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스타워즈 사가> 명장면 베스트 20 (1)
2005-06-03
글 : 김정대

<스타워즈> 6부작을 마감하는 <에피소드 3: 시스의 복수>의 국내 개봉을 기념하는 뜻에서 이미 DVD로 출시된 5개의 <스타워즈> 에피소드들 중 '특히 기억할 만한 명장면' 20개를 엄선하여 관련된 뒷이야기들과 함께 소개한다. <스타워즈> 시리즈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모든 분들을 위한 훌륭한 '잡학 사전'이 될 것이다.

1. "내가 바로 네 애비다!" - <에피소드 5: 제국의 역습> 중 (DVD 챕터 46)

<제국의 역습> 제작 당시 조지 루카스는 할리우드 영화사상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의 대규모 스포일러 봉쇄작전을 펼쳤다. 조금 과장해서 '영화의 성패 자체를 이 작전의 성공여부에 걸었다'고 까지 말할 수 있다. 대부분의 스탭들은 영화의 결말에 대해 전혀 알지 못했으며, 배우들 역시 동료 배우들의 대사가 지워진 각본을 받기도 했다. 루카스가 이렇듯 '철두철미한' 스포일러 봉쇄작전을 전개했던 가장 큰 이유는 바로 감정 흐름상 '막판의 핵폭탄'이라 할 수 있는 이 장면 때문이었다.

어빈 커시너는 루크 스카이워커 역을 맡았던 마크 해밀에게도 해당 장면의 촬영 직전에야 '다스 베이더의 정체'를 알려주었다. 다른 배우와 스탭들의 각본에는 베이더의 유명한 대사 'I am your father' 대신 '가짜 대사'가 적혀있었다. 마크 해밀은 베이더가 루크의 아버지라는 사실을 알고 소스라치게 놀랐으며, 이 때 그가 받은 '충격'은 바로 이 장면에서 루크의 표정으로 생생하게 옮겨졌다.

여담이지만, 이 장면을 찍을 때 다스 베이더 역을 맡은 데이빗 프로우스는 'I am your father' 대신 이런 대사를 말하고 있었다. "너는 진실을 모른다. 오비완이 너의 아버지를 죽였다!" 프로우스는 다스 베이더의 목소리 더빙을 맡은 제임스 얼 존스가 '진짜 대사'를 녹음하기 전까지 자신이 내뱉은 대사 내용이 그대로 영화 속에 등장할 것으로 믿었다. 제임스 얼 존스는 녹음 직전에야 '진짜 대사'를 전달받았는데, 그것을 본 뒤 이렇게 중얼거렸다. "다스 베이더가 '뻥'을 치고 있군!"

데이빗 프로우스와 마크 해밀은 이 장면을 찍을 당시 연기에 큰 고충이 있었는데, 그 이유는 바로 '바람' 때문이었다. 특수효과 스탭들은 이 장면의 극적 효과를 위해 밑에서 거대한 선풍기를 여러 대 가동시켜 세찬 바람을 일으켰는데, 이 때문에 배우들은 몸도 제대로 가누기 힘든 상황에서 연기를 해야 했다. 바람이 얼마나 셌으면 '다스 베이더의 헬멧이 덜렁덜렁 흔들리는 옥의 티' 장면까지 탄생했겠는가?!

스포일러 봉쇄작전의 결과는 한 마디로 '대성공'이었다. <제국의 역습>의 개봉 시 관객들이 이 장면에서 받은 충격은 그야말로 어마어마한 것이었다. 베이더가 '걸작 대사'를 내뱉는 순간 극장 곳곳에서 관객들의 비명 소리가 들렸다. 생각지도 못한 '날벼락'을 맞은 관객들은 너나 할 것 없이 턱을 떨어뜨렸고 너무 충격을 받은 나머지 들고 있던 음료수와 팝콘을 바닥에 떨어뜨린 이들도 부지기수였다.

