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배트맨 특집 (1) - 배트맨의 탄생 과정과 역대 영상 작품 소개
2005-06-23
글 : 김송호 (익스트림무비 스탭)

6월 24일(일부 지역 및 극장에서는 23일), 새로운 배트맨 영화를 표방한 블록버스터 <배트맨 비긴즈>가 국내 공개된다. 1997년도 작품 <배트맨과 로빈>이후 8년만에 선보인 <배트맨 비긴즈>는 평단 및 관객의 압도적인 호평 속에 지난 15일 미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에서 공개된 후 지난 주말 박스 오피스 1위를 기록하는 등 현재 극장가 최대의 화제작으로 꼽히고 있다.

이에 DVD Topic에서는 극장에서 <배트맨 비긴즈>를 보기 전에 작품의 이해를 도울 수 있는 참고자료로서, 지금까지 영화 및 애니메이션 등의 다양한 영상 작품으로 이식되어 온 배트맨의 역사와 국내 및 해외에 출시된 관련 DVD 타이틀을 소개한 특집 기사를 마련하였다.

배트맨의 탄생 과정

디텍티브 코믹스 제27호

배트맨이 처음으로 모습을 나타낸 것은 1939년 DC 코믹스의 만화 시리즈 “디텍티브 코믹스(Detective Comics)” 제27호였다. 이 책에 실린 “The Case of Chemical Syndicate” 에피소드에 등장한 배트맨은 화학공업계 대부의 죽음으로 시작된 일련의 살인 사건을 통쾌하게 해결하여 독자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다. 지금은 슈퍼 히어로의 하나로 인식되고 있는 배트맨이지만(초인적인 능력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원작에서는 어디까지나 범죄 소설과 필름 느와르 영화에서 영향을 받은 세계관 속에서 독자적인 활약을 벌이는 미스테리어스한 사립탐정이나 의적의 이미지가 강했다.

배트맨을 창안한 사람은 1939년 당시 23세의 청년 만화가 밥 케인. 그는 자신이 흥미를 가졌던 다양한 문화 현상들로부터 여러 가지 설정과 이미지를 조합하여 배트맨을 만들었다.

예를 들어 낮에는 억만장자 플레이보이로 가십 기사에 오르내리는 브루스 웨인, 밤에는 박쥐 가면과 망토를 두르고 범죄와 부패로 얼룩진 고담시를 지키는 히어로 배트맨이라는 이중의 정체성은 쾌걸 조로로부터 따 온 것이며, 박쥐 형태의 배트맨 의상은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스케치에서 결정적인 영향을 받았다. 또한 경찰이나 악당들의 추격을 비웃으며 신출귀몰하는 배트맨의 활약상은 공포영화 <박쥐가 속삭이다>에서 가져왔다.

밥 케인이 그린 배트맨

케인은 자신이 구상한 이 캐릭터를 스토리 작가인 빌 핑거와 함께 완성된 작품으로 만들었고, 이것이 배트맨의 시초가 되었다. 흔히 배트맨의 아버지로 밥 케인만이 부각되곤 하지만, 배트맨이 활약할 무대와 극중의 독특한 악당들을 창조한 빌 핑거 역시 배트맨의 공동 창안자로서 평가받아 마땅하다.

배트맨이 등장한 “디텍티브 코믹스”는 즉각적인 인기를 얻어 시리즈가 꾸준히 나오게 된다. 배트맨은 곧 셀프 타이틀의 만화 시리즈로 독립하였고, 1940년에는 동료인 로빈이 처음으로 등장하였다. 여기에 계속해서 새로운 캐릭터와 악당이 추가되면서 미국 만화 특유의 방대한 세계관을 무대로 활약을 벌이게 된다.

어둠의 기사 돌아오다

배트맨은 법의 테두리 밖에서 독자적으로 범죄와 부패를 처단하는 ‘자경단원’에 해당하는 캐릭터였으나, 1950년대와 60년대를 거치면서 시간 여행을 하거나 우주를 무대로 하는 SF적 설정이 도입되는 등 시대와 유행의 흐름에 따라 많은 변화를 거치게 된다.

