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셔널 트레져 National Treasure
브에나비스타가 출시하는 애니메이션 타이틀(3-D 애니메이션 포함)이 최고의 퀄리티를 '기본적으로' 보장한다는 점에 대해서는 누구도 이의를 제기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극영화'의 경우는 이야기가 조금 다르다. 물론 그간 애니메이션 타이틀이 워낙 강세를 보여 왔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같은 출시사에서 나온 극영화 타이틀의 퀄리티가 그다지 돋보이지 못한 측면도 있긴 하다. 그러나 다른 출시사의 타이틀과 비교했을 때 브에나비스타가 출시한 '대작 영화'가 다소 기대에 못 미치는 화질을 보여주는 경우가 간혹 있었던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6월에 출시된 블록버스터물 <내셔널 트레져>가 바로 그러하다. 영화의 규모나 제작비, 북미에서의 흥행성적 등을 고려하면 이 작품은 당연히 '최고급 레퍼런스 타이틀'로 나왔어야 마땅하다. 물론 이 타이틀의 화질이 결코 나쁜 편은 아니다. 적어도 '우수한 화질'에 속하는 것만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러나 '레퍼런스급'으로 꼽기에는 왠지 망설여진다.
가장 아쉬운 점은 윤곽선 노이즈가 적지 않게 눈에 띈다는 점과 입자의 표현 상태가 고르지 못하다는 점이다. 최신작답지 않게 잡티가 확연히 눈에 띄는 장면도 있다. 이상 열거한 약점만 제외한다면 본 타이틀의 화질에서 크게 불평할 부분은 없다. 판타지 영화의 분위기를 창출하기 위해 전반적으로 소프트한 느낌이 강조되었음에도 선명도가 떨어지는 등의 부작용은 없으며 암부의 표현 상태도 대체로 양호하다.
이 영화는 디지털 색보정의 결과가 대단히 탁월한 작품 중 하나인데, DVD의 영상 역시 이러한 특징을 훌륭하게 구현해 내고 있다. 5.1채널 사운드트랙 역시 대체로 만족스럽다. 공간감과 음의 이동감도 훌륭하고 세세한 주변 음향의 묘사 수준도 탁월하다. 다만 생각 외로 음향 설계가 그다지 공격적이지 못하다는 약점은 있다. 그러나 본 타이틀이 6월 출시작 중 가장 화제가 된 이유는 바로 퍼즐 형식으로 구성된 부록 때문이다. 이는 최근 출시된 어떤 대작 타이틀에서도 맛보지 못한 독특한 즐거움을 선사할 것이다.
필자가 꼽은 장면은 엄청난 규모의 보물 보관소가 서서히 드러나는 클라이맥스 신. 통일된 색감과 디테일의 놀라운 표현 상태를 확인할 수 있는 인상적인 신이다. (2005년 6월 2일 브에나비스타 출시)
콘스탄틴 Constantine
6월에 출시된 '대작급' 타이틀은 대체적으로 화질이 2% 정도 기대에 못 미친다는 공통점이 있다. 6월 출시작 중 '최대어'급에 속하는 <콘스탄틴> 역시 예외는 아니다. 미국보다 거의 한 달이나 앞서 국내에 출시된 이 타이틀은 화질만 제외한다면 모든 면에서 흠잡을 곳이 없다.
음향 설계도 최고 수준이고 서라운드 효과도 탁월하며 부록의 구성 역시 더없이 훌륭하다. 특히 엑기스만 담은 제작 관련 다큐(일반적인 메이킹 다큐와는 달리 여기에는 배우와 스탭이 줄줄이 등장해 서로를 띄워주는 식의 군더더기 장면이 일체 없다)는 메이킹 다큐의 표본이라 할 수 있을 정도로 잘 만들어졌다.
음성해설의 내용 역시 더없이 흥미진진하다. 화질에 있어서 본 타이틀 약점은 크게 두 가지로 요약될 수 있다. 첫 번째는 입자 표현 상태가 다소 안정적이지 못하다는 점이다. 잡티에 가까운 굵은 입자가 눈에 띄는 장면이 의외로 많으며 지글거림 현상도 있다. 두 번째는 해상도와 선명도가 기대보다 떨어진다는 점이다. 특히 대형 디스플레이에서 영화를 보시는 분들은 초점이 흐려지는 듯한 느낌을 받는 장면이 간혹 있을 것이다.