루카스의 표현을 빌면, <제국의 역습>은 '모호함'에 관한 영화다. 이 클라이맥스 장면은 바로 '모호함'이라는 중심 테마가 부각되는 장면이기도 하다. '포스'가 '양'도 '음'도 아닌 '중성'의 것이라는 점, 다시 말해 쓰는 이에 따라 그것이 선한 힘으로도, 악한 힘으로도 발현될 수 있다는 사실은 바로 <제국의 역습>에서부터 본격적으로 강조된다.

루카스는 관객들이 <제국의 역습>을 본 뒤 '과연 베이더의 말이 사실일까?'라고 반신반의하며 극장 문을 나서길 원했다. 그의 바람대로 <제국의 역습>의 개봉 후 팬들 사이에서 '베이더의 정체'에 관한 논쟁은 끊임없이 계속되었고, 이 논쟁은 1983년 <제다이의 귀환>이 발표된 뒤에야 잠잠해졌다. <제국의 역습>이 취한 '열린 결말' 형식은 크게 히트한 상업영화의 속편으로서는 전례가 없는 파격적인 것이었으며, 이것은 <스타워즈>라는 현대 신화의 '신비성'을 무한대로 높인 가장 큰 원동력이 되기도 했다.

2. "Before Sunset" - <에피소드 4: 새로운 희망> 중 (DVD 챕터 11)

1977년 개봉 당시 '원대한 꿈을 품은' 모든 젊은이들의 가슴을 '찡하게' 했던 명장면이다. 루크 스카이워커는 진로 문제로 오웬 숙부와 다툰 후 타투인의 두 개의 태양을 바라보며 '평범한 일상에서의 일탈'을 꿈꾼다. 존 윌리엄스의 장중한 스코어와 함께 펼쳐지는 이 장면은 루카스가 가장 좋아하는 테마인 '젊은이의 여정'에 관한 신이기도 하다.

돌이켜보면 루카스가 <스타워즈 에피소드 4: 새로운 희망> 이전에 발표한 두 편의 장편영화 (<THX 1138>, <청춘낙서 American Graffiti>)도 바로 이 테마 - 즉, '좁은 세상'에 갇혀 살던 젊은이가 어느 순간 자신의 존재가치를 인식하고 더 넓은 세상으로 '탈출'한다는 이야기 -를 다루고 있다.

<새로운 희망>에서 루크 스카이워커 역으로 캐스팅 되었을 때 마크 해밀의 나이는 24살이었고, '순진하기 짝이 없는' 그의 마스크는 이런 테마를 구현할 '주인공' 이미지로는 그야말로 '딱'이었다. <제다이의 귀환>이 개봉했을 때 마크 해밀의 나이는 어느덧 32살이었다. 어찌 보면 <스타워즈> 클래식 삼부작은 그 자체로 좁은 세상에 갇혀 살던 '순진한 미소년(?)' 루크 스카이워커가 더 넓은 세상으로 나아가기 위해 치러야 했던 '혹독한 성인식' 과정인 셈이다.

3. "Great shot, kid!" - <에피소드 4: 새로운 희망> 중 (DVD 챕터 47)

<새로운 희망>의 특수효과 장면은 할리우드 영화사의 '제 3의 혁명'이라 부를 수 있을 정도로 경이적인 것이었다. 흔히 이 영화의 특수효과 장면은 스탠리 큐브릭의 1968년 작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와 비교되곤 하지만, 두 영화 사이의 기술력의 격차는 사실 '비교가 불가능할' 정도다.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에서는 (모두 합해봐야) 35개의 특수효과 쇼트가 등장했지만, <새로운 희망>의 특수효과 쇼트의 수는 무려 363개에 달한다. 특수효과 역사의 선구자적 인물인 더글라스 트럼불이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를 위해 개발한 기법은 '평면적'인 것에 가까웠던 반면, (트럼불의 '수제자'이기도 했던) 존 다이크스트라가 <새로운 희망>을 위해 선보인 기법은 이보다 두 단계 정도 업그레이드 된 '입체적' 기법이었다.