그러나 이러한 움직임은 1970년대 접어들어 스토리 작가 데니스 오닐과 일러스트레이터 닐 애덤스 등에 의해 원래의 어둡고 중후한 작풍으로 회귀한다. 또한 1986년 출간된 프랭크 밀러의 “어둠의 기사 돌아오다(The Dark Knight Returns)”는 배트맨의 역사에 있어 가장 중요한 작품이자 팬들의 필독서로 평가받는 걸작으로, 팀 버튼의 영화판을 비롯하여, 90년대 이후 쏟아져 나온 배트맨 관련 영상물에 커다란 영향을 끼쳤다.

영상으로 옮겨진 배트맨

<더 배트맨> The Batman (1943)

감독 : 램버트 힐리어
각본 : 빅터 머클라우드 외
주연 : 루이스 윌슨, 더글러스 크로프트, J. 캐롤 네이쉬, 셜리 패터슨, 윌리엄 오스틴

1943년판 배트맨과 로빈

콜럼비아 영화사에서 제작한 배트맨의 첫 영상 작품. 총 15편으로 구성된 ‘시리얼(serial ; 연속물)’이다. 시리얼이란 TV 시대 이전 유행한 흥행 방식으로 짧은 분량의 영화를 연속 드라마처럼 매주 한 에피소드씩 상영하는 것. 루이스 윌슨이 브루스 웨인 / 배트맨 역을, 더글러스 크로프트가 딕 그레이슨 / 로빈 역을 맡았고 악역으로는 J. 캐롤 네이쉬가 연기한 일본인 ‘닥터 다카’가 등장하였다.

원작의 악당 대신 일본인이 등장한 이유는 2차 대전 중이라는 시대적 배경과 함께 1941년의 진주만 공습 이후 미국 사회에 팽배했던 반일감정을 들 수 있다. 또한 당시 검열이 대단히 엄격했기 때문에 배트맨과 로빈은 ‘정의의 사도’라는 개념을 적용하기 애매했던 자경단이 아닌 국가 공권력의 상징으로 묘사되었다.

이 시리즈는 특히 배트맨의 비밀 기지 동굴 ‘배트케이브’를 원작보다 앞서 등장시켰다는 점에서 중요한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1966년 TV 시리즈가 대성공을 거두자 TV에서 재방영되기도 했다.

<배트맨과 로빈> Batman and Robin (1949)

감독 : 스펜서 고든 베넷
각본 : 조지 플림턴 외
주연 : 로버트 로워리, 조니 던컨, 라일 탤보트, 제인 애덤스, 랠프 그레이브스

1949년판 배트맨과 로빈. 왼쪽은 고든 경찰국장.

<더 배트맨>에 이어 콜럼비아 영화사에서 제작한 15부작 시리얼. 로버트 로워리가 배트맨 역을, 조니 던컨이 로빈 역을 맡았다. 브루스 웨인의 연인 가운데 한 명인 비키 베일이 처음으로 등장한 배트맨 영화이며, 고든 국장 역은 에드 우드의 <외계에서 온 9호 계획> <글렌 혹은 글렌다> 등 B급 장르 영화에 자주 얼굴을 비쳤던 배우인 라일 탤보트가 연기했다.

<더 배트맨>과 마찬가지로 원작의 악역들은 전혀 등장하지 않으며, 대신 ‘위저드’라는 오리지널 악당이 나온다. 위저드는 기계 장치를 마음대로 조종할 수 있는 리모콘으로 세계(정확히는 고담 시)를 위협하고, 이를 배트맨과 로빈이 막는다는 줄거리다. 배트모빌과 같은 특수 메카닉이나 여러 가지 아이템이 나오지 않고, 브루스 웨인이 배트맨 의상을 입지 않은 상태로도 경찰의 임무를 직접 수행하는 등 배트맨과 로빈은 단순히 ‘독특한 복장의 탐정들’ 정도로만 묘사된다. 이로 인해 원작의 느낌이나 캐릭터성을 제대로 살리지 못한 범작으로 평가받는다.

<배트맨> Batman (1966)

감독 : 로버트 버틀러 외
각본 : 스탠리 랠프 로스 외
음악 : 넬슨 리들 (주제가는 닐 헤프티)
주연 : 애덤 웨스트, 버트 워드, 찰스 네이피어, 스태포드 렙, 매지 블레이크

1966년판 배트맨과 로빈은 컬러풀한 의상이 돋보인다.

