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타]
연애 ‘선수’들의 수다, <연애의 목적>의 박해일+강혜정 [1]
2005-06-02
글 : 오정연
사진 : 오계옥

26살의 발랑 까진 영어선생 이유림은 만난 지 이틀밖에 안 된 여자에게 다짜고짜 같이 자자고 조른다. 27살 먹은 늦깎이 교생 최홍은 기습 뽀뽀를 감행한 남자의 뒷모습을 향해 알 듯 모를 듯 피식 웃음을 날리는 여유를 부린다. 강간에 다름없는 ‘사건’을 저지르고도 상대가 자기를 무시한다며 천연덕스럽게 삐치는 이 남자도 문제지만, 그런 남자의 눈치를 보다가 “나랑 자려면 50만원 내”라고 손을 내미는 이 여자도 만만찮다. 어두울 때는 잠을 못 이루고 사람 많은 곳에서는 제대로 먹질 못한다는 그녀와 주말에 찾아와서 집안일을 거드는 여자친구는 거들떠보지도 않고 게임에 열중하는 그. 두 사람 모두, 분명 정상은 아니다. 그런데 가만히 보고 있자니, 왠지 정이 간다. 6년을 사귀어 “부모 같고 자식 같은” 여자친구가 있으면서 딴 여자에게 “다른 게 아니라, 연애만 하자”고 수작을 거는 그의 뻔뻔함이나, 3년을 사귄 번듯한 남자친구를 두고도 못 이기는 척 다른 남자의 요구를 들어주고야 마는 그녀의 능청스러움이, 예사롭지 않다. <연애의 목적>은 세상 모든 러브스토리를 한곳에 모으고 공통점을 뽑아서 만든 영화가 아니다. 유림과 홍의 대담무쌍한 관계를 세밀하고 생생하게, 그러나 불친절하게 기록한 결과다. 말과 행동이 다르고, 앞의 말과 뒤의 말이 일관되지 않는 등 실제 연인들의 속성까지 그대로 가져오다보니, 인물의 감정을 설명해줄 수 있는 중요한 연결고리 대부분은 괄호 안으로 자취를 감췄다. 남는 것은 알다가도 모르겠는 유림과 홍의 표정과 대사, 행동뿐이다.

<살인의 추억> <인어공주> 등에서 비중은 작더라도 한없이 깊은 파장을 그려내는 인물을 소화했던 박해일과 <올드보이> <컷> 등 ‘센’ 영화 속 중요한 키워드로 야무지게 자신의 몫을 다했던 강혜정. 예사롭지 않은 필모그래피를 자랑하는 이들은, 평범해서 현실적이고 솔직해서 특별한 <연애의 목적>을 만만찮은 숙제였다고 말한다. 기자시사회에서 완성된 영화를 처음으로 함께 관람한 뒤 애써 설명하려 들지 않는 인물들을 전달하기 위해 씨름했던 두 사람이 솔직한 수다의 시간을 가졌다. 둘은 유림과 홍의 진심과 본심에 대해 미세한 차이를 드러내면서도 결국은 영화 속 인물들을 이해하고 믿을 수밖에 없었다고 말한다. 그 모습이, 까다로운 연애의 끝에서 몰라보게 성장한 세상의 모든 연인들을 연상시킨다.

박해일은 현재 <소년, 천국에 가다>를 촬영 중이며, 이후 <괴물>에 출연할 예정이다. 아사노 다다노부와 함께 펜엑 라타나루앙 감독의 <보이지 않는 물결>에 출연했던 강혜정은 또 다른 출연작 <웰컴 투 동막골>의 개봉을 기다리고 있다. 영화의 결말 이후 어떻게 변화할지 알 도리가 없는 영화 속 유림, 홍과 달리 새로운 영화를 향해 후회없이 빠져드는 이들 각자의 짜릿한 연애는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장소협조 스토리바 모놀 박해일 헤어 정준(라 뷰티코아)·메이크업 나니(라 뷰티코아)·스타일리스트 이민형, 구은선·의상협찬 휴고 보스 강혜정 헤어 서언미(뮤제)·메이크업 김수희(뮤제)·스타일리스트 김재아·의상협찬 로베르토 까발리, 셀린, 오브제, 레이카라테레, 수콤마보니, 제이에스티나, 블루마린, 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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