이전의 SF영화들과는 달리 <새로운 희망>에서는 우주선들의 다채로운 움직임을 '모든 각도'에서 자유자재로 보여준다. 게다가 여기 등장하는 우주선들은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의 그것처럼 느릿느릿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상상을 초월하는 스피드로 우주 공간을 종횡무진 누비는 것들이었다. 특히 클라이맥스를 장식하는 (반란군 전투기들의) '데스 스타 폭격' 장면은 ILM이 새로 개발한 '모션 컨트롤 기법'(컴퓨터를 이용해 카메라를 제어하는 혁신적인 특수촬영 기법)의 정수를 보여주는 놀라운 장면이었다(10분에 불과한 이 클라이맥스 신을 제작하는 데는 무려 8주가 소요되었다!).

이전의 SF 영화에서는 꿈도 꾸지 못했을 가공할 스피드로 전개되는 '데스 스타의 공격 신'은 전 미국, 아니 전 세계의 관객들을 전율케 했다. <새로운 희망>의 개봉 당시 이 장면은 그 자체로 오랫동안 할리우드 SF 영화들이 뛰어넘어야 할 '높은 장벽'이 되어버린 듯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이 '장벽'은 불과 3년 뒤, <새로운 희망>의 속편인 <에피소드 5: 제국의 역습>에 의해 '가볍게' 무너지고 만다.

4. "I love you!"... "I know!" - <에피소드 5: 제국의 역습> 중 (DVD 챕터 40)

<스타워즈> 열혈 팬들이 가지고 있는 고정 관념 중 하나는 '<스타워즈>는 남성들의 전유물이다'라는 것이다. 다른 흥행작들에 비해 <스타워즈>에서 '마초성'을 강조하는 요소가 많은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소 의외겠지만) <스타워즈>시리즈는 '생각보다 훨씬 많은 수'의 여성 팬을 보유하고 있다. 실제로 미국에서 열린 각종 <스타워즈> 관련 행사에서 전체 참여자 중 여성 팬들이 차지했던 비율이 무려 40%에 달했다는 놀라운 통계도 있다.

더욱 놀라운 것은 클래식 삼부작의 '홍일점'이었던 레아 공주가 여성 팬들의 '절대적인' 인기를 끌었다는 사실이다. 클래식 삼부작 중 이들 여성 팬들이 가장 좋아한 에피소드는 단연 <제국의 역습>이며, 여기에서 여성 팬들을 '그로기 상태'로 몰아넣은 '문제의 장면'은 바로 이 '탄소 냉동장치' 신이다. 탄소 냉동장치에 갇히기 직전, "사랑해요"라는 레아의 외침에 한 솔로는 (모든 관객들이 예상한 '나도 사랑해!'라는 대답 대신) 짤막하게 "알아요!"라고 대답한다.

이 기막힌 장면을 만든 일등 공신은 다름 아닌 한 솔로 역을 맡았던 '해리슨 포드'다. 다소 의외겠지만 이 장면은 각본대로 연출된 것이 아니다. <제국의 역습>의 감독을 맡은 어빈 커시너와의 스토리 회의 도중 해리슨 포드는 바로 이것을 커시너에게 제안했고, 일종의 '즉흥 연기' 형식으로 그것을 그대로 연기로 옮겼다. (DVD에 부록으로 실린 어빈 커시너의 회상 내용이나 IMDB의 trivia 섹션의 내용은 이것과는 약간 다르다. 그러나 이 부분은 당시의 상황을 있는 그대로 기록한 저널리스트 A. 아놀드의 채록문이 가장 객관성이 있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여기에서는 채록문의 내용을 그대로 언급했다.) 어빈 커시너는 그 결과를 보고 크게 감탄했고 결국 이 장면은 판타지 영화사상 길이 기억될 '명장면'이 되었다.

5. "Godzilla Attack?" - <에피소드 5: 제국의 역습> 중 (DVD 챕터 14)

<제국의 역습>에는 전작 <새로운 희망>의 363개를 훌쩍 뛰어넘는 414개의 특수효과 쇼트가 등장한다. 그러나 <제국의 역습>에서의 특수촬영 기법의 진보는 단순히 '늘어난 특수효과 쇼트의 개수'로 가늠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세련됨과 복잡함, 정교함 등 모든 측면에서 <제국의 역습>의 특수효과 쇼트는 당시 기술력의 한계를 훌쩍 넘어선 것이라 볼 수 있다.