20세기 폭스가 제작하고 ABC TV가 방영한 배트맨의 첫 실사 TV 시리즈. 현재는 특유의 유머러스하고 캠피한 작풍으로 인해 비판을 받기도 하지만, 방영 당시에는 센세이션에 가까운 폭발적 인기를 자랑했다. 때문에 원작의 어두운 분위기를 지지하는 팬들과 이 작품의 코믹하고 유치한 매력을 사랑하는 팬들은 극명한 대립 양상을 보이기도 한다.

원래는 극장용 장편 영화로 먼저 선보인 뒤 TV 시리즈의 방영이 이루어질 계획이었으나, 제작상의 사정으로 인해 TV 시리즈가 먼저 시작했다. 총 3시즌 120화로 구성된 장편 시리즈로서, 워낙 인기를 모아 방영 초기에는 일주일에 2화씩 방영되기도 했다. 캠프의 극단을 추구한 연출은 배트맨과 로빈이 악당들과 격투를 벌일 때 ‘퍽’ ‘꽈당’ ‘쿵’ 하는 효과음을 만화의 의성어처럼 직접 스크린에 표시하는 연출을 구사하였는데, 이것은 이 프로그램의 트레이드마크가 될 정도로 반향을 일으켰다.

또한 ‘창문 카메오’ 또는 ‘배트클라임(Batclimb)’으로 팬들을 즐겁게 하기도 했는데, 이것은 배트맨과 로빈이 밧줄로 건물 외벽을 타고 올라가는 장면에서 당시의 유명 인사나 연예인들이 창문으로 고개를 내밀며 잠시 등장하는 것. 제리 루이스, 새미 데이비스 주니어, 에드워드 G. 로빈슨 등이 깜짝 출연했으며, <그린 호넷>의 주연 밴 윌리엄스와 이소룡도 얼굴을 비쳤다(아마도 배트맨과 이소룡이 한 장면에서 만난 유일한 순간이었을 것이다).

이 시리즈에서 악당 리들러 역을 맡았던 배우 故 프랭크 고신은 지난 해 SBS 드라마 <러브 스토리 인 하버드>에 케인즈 교수로 출연하여 국내 팬들에게도 낯익다. 닐 헤프티가 작곡한 주제가는 ‘배트매~앤’ 하는 후렴구가 대단히 인상적인 명곡. 훗날 프린스가 히트곡 ‘배트댄스’에 이 후렴구를 활용하기도 했다.

<배트맨> Batman (1989)

감독 : 팀 버튼
각본 : 샘 햄, 워런 스캐런
음악 : 대니 엘프먼
촬영 : 로저 프래트
프로덕션 디자인 : 앤톤 푸스트
주연 : 마이클 키튼, 잭 니콜슨, 킴 베이싱어, 로버트 울, 잭 팰런스

배트맨의 이미지를 일신한 마이클 키튼.

배트맨 탄생 50주년을 기념하여 워너 브라더스에서 3,500만달러라는, 당시로서는 엄청난 제작비를 투입하여 제작한 장편 영화. 80년대 초에 공개될 예정이었으나 제작상의 여러 가지 난관으로 인해 거의 10년 가까이 지연되었다. 그동안 감독만 해도 코엔 형제, 조 단테, 아이반 라이트먼 등이 거론되었고 주연 배우 역시 멜 깁슨, 아놀드 슈왈제네거, 커트 러셀 등 여러 명이 물망에 올랐다. 각본도 최소한 5차례 이상 다시 씌어졌다. 결국 <피위의 대모험>과 특히 <비틀주스>를 눈여겨 본 제작자 피터 거버와 존 피터스가 팀 버튼을 감독으로 기용하여 간신히 완성하기에 이른다.

지금은 ‘지나간 가십’에 지나지 않지만, 제작 초기 마이클 키튼이 브루스 웨인 / 배트맨 역으로 캐스팅되었을 때 배트맨 팬클럽을 중심으로 한 팬들의 반발은 워너의 주가에도 영향을 미쳤을 정도로 심각한 상태였다. 근육질과는 거리가 먼 평균치의 체격에 히어로 보다는 <비틀주스>에서의 괴이쩍은 코믹 이미지가 강했던 키튼을 골수팬들이 받아들이지 못했던 것은 어쩌면 당연하달 수 있겠다. 이에 워너는 이목을 끌 수 있는 ‘빅 네임’으로 악당 조커 역에 베테랑 잭 니콜슨을 영입했고, 예정을 훨씬 앞당겨 2분가량의 본편 장면을 담은 극장용 예고편을 공개하였다. 예고편을 본 팬들은 그제야 ‘엄청난 작품이 나올 것’이라는 예감을 가질 수 있었고, 그동안의 반발은 정반대로 공전의 기대감으로 바뀌게 되었다.

