군. 네 영화를 보면서, 아, 탈락자가 있다면 그건 나겠구나, 생각했단다. 진심이다. 모두가 최후에 웃는 사람들이 되길 바라는 맘으로, 당신들을 대신해 여기 올라와 있다. 서둘러야 한다는 걸 알고 있지만, 오랜만에 올라왔으니, 시간을 좀더 달라. 미라맥스의 하비, 밥 와인스타인에게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다. 재능있는 감독 라세 할스트롬, 그리고 동료 배우들에게 감사하다. 토비 맥과이어, 새를리스 테론, 제인 알렉산더, 그들 모두 연기가 아닌 생활, 삶 그 자체를 보여줬다. 나의 두 딸 도미니크와 타샤, 그리고 아내에게 감사한다.

여우조연상

안젤리나 졸리 <처음 만나는 자유>

여기 이 자리에서 기절한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게 이상하다. 너무나 충격받았다. 여기 오빠와 같이 왔는데, 좀 전에 날 안고 사랑한다고 말해줬다. 날 자랑스러워한다는 걸 안다. 그래서 고맙다. 컬럼비아에도 감사한다. 위노나(라이더), 정말 대단한 배우다. 우리 모두의 연기에 많은 뒷받침을 해줘서 고맙다. 이 영화에 나온 모든 소녀들, 정말 멋졌다. 날 사랑해준 우리 가족, 정말 고맙다. 어머니, 당신은 이 세상에서 가장 용감하고 아름다운 분이세요. 그리고 아버지(존 보이트), 당신은 유능한 배우지만, 아버지로서 더 훌륭해요. 내 오빠 제이미, 당신이 없었다면, 난 아무것도 못 됐을 거다. 당신은 내가 아는, 가장 강인하고 멋진 남자다. 사랑한다. 정말 고맙다.

“탈버그상이냐 백악관이냐? 탈버그상이지”

어빙 탈버그상 수상한 워런 비티

유니버설 스튜디오와 MGM을 거친 거물 프로듀서 어빙 탈버그를 기리며 영화 발전에 기여한 프로듀서에게 수여하는 명예상인 어빙 탈버그상이 ‘결코’ 아카데미의 하이라이트는 아니다. 그러나 배우로 더 친숙한 워런 비티가 수상한 올해는 달랐다. 지난해부터 대통령 출마설을 흘리며 워싱턴 이주를 준비하던 정치가 지망생 워런 비티가 ‘당분간’ 할리우드에 남기로 결정한 데 대한 감사 인사일까. 올 아카데미는 멀리 폴란드에서 날아와 평생공로상을 수상한 안제이 바이다보다 그들의 배우 워런 비티에 대한 소개와 시상에 더 많은 시간과 공을 들였다.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 <샴푸> <레즈> <딕 트레이시> <불워스>에 이르는 대표작 하이라이트와 동료 배우 아네트 베닝, 페이 더너웨이 등의 인터뷰 화면이 소개됐고, 시상자로 나온 잭 니콜슨은 워런 비티의 재능과 낙관성을 치하하면서 “이런 사람이 하마터면 정계로 빠질 뻔했다”며 다시 불거질지 모를 외도의 위험을 원천봉쇄했다. 워런 비티도 수상 소감에서 “탈버그상과 백악관, 둘 중 하나를 택하라면, 탈버그상쪽”이라며, 아카데미의 열띤 환영에 화답했다.

30년 넘는 영화 경력을 쌓아온 워런 비티는 연기, 연출, 제작, 각본 등 다방면에서 아카데미 후보에 14번이나 지명됐다. <헤븐 캔 웨이트>와 <레즈>로는 4개 부문에 동시 노미네이트됐고, 미국 기자의 러시아혁명 참관기 <레즈>로 최우수감독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최근 자신의 급진적인 정치성향을 반영한 <불워스>를 제작하고 연출한 이래, 열성적인 민주당원에게 수여하는 엘리너 루스벨트상을 받는 등 정치가로의 전업이 임박했음을 알렸지만, 장고 끝에 정계 투신을 유보했다. 최근엔 <타운 앤 컨트리>의 막바지 촬영에 여념이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워런 비티의 ‘결단’을 기다려온 지지자들은 그를 백악관으로 보내려는 꿈을 접지 않고 있다. 미국 정계와 상관없는 페드로 알모도바르도 “워런과 아네트 커플에겐 뭔가 특별한 정치적 파워가 있다. 실행에 옮기길 유보했다니 안타깝다”고 말할 정도. 어쨌든 영화에 매진하겠다는 이들의 결정을 지지한다는 할리우드의 공식 입장이 이번 아카데미 시상식을 통해 드러난 셈이다. 강력한 수상 후보였던 아네트 베닝이 여우주연상을 놓치는 이변이 벌어지긴 했지만, <아메리칸 뷰티>의 선전과 더불어 올 아카데미 시상식의 최대 이슈는 이들 워런 비티 부부의 할리우드 귀환 신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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