<제국의 역습>의 제작에 임한 ILM 스탭들의 가장 큰 난제는 바로 초반부의 '호스(얼음의 행성) 전투' 장면이었다. 이 장면의 문제는 바로 배경이 '눈밭'이라는 점이었다. 전통적으로 블루스크린을 활용한 특수촬영 장면은 합성 효과를 높이기 위해 '검은 색'의 배경과 합성되어 왔는데, 호스 전투신은 눈 덮은 설원, 그것도 '환한 대낮'을 배경으로 한 신이었기 때문에 합성의 부작용을 중화시킬 장치가 전혀 없다는 것이 문제였다. 결국 10분 남짓한 호스 신을 완성하기 위해 ILM의 특수효과 팀은 자그마치 1년이라는 시간을 투자해야 했다.

그러나 이들의 노력은 헛되지 않았다. 물론 후에 SE 버전이 나오면서 다소 미진했던 부분이 CG로 보완되긴 했지만, 이 장면은 보완되지 않은 오리지널 버전 자체로도 (제작 당시의 기술력을 감안한다면) 거의 허점을 찾기 어려울 정도로 정교하게 만들어진 신이었다. 특히 '낙타 모양'을 한 제국군의 지상 전투 병기 AT-AT의 공습장면은 호스 전투 신의 하이라이트다. AT-AT의 이동 모습은 미니어처 모델을 활용하여 촬영되었는데, 사실적인 움직임을 창출하기 위해 전통적인 '스톱-모션(Stop-motion)' 기법에서 진일보한 '고-모션(Go-motion)' 기법이 최초로 활용되기도 했다.

AT-AT의 거대한 몸체가 시야에 들어오기 직전 '육중한 진동소리'로 리얼한 긴장감을 자아내는 부분도 눈여겨볼만 하다. 이 재미있는 '트릭'은 후에 <쥬라기 공원>과 <고질라>에서 그대로 응용되었다.

6. "Speed does matter!" (1) - <에피소드 6: 제다이의 귀환> 중 (DVD 챕터 21)

<스타워즈> 6부작을 유심히 보신 분들은 각 에피소드마다 예외 없이 '스피드'를 극도로 강조한 추격 신이 한 개 이상 삽입되었다는 사실을 눈치 채셨을 것이다. 이것은 루카스의 오랜 개인적 관심사(그는 청년 시절 열렬한 '카레이싱' 광이었다)가 그대로 반영된 결과다. <제다이의 귀환>에서 특히 인상적이었던 '스피더 바이크' 신에서 이러한 루카스의 개인적 취향은 극명하게 드러난다. '스피더 바이크' 신은 <제다이의 귀환> 전체의 성패를 건 야심적인 장면이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특수효과맨 데니스 뮤렌은 이 장면을 위해 '특별한 기법'을 고안했는데, 그것은 바로 '스톱-모션 애니메이션 기법'의 원리를 이용한 것이다. '스톱-모션 애니메이션 기법'은 기본적으로 '만화영화'와 동일한 방식을 통해 사물의 움직임을 만들어내는 것인데, 데니스 뮤렌은 이 기법을 '사물'이 아닌 '배경'을 움직이는 데 응용했다. 즉, 삼나무 숲 배경을 초당 1프레임으로 촬영한 뒤 빠른 속도로 재생시켜 극도의 스피드감을 창출하는 것. 이것은 당시로서는 전례가 없는 획기적인 시도였다.