마침내 1989년 6월 23일 전미 2,100여개 극장에서 개봉된 <배트맨>은 개봉 첫 주에 제작비를 넘어선 4,000만달러를 벌어들임으로써 당시 이 부문의 신기록을 세웠으며, 최종적으로는 2억 5천만달러의 흥행 스코어를 기록, 명실 공히 1989년 최대의 블록버스터로 등극하였다. 프린스가 담당한 사운드트랙 앨범과 SF 작가 크레이그 쇼 가드너가 쓴 소설판도 동반 밀리언셀러를 기록하는 등, 1989년 여름 미국은 ‘배트맨 피버’에 몸살을 앓았다.

팀 버튼의 <배트맨>은 그동안의 배트맨 영상화 가운데 원작의 핵심을 가장 잘 살린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으며, 원작자 밥 케인도 만족스러워했다고 전해진다. 배트맨의 어두운 캐릭터를 강조하기 위해 파트너인 로빈 등의 일부 조역 캐릭터가 전혀 등장하지 않으며, 복장 역시 머리부터 발끝까지 완전히 검은색으로 통일되어 강렬한 인상을 주었다. 대니 엘프먼이 작곡한 뛰어난 음악과 앤톤 푸스트의 스타일리쉬한 프로덕션 디자인, 잭 니콜슨의 괴연 등 볼거리도 풍부한 작품.

특히 마이클 키튼이 연기한 배트맨은 정의와 평화의 사도로서의 단순한 히어로가 아닌, 평범한 사람들과 다른 존재라는 점 때문에 고뇌하고 상처받고, 심지어는 소외되기까지 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러한 묘사는 캐릭터로서의 수퍼 히어로를 깊이 있고 참신하게 다룰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었으며 훗날 <엑스맨>이나 <헐크>와 같은 작품을 나올 수 있게 한 원동력이 되기도 했다.

무엇보다도 <배트맨>은 ‘만화 원작 영화’도 성공할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함으로써 90년대 이후 할리우드의 새로운 흥행 코드를 만들어낸 작품이다. <배트맨>에서 시도된 다양한 요소들은 1992년 <배트맨 애니메이션 시리즈>와 그 후속작들을 통해 더욱 다듬어졌고, 이후 제작된 슈퍼 히어로 영화와 애니메이션에 심대한 영향을 끼쳤다.

<배트맨 2> Batman Returns (1992)

감독 : 팀 버튼
각본 : 대니얼 워터스
음악 : 대니 엘프먼
촬영 : 스테판 챕스키
프로덕션 디자인 : 보 웰치
주연 : 마이클 키튼, 미셸 파이퍼, 대니 드 비토, 크리스토퍼 워큰, 마이클 고프

캣우먼(미셸 파이퍼)의 카리스마는 배트맨을 능가했다.

<배트맨>의 속편. 전편의 엄청난 성공 덕택에 감독 팀 버튼은 작품의 전권을 통제할 수 있게 되었다. 제작비 역시 전편의 2배를 넘는 8,000만달러에 이르렀고, 관객들의 기대는 그 이상이었다. 하지만 그 결과물은 배트맨-히어로 영화라기보다는 팀 버튼의 작가적 성격이 충만한 ‘블록버스터 예술 영화(?)’에 가까운 것이 되었고, 시리즈 가운데 찬반양론이 가장 분분한 작품으로 손꼽힌다.