영상 면에서 본 타이틀이 이와 같은 '불안정한' 속성을 띠게 된 것은 촬영 컨셉의 영향도 어느 정도 있다고 할 수 있다. 촬영 감독인 필립 루셀롯은 레드와 옐로우 등 특정 색감을 지나칠 정도로 강조한 독특한 영상을 만들어 냈는데, DVD의 한정된 화소로 이것을 완벽하게 표현하기에는 한계가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이상 열거한 약점이 '심각한 수준'은 결코 아니니 구입을 고려중인 분은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다.
필자가 꼽은 '베스트 쇼트'는 '버민 맨'(온갖 징그러운 해충들로 구성된 인간 형태의 악마)이 콘스탄틴을 공격하는 장면이다. 이 장면은 (위에 열거한 약점이 무색할 정도로) 뛰어난 디테일 및 색감의 표현 상태를 보여주는 부분이다. 서라운드 전 채널을 휘감는 음향의 위력 또한 무시무시하다. 6월의 출시작 전체의 '하이라이트'로 꼽아도 손색이 없는 멋진 장면이다. (2005년 5월 13일 워너 브라더스 출시)
라비린스 CE Labyrinth Collector's Edition
다크 크리스탈 CE Dark Crystal Collector's Edition
고전 판타지물의 팬들이 손꼽아 기다리던 짐 헨슨의 걸작 영화 두 편이 연달아 출시됐다. 두 편 모두 컬트성 짙은 마니아용 영화에 가까운지라 출시가 되었다는 자체만으로도 감격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먼저 <라비린스>는 국내에도 적지 않은 골수팬들을 보유하고 있는 판타지 영화다. 조지 루카스가 총 제작을 맡았으며 '머펫 쇼'로 유명한 인형극의 대가 짐 헨슨이 메가폰을 잡았다.
아이러니하게도 우리나라에 이 영화가 특히 잘 알려진 이유는 바로 주연을 맡은 여배우 제니퍼 코넬리 때문. 이 영화는 제니퍼 코넬리의 미모가 가장 빛을 발했을 때의 모습을 만끽할 수 있는 작품이다. 그러나 판타지 영화사에서 이 작품이 특히 의미심장한 이유는 바로 짐 헨슨이 메가폰을 잡은 마지막 장편 영화라는 점 때문이다. 이 영화는 살 냄새나는 아날로그 특수 효과의 진수를 맛볼 수 있는 수작이다. 꼼꼼한 수작업을 통해 완성된 이 영화의 특수효과는 차가운 디지털 특수효과로 중무장한 요즘 판타지 영화에서 절대 느낄 수 없는 마술과 같은 매력을 지녔다.
<다크 크리스탈>은 짐 헨슨과 그의 열렬한 추종자 프랭크 오즈가 공동으로 감독을 맡은 작품이다. 국내에는 그다지 알려지지 않았지만 미국에서는 최고의 판타지 영화를 꼽을 때 빠지지 않고 거론되는 작품이기도 하다. 출연 배우는 모두 정교하게 만들어진 인형들이며, 인간이 나오는 장면은 단 하나도 없다. 실감나는 인형의 움직임을 만들어내기 위해 고전적인 인형 조종술뿐만 아니라 스톱 모션 애니메이션, 초보 단계의 애니매트로닉스 등 그때까지 개발된 모든 아날로그 인형 촬영 기술이 총동원되었는데, 지금 보아도 그 움직임이 놀라울 정도로 부드럽고 자연스럽다. 판타지 영화와 특수효과에 관심이 있는 분이라면 반드시 소장해야 할 기념비적인 작품들이다.
게다가 두 타이틀 모두 제작년도를 의심케 하는 뛰어난 화질을 자랑한다. 물론 최신 레퍼런스급 타이틀의 평가 기준으로만 본다면 이 타이틀들의 화질은 모자란 면이 제법 많은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아날로그 특수효과의 묘미를 만끽하는 데는 '매끈하고 완벽한 수준'의 복원 화질 보다는 그레인과 잡티가 여기 저기 눈에 띄는 이런 '다소 불안정한' 화질이 오히려 더 효과적일 수 있다.