삼나무 숲의 촬영은 스테디캠 전문가 가렛 브라운(스테디캠 기법의 개발자이며 <샤이닝>의 스테디캠 쇼트로도 유명하다)이 맡았는데, 그가 찍은 촬영분은 '인간의 작품'인 관계로 빠른 속도로 재생하게 되면 초점이 안 맞고 심한 흔들림이 느껴지는 등의 문제가 발생하기도 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이런 '아날로그 촬영의 한계'는 이 장면의 사실감과 긴박감을 더욱 높이는 데 결정적인 공헌을 했다. 즉, 다소 '불안정한 구도의' 이 추격 장면을 보며 관객들은 마치 자신이 '안전장치가 없는' 스피더 바이크에 타고 있는 듯한 극도의 긴장감을 느꼈던 것이다. 덕분에 이 장면은 <제다이의 귀환> 중 가장 인상적인 장면으로 관객들의 뇌리에 남게 되었다.

7. "Speed does matter!" (2) <에피소드 1: 보이지 않는 위험> 중 (DVD 챕터 20)

'스피드'에 관한 루카스의 집착은 당장 <스타워즈> 프리퀄 삼부작 중 첫 번째 작품인 <에피소드 1: 보이지 않는 위험>의 '분타 이브 클래식(포드 레이싱)' 신에서부터 극명하게 드러난다. 이 장면은 여러 면에서 <제다이의 귀환>의 '스피더 바이크' 추격 신을 모델로 한 것이라 볼 수 있다. 실제로 기획단계에서 특수효과 스탭들은 이 신을 '스피더 바이크' 신처럼 실제 배경을 촬영한 뒤 그것을 CG로 만든 포드 레이서들과 합성시켜 완성한다는 계획을 세운 바 있다.

그러나 시각효과 감독인 존 놀은 <보이지 않는 위험>이 '디지털 세대'를 위한 작품인 만큼 '아날로그 기법'으로 제작된 클래식 삼부작과는 분명한 차이를 두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가 제안한 것은 '배경을 몽땅 컴퓨터 그래픽으로 그려 낸다'는 것. '스피더 바이크' 신이 그랬듯, 이것 역시 '전례가 없던' 시도였다. 루카스는 그의 제안을 듣고 반신반의 했으나 CG로 만든 '데모 영상'을 본 뒤 그의 제안을 전격 수용하게 된다. 그러나 결과적으로는 '최소한의 리얼리티'를 보장하기 위해 약간의 실사 촬영분도 여기에 삽입되었다.

제작년도와 기술력의 격차를 생각하면 당연한 것이겠지만, 이 장면은 '스피더 바이크' 신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의 엄청난 스피드와 이음매 없는 정교한 합성 수준을 자랑한다. 또한 이 장면은 의도적으로 윌리엄 와일러의 고전 <벤허>의 '막시무스 경기장 전차 경주' 신을 본떠서 제작되기도 했다.

특기할만한 사실은 이 장면에 등장한 수많은 '군중들'은 대부분 CG를 이용하여 '뻥 튀기' 된 것이라는 점이다. 즉, 경기장 세트 중 일부만을 짓고 소수의 군중 엑스트라를 활용하여 기본 촬영을 한 뒤 CG를 이용해 '스펙터클한 신'으로 확장시킨 것이다. <글래디에이터>에서 이와 유사한 기법이 사용이 되었으나, <보이지 않는 위험>에서의 그것은 이와 비교했을때 보다 완성도가 높은 것이었다. 이 장면은 한 때 거의 자취를 감춘 것으로 여겨졌던 '할리우드표 초대형 스펙터클 영화'가 머지않아 첨단 디지털 기술을 매개로 하여 찬란히 부활할 것이라는 사실을 넌지시 암시한 의미심장한 신이다.

8. "It's a trap!" - <에피소드 6: 제다이의 귀환> 중 (DVD 챕터 33)

<에피소드 6: 제다이의 귀환>을 제작하며 특수효과 팀이 봉착한 난관은 다름 아닌 앞선 두 편의 에피소드가 쌓아올린 '거대한 공적'이었다. 전편들의 '맹활약'으로 인해 '특수효과장면'에 대한 관객들의 '눈높이'는 이미 '측정 불가'의 수준으로 높아져 있었다.