그래서인지 개봉 첫 주 4,560만달러의 흥행 수익으로 전편을 넘어선 화려한 스타트를 보였으나 최종 성적은 1억 6,200만달러에 그치고 말아 제작사를 실망시켰다. 소위 ‘히어로가 등장하는 블록버스터’로서는 너무나 우울하고 상궤를 벗어난 작품으로, 인간의 양면성과 주류에서 소외된 캐릭터에 집착하는 버튼의 주제 의식과 취향이 극단적으로 폭발하였다. 이 때문에 감독으로서, 작가로서 버튼을 지지하는 팬들 사이에서는 좋은 평가를 받지만 배트맨의 골수팬들로부터는 혹평을 면치 못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셀리나 카일 / 캣우먼을 연기한 미셸 파이퍼는 만장일치로 ‘최고’의 극찬을 받았는데, 이후 캣우먼을 주인공으로 한 셀프 타이틀 영화의 기획안이 할리우드를 떠돌다가 결실을 맺은 것이 바로 할리 베리 주연의 영화 <캣우먼>이다.

결국 전편을 크게 밑도는 흥행 성적과 작품에 대한 엇갈린 평가는 워너 브라더스의 경영진으로 하여금 <배트맨 2>에 ‘실패’라는 판정을 내리게 하였고, 이후 시리즈의 노선이 크게 변경되는 계기가 되었다.

<배트맨 포에버> Batman Forever (1995)

감독 : 조엘 슈마허
각본 : 아키바 골드만
음악 : 엘리엇 골든탈
촬영 : 스티븐 골드블랫
프로덕션 디자인 : 바바라 링
주연 : 발 킬머, 짐 캐리, 토미 리 존스, 니콜 키드먼, 크리스 오도넬

만화적 이미지로 가득 찬 <배트맨 포에버>.

‘너무 어둡고 우울하다’는 딱지가 붙은 배트맨을 다시금 히어로 활극의 주인공으로 재탄생시킨 작품. 원래는 팀 버튼이 다시 메가폰을 잡을 예정이었으나 작품의 노선에 대한 워너 브라더스와의 의견차로 조엘 슈마허가 감독을 맡게 되었고, 버튼은 프로듀서로 참여하였다.

이 작품 최대의 특징은 배트맨의 파트너 로빈을 등장시켰다는 점. 분위기 역시 보다 경쾌함과 속도감을 강조한 것으로 일신, 60년대 TV 시리즈를 대규모의 예산으로 리메이크한 느낌의 영화가 되었다. 화려한 세트 디자인과 액션 장면은 관객들의 눈을 즐겁게 하기에 충분한 수준이었고, 흥행 수입 역시 1억 8천만달러로 '3편 치고는' 비교적 만족스러운 결과를 기록했다.

그러나 프로듀서로 팀 버튼이 남아 있었던 영향인 듯, 앞서 2편을 지배했던 어두운 분위기를 완전히 떨쳐버리지는 못했는데 이것이 활극으로서의 성격과 충돌하여 전체적으로 작품의 톤이 불균질한 결과를 낳았으며, 결국 극 후반부에 배트맨의 갈등이 완전히 해소되어버려 캐릭터로서의 매력을 상실하고 말았다. 더욱이 2시간을 훨씬 넘는 원본이 대폭적인 수정과 재편집을 거쳐 2시간 1분 버전의 단축판으로 개봉된 관계로, 설명되지 않은 플롯 포인트가 드라마의 밀도를 떨어뜨린 것도 단점으로 지적된다. 삭제된 장면들은 배트맨의 개인적인 고뇌, 악당들에 관한 캐릭터 묘사들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아직 공식적인 정보가 공개되지 않았으나, 올 가을에 출시될 배트맨 시리즈의 특별판(SE) DVD에 감독이 직접 원본에 가깝게 편집한 ‘10주년 기념 감독판’이 수록될 것이라는 소문이 돌고 있다.

P.S : 젖꼭지가 두드러지게 표현된 배트맨과 로빈의 의상은 원작자 밥 케인의 심기를 불편하게 하였으며, 이 영화를 혹평하는 팬들에게 두고두고 꼬투리를 잡히고 있다.

<배트맨과 로빈> Batman & Robin (1997)

감독 : 조엘 슈마허
각본 : 아키바 골드만
음악 : 엘리엇 골든탈
촬영 : 스티븐 골드블랫
프로덕션 디자인 : 바바라 링
주연 : 조지 클루니, 크리스 오도넬, 아놀드 슈왈제네거, 우마 서먼, 알리시아 실버스톤

조지 클루니는 단지 배트맨 의상을 입은 조지 클루니였을 뿐이다.

