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죄다 홍상수더니 또 지금은 죄다 박찬욱이다, 라는 말이 있다. 이리저리 쏠려다니는, 감독 지망생들의 ‘색깔’을 가리킨 우려스런 촌평인데, 틀린 건 아니지만 꼭 맞는 것도 아니다. 예컨대 장준환, 최동훈, 임필성 등은 그냥 자기 고유의 이름을 갖고 있는 것이다. 다만 홍상수나 장준환처럼 사방을 놀라게 하는 또 다른 데뷔전이 손꼽아 기다려질 뿐이다.
데뷔전을 준비하는 수많은 감독들 가운데 무모하게 단 세곳을 골라 현장을 찾은 것도 이런 희망에서 나온 욕심 때문이다. 촬영이 끝나지도 않은 영화를, 그것도 신인의 작품을 놓고 기대작 운운하는 것은 더더욱 무모하기 짝이 없는 짓이다. 그렇지만 도박이나 허풍은 아니다. 한국영화의 경계는 도박이나 허풍으로 넓어져온 게 아니므로. 한번 더 무모하게 이들 세 작품의 공통점을 꼽아본다. 이들은 상상력을 최대한 버리고 있다. 하늘로 치솟는 상상력 대신 땅에 바짝 엎드려 틈을 찾는 인간 군상의 투박함에 몰두하고 있다. 그게 장르로 표현되든, 썰렁한 대사와 리액션으로 다뤄지든. 자꾸 사람에게 집착하는 야심찬 그들을 슬쩍 만나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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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21>이 주목하는 신인감독 3인의 촬영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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