이런 관객들의 기대치를 충족시키기 위해 <제다이의 귀환>의 특수효과 팀원들은 전편들의 그것을 훌쩍 능가하는 혁신적인 특수효과 장면들을 만들어내야만 했다. 이를 위해 루카스는 특수효과 쇼트의 제작비로만 8백만불(<새로운 희망>의 '전체' 제작비에 해당하는!)이라는 거액을 투자했다. 그리고 결국 ILM 팀은 루카스의 기대대로 '영화사에 길이 남을 황홀한 특수효과 쇼트'를 만들어내는 데 성공했다.

그 중 가장 돋보인 쇼트는 바로 두 번째 데스 스타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우주 공중전 장면. 이 장면의 연출을 진두지휘한 이는 켄 랄스톤이었다. 그는 <제국의 역습>에서 밀레니엄 팔콘 호가 타이 파이터 기의 추적을 피하며 소행성들 사이로 곡예비행을 하는 멋진 장면을 연출해 루카스에게 '눈도장'을 받은 바 있는데, 특수효과 쇼트 중 <제다이의 귀환>의 하이라이트라 할 만한 이 장면에서도 자신의 능력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아마도 실감하지 못한 분들이 많을지도 모르지만, 이 장면은 정교함이나 복잡성, 합성의 수준 등 모든 면에서 전작들의 우주 공중전 장면과는 비교가 불가능할 정도로 '업그레이드' 된 신이다.

이 장면을 보다 효과적으로 연출하기 위해 켄 랄스톤은 '비디오매틱(Videomatic)'이라는 새로운 '사전 시각화 작업' 방식을 도입했는데, 이것은 오늘날 흔히 CG로 만들어지는 '애니매틱(Animatic)'의 원조가 된 혁신적인 프리 프로덕션 방식이다. 이전까지 특수효과 장면을 연출하기 위해 흔히 활용되었던 '스토리보드'가 '정적인' 도구였다면 이것은 스피드감과 촬영 각도, 장면 배치 등 이후 완성될 쇼트의 모든 것을 한 눈에 가늠할 수 있는 '동적인' 도구였다.

랄스톤은 또한 전작들의 제작 과정을 거치며 눈부시게 발전한 모션-컨트롤 기법과 합성 기법을 총동원해 이전까지 구현이 불가능했던 박력 넘치는 장면을 여럿 창출해 냈다. 이를테면 먼 곳에서 카메라를 향해 정면으로 돌진하는 우주선이나 반대로 곡예비행을 하며 순식간에 시야에서 멀어지는 우주선의 움직임 등이 그것이다. 50여대의 우주선이 뒤엉키는 이 복잡한 우주 공중전 신은 무려 67개의 레이어를 합성한 끝에 완성되었다.

아날로그 특수효과의 정수를 보여주는 이 장면은 후에 루카스가 SE 버전을 제작할 때에도 '보완할 부분이 없다'면서 그대로 내버려두었을 정도로 '완벽'에 가까운 신이다. 배경으로 보이는 '점 같은' 작은 우주선들 중에는 랄스톤이 신던 '테니스화'도 있으니 잘 찾아보시길.

9. "생존확률 3,720:1" - <에피소드 5: 제국의 역습> 중 (DVD 챕터 20)

밀레니엄 팔콘 호는 제국군의 추격을 따돌리기 위해 소행성지대로 진입한다. C-3PO는 팔콘 호가 소행성지대를 무사히 통과할 확률은 '3,720:1'에 불과하다고 호들갑을 떤다. 이 말을 무시하듯, 한 솔로는 소행성들 사이로 아슬아슬한 곡예비행을 펼친다.

이 장면은 한 마디로 '아날로그 특수효과 기술의 진수'를 보여주는 기념비적인 신이라 할만 하다. 루카스는 이 장면이야말로 <제국의 역습> 중반부의 성패를 결정짓는 신이라 여기고 ILM에 특별히 신경을 써 줄 것을 당부했다. '구현이 거의 불가능해 보였던' 이 장면의 연출에 도전한 이는 (후에 아카데미상을 5회나 수상하게 되는) 신예 시각효과맨 켄 랄스톤이었다. 그는 이 장면의 연출에 앞서 ILM의 스탭들 앞에서 다음과 같이 '당찬 포부'를 밝혔다.