배트맨 시리즈 최악의 작품으로 평가받는 졸작. 뼈대만 앙상한 각본과 맥 빠진 연출, 조잡한 액션 장면은 물론 초호화 캐스팅으로 주목을 받았던 배우들 역시 포이즌 아이비 역의 우마 서먼을 제외하면 인상을 전혀 남기지 못했다.

오직 빛났던 것은 전편 <포에버> 이상으로 화려함의 극단을 추구한 프로덕션 디자인과 의상뿐으로, 많은 팬들로부터 ‘배트맨 시리즈를 사장시켰다’는 혹평을 받고 있다. 공개 즉시 비평가들이 일제히 악평의 포문을 열었고, 1억 5천만달러에 달하는 시리즈 사상 최대의 제작비가 투입되었으나 극장 흥행 수입은 1억달러를 간신히 넘기는 데 그치고 말았다. <배트맨 비긴즈>를 통해 배트맨 프랜차이즈가 부활하는 데 8년이나 걸린 직접적인 원인을 제공한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배트맨 애니메이션 시리즈> Batman : The Animated Series (1992)

원작과 팀 버튼 영화판 이상으로 어둠을 추구한 문제작이다.

배트맨의 인기가 한창이던 시기에 기획된 시리즈로, 원작은 물론 팀 버튼의 영화판을 통해 성공적으로 영상화된 배트맨 특유의 어두운 분위기를 보다 심화시킨 작품이다. 상당수의 팬들로부터 영화판(특히 <포에버> 이후)을 능가하는 걸작이라는 평가를 받을 정도로, 타겟 시청자였던 어린이들은 물론 성인층 팬들까지 흡수하는 데 성공하였다. 브루스 웨인 / 배트맨의 목소리를 맡은 케빈 콘로이를 비롯한 성우들의 뛰어난 연기도 인상적이며, <스타워즈> 시리즈의 히어로 마크 해밀이 숙적 조커로 출연하기도 했다.

1995년까지 총 85편의 에피소드가 방영되었으며, 1999년부터는 브루스 웨인으로부터 배트맨 역할을 계승한 새로운 배트맨이 등장하는 후속편 <배트맨 비욘드>가 방영되기도 했다. 시리즈의 인기를 바탕으로 1993년에는 극장판 <배트맨 : 유령의 가면>이 공개되어 호평을 받았다. 일러스트레이터이자 디자이너인 브루스 팀, 각본가 폴 디니 등이 중심이 된 제작진은 이후 <수퍼맨 애니메이션 시리즈>도 제작하여 좋은 반응을 얻었다. SBS TV를 통해 국내에서도 인기리에 방영되었다.

<더 배트맨> The Batman (2004)

<더 배트맨>. 경쾌하고 날렵한 이미지로 어레인지되었다.

현재 미국의 TheWB 채널에서 방영중인 새로운 애니메이션 시리즈. 지금까지의 배트맨 애니메이션 시리즈는 물론 DC 코믹스의 세계관을 완전히 재편한 새로운 세계관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배트맨의 탄생 과정을 그린 <배트맨 비긴즈>를 의식하여 브루스 웨인이 배트맨으로 활약한 지 3년째 되는 해를 기점으로 하고 있다. 따라서 웨인의 개인적인 성장 과정이 비중있게 그려지고 설정과 분위기를 일신한 악역 캐릭터들이 등장하는 등 21세기의 새로운 애니메이션판 배트맨을 지향하는 작품이다.

배트맨의 원작자 밥 케인

1915년 뉴욕에서 로버트 칸(Robert Kahn)이라는 본명으로 태어났다. 18세때 '케인'으로 개명. 어린 시절부터 그림 그리기에 열중했으며, 1936년 자신이 직접 그린 만화책을 들고 만화계에 진출했다.

1938년 내셔널 퍼블리케이션(현 DC 코믹스)의 '슈퍼맨'이 공전의 히트를 기록하여 슈퍼 히어로 만화에 대한 수요가 폭발하자, 케인은 빌 핑거와 함께 창안한 배트맨을 이듬해인 1939년 발표한다. 케인은 이후 약 10여년간 배트맨 만화 시리즈의 원화를 그렸으며, 그가 현역을 물러난 뒤에도 계속해서 원작자로서 인정받았다.

1989년작 <배트맨> 영화에 자문역으로 참여했으며, 말년에도 개인전 등을 통해 왕성히 활동하였다. 1998년 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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