특히 <라비린스>의 경우는 배경과 인형의 움직임을 합성함에 있어 독특하게도 블루스크린이 아닌 '블랙 스크린'과 '블랙 벨벳'을 사용했는데(이는 인형을 조종하는 조작자를 감추기 위해서였다) 이로 인해 유난히 합성한 부분이 부각되어 보인다는 특징이 있다. 물론 이런 부분은 디지털 복원 기술로 충분히 보정이 가능했지만, 그렇게 되면 아날로그 특수효과 특유의 '인간미'가 증발해버릴지도 모른다는 문제가 있었다. 결국 원작자의 의도 그대로 감상하는 데는 '억지로 광을 낸 화질'보다는 지금 출시된 타이틀의 화질 상태가 최적의 것인 셈이다.
참고로 <라비린스>는 미국에서는 수퍼비트 버전도 발매되어 있는데, 적어도 화질 면에서 이것은 일반판과 거의 차이가 없다. 음질 면에서 수퍼비트에 담긴 DTS 트랙이 우위를 점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일반판의 DD 5.1 사운드트랙이 이에 비해 현저하게 떨어지는 것은 절대 아니다. 더군다나 일반판에는 적지 않은 분량의 부록도 포함되어 있으므로, 굳이 수퍼비트 버전에 '목숨을 걸' 필요는 없다.
필자가 꼽은 '베스트 쇼트'는 세라(제니퍼 코넬리)와 난장이 호글이 거대한 살인 기계 '싹쓸이(The Cleaners)'에 쫓기는 장면. 백문이 불여일견, 제작년도를 의심케 하는 서라운드 음향의 박력을 직접 체험해 보시길. (2005년 6월 10일, 17일 소니 픽쳐스 출시)
시선집중: 이 장면 ! <다크 크리스탈 Dark Crystal> 중 '저게 딱정벌레의 다리라고?'
<스타워즈 에피소드 5: 제국의 역습>과 <에피소드 6: 제다이의 귀환>에서 제다이 마스터 요다의 인형 조종과 목소리 연기를 맡은 바 있는 프랭크 오즈가 짐 헨슨을 처음 만난 것은 1960년대 초였다. 오즈는 이 순간을 '인생의 전환기'라고까지 표현했다. 오즈는 이 때부터 짐 헨슨과 호흡을 맞춰 수많은 걸작 TV 인형극들을 만들어 냈다. 이 시기, 오즈에게는 한 가지 꿈이 있었는데, 바로 자신이 존경하는 짐 헨슨과 함께 '장편 판타지 영화'를 연출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이 꿈은 1982년 작인 <다크 크리스탈>을 통해 극적으로 현실화 되었다.
정성어린 수작업만으로 만들어진 '인간미 넘치는' 영화인만큼, 이 영화 속에는 '옥에 티' 장면이 군데군데 눈에 띈다. 인형의 입의 움직임과 대사가 맞지 않는 장면 따위는 '옥에 티' 축에도 끼지 못할 정도다. 인형을 조종하는 줄이 간혹 보이기도 하고 셀 애니메이션과 합성된 부분에서는 화면 전체의 색깔이 확 바뀌어 버려 아예 '나 합성한 장면이요!'라고 대놓고 광고를 하는 듯하다. 그러나 한편으로 이런 부분들은 디지털 특수효과로 중무장한 요즘의 판타지 영화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풋풋한 장면이기도 하다. 유치찬란한 플롯과 많은 허점들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가 한없이 '사랑스럽게' 느껴지는 이유는 바로 이런 부분들 때문일 것이다.
아마도 이 영화의 '옥에 티' 장면 중 최고 걸작은 바로 가팀(딱정벌레 형태의 괴물)이 걸어가는 장면일 것이다. 이 장면에서 감상자는 굳이 유심히 관찰하지 않더라도 어렵지 않게 가팀을 조종하고 있는 사람의 '두 다리'를 발견할 수 있다. 아무리 원시적 단계(?)의 아날로그 특수효과라고 하긴 하지만 이건 좀 심하지 않은가? 뭐 하긴 이것이 <새사미 스트리트>에 바치는 오마주(?)라고 한다면 할 말은 없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