"나는 <새로운 희망>에서처럼 팔콘 호와 그것을 추격하는 타이 파이터 기가 '느릿느릿' 움직이게 하지는 않을 것이다. 자, 뭔가를 '확실히' 보여주자고! 카메라가 곡예를 하듯 움직이고 정신없이 요동치는 듯한 모습을 보여주어 관객들의 혼을 쏙 빼 놓자고!"

결국 그의 포부대로 이 장면은 상상을 초월하는 스피디한 신이 되었다. CG 기술이 정점에 이른 요즘 같으면 '식은 죽 먹기'로 만들 수 있는 이 장면도 25년 전에는 거의 구현이 '불가능할 정도'로 복잡한 신이었다. 이 장면을 위해 200개 이상의 필름 조각이 필요했으며, 그것을 합성하여 근사한 쇼트로 재구성하는 데에는 꼬박 일주일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이 장면은 '아날로그 특수효과 신'만이 창출할 수 있는 '투박하고도 리얼한' 박진감을 선사한다. 이 장면의 촬영에 쓰인 소행성 모형들은 스티로폼으로 만들어졌으며 표면만 석고로 덧씌워졌다. 켄 랄스톤은 일종의 '조크'로 이 소행성들 사이에 '감자'(모형 감자가 아닌 진짜 감자!)를 집어넣기도 했다. DVD를 소장하고 계신 분들은 '정지 화면 모드'에서 자세히 살펴보시길!

10. "다스 베이더의 헬멧 속은 과연?" - <에피소드 5: 제국의 역습> 중 (DVD 챕터 22)

<제국의 역습>의 제작을 앞두고 루카스는 한 가지 고민에 휩싸였다. <새로운 희망>을 본 팬들이 '초절정 인기 악당'으로 급부상한 다스 베이더의 정체에 대해 '말도 안 되는 가설'들을 늘어놓고 있었던 것. 혹자는 다스 베이더를 가리켜 '로봇'이라고 했고 또 다른 이는 '흉측한 외계인', 어떤 이는 '괴물'이라고까지 했다.

루카스는 관객들이 <제국의 역습>의 클라이맥스 신을 '리얼하게' 받아들이도록 하기 위해 '다스 베이더는 인간이다'라는 사실을 먼저 인식시켜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런 목적에서 어빈 커시너 감독과 함께 상의하여 구상한 장면이 바로 '다스 베이더가 헬멧을 쓰는 신'이다. 커시너 감독은 이 장면에서 '흉측한 상처가 있는 베이더의 뒤통수'만을 보여줌으로써 관객들이 상상력을 최대한 발휘하도록 유도했다.

후속작인 <제다이의 귀환>의 각본이 완성되지 않았던 당시로서는 커시너를 포함한 스탭들 중 어느 누구도 '베이더의 얼굴'이 어떻게 생겼는지를 알지 못했고, 또한 그들 역시 관객들 이상으로 그 생김새를 궁금하게 여겼다. 커시너는 자신이 느껴온 '궁금증'을 이 장면을 통해 관객들이 그대로 느끼기를 바란 것이다.

아울러 이 장면은 그 자체로 3년 뒤에 발표될 클래식 삼부작의 최종편 <제다이의 귀환>(베이더의 맨 얼굴이 드디어 드러나는!)을 위한 '초강력 티저 예고편'의 역할을 하기도 했다. 이 장면에서 베이더의 '상처'를 본 관객들은 두 가지의 감정이 교차하는 것을 느끼게 된다. 하나는 '베이더는 어쩌다 저런 상처를 입었을까?'라는 동정심(혹은 '호기심')이며 다른 하나는 '정말 끔찍한 상처군! 베이더의 얼굴은 아마도 괴물 같을 거야!'라는 공포심이다. 커시너 감독의 의도대로 <제국의 역습>이 개봉한 후 이 장면은 팬들 사이에서 큰 화제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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