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한국형 감성 느와르 액션’을 표방한 김지운 감독의 <달콤한 인생>이 '감독판’으로 출시됐다. 7월에 출시된 '한국 영화 타이틀 삼총사' 중 단순히 스펙만 따졌을 때 <달콤한 인생>은 '메뉴 화면 디자인'과 '음향 포맷'(DTS-ES) 면에서 단연 돋보인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화질 면에서는 <남극일기>나 <주먹이 운다>에 비해 열세를 보이고 있다.
화질 면에서 본 타이틀의 약점은 선명도가 떨어지고 잡티와 굵은 입자가 눈에 띄는 부분이 의외로 많으며 체감적인 해상도 역시 기대에 다소 못 미친다는 점이다. 작품의 촬영 컨셉 자체도 다소 거친 느낌이 강조된 것이었기 때문에 이상 열거한 약점들은 더욱 부각되어 보인다. 특히 많은 인물이 한 화면에 포착된 신이나 원경의 묘사가 강조된 부분 등에서는 '다소 흐릿한 느낌의 영상' 때문에 답답함을 호소하실 분들이 상당히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전반적인 색감 역시 '화사한 느낌'과는 거리가 멀기 때문에(물론 이것은 어느 정도는 의도적인 컨셉이 반영된 결과다) 감상자가 느끼는 '시각적 불편함'은 상대적으로 더욱 가중된다.
물론 그렇다고 본 타이틀의 화질이 '기준 이하'라는 것은 절대 아니니 읽는 분의 오해는 없기를 바란다. '한국형 레퍼런스 타이틀'의 기준에 맞춰 본다면 약간의 아쉬운 부분이 있다는 이야기다. 또, 본의 아니게 (AV 퀄리티 면에서) '경쟁작'이 되어버린 두 편의 타이틀 <남극일기>와 <주먹이 운다>가 영상 면에서 '상대적'으로 대단한 퀄리티를 보여줬다는 측면도 크게 작용했으니, 읽는 분은 이 점을 충분히 고려하길 바란다.
이상 열거한 영상의 약점은 강력한 DTS-ES 사운드트랙에서 충분히 보완된다고 할 수 있다. 비록 디스크리트가 아닌 매트릭스 방식이긴 하지만, 본 타이틀의 음향이 쏟아내는 임팩트감은 기대 이상이다. 음향 자체의 재생 퀄리티도 빼어날뿐더러 채널 분리도와 공간감 역시 흠잡을 데가 없다. 특히 총격전 장면의 음향 효과는 '한국 영화 타이틀'이라는 선입견(만일 그런 게 있다면!)을 불식시킬 정도로 리얼하다. 스코어의 재생 상태 역시 대단히 돋보인다. 다만 대사 트랙의 명료도가 약간 떨어진다는 점은 약점으로 지적될 수 있다.
부록도 양과 질 모두에서 대단히 만족스럽다. 특히 영화 본편 디스크에 수록된 두 개의 음성해설 트랙(본 타이틀이 '감독판'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감상자가 이 음성해설 트랙을 감상해야 하는 것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고 할 수 있다)과 역시 감독의 해설과 함께 감상할 수 있는 메이킹 다큐, 셀프 인터뷰 등은 절대 놓치지 마시길.
필자가 꼽은 '베스트 신'은 역시 클라이맥스 총격전 장면이다. 장면 구성에서부터 음향 효과까지 모든 면에서 '한국형 느와르 액션'의 진수를 만끽할 수 있는 훌륭한 신이다. 특히 서라운드 전 채널을 감싸는 리얼한 총 소리에 주목하시길. (2005년 7월 26일 CJ 엔터테인먼트 출시)
텍사스 전기톱 연쇄살인사건 The Texas Chainsaw Massacre
지난해 출시된 <데스티네이션 2>의 예에서 보듯, 간혹 저예산 호러물 중 DVD 애호가들의 간담을 서늘하게 하는 '무시무시한 퀄리티'를 뽐내는 타이틀이 나오는 경우가 있다. 이번 달에 출시된 <텍사스 전기톱 연쇄살인사건(이하 <텍사스>)>(2003)의 경우도 그 예에 해당할 것이다. 영화 자체에 대한 평가나 선호도는 일단 논외로 하고, 이미 극장 개봉 때부터 이 영화는 (특히 음질 면에서) '레퍼런스 예감'이 번쩍 들었던 작품이다.
그리고 사전에 정보를 접한 분도 많겠지만, 작년에 '뉴라인 플래티넘 에디션'으로 출시된 코드 1번 <텍사스 전기톱 연쇄살인사건> DVD는 작년에 선보인 저예산 영화 타이틀 전체를 통틀어 최고의 퀄리티를 자랑한다는 평가를 받은 바 있다. 이런 이유로 (작품 자체에 대한 심한 거부감을 가진 분이 아닌 한) 본 코드 3 타이틀의 퀄리티에 대해 기대를 가져온 DVD 애호가들이 적지 않다.
물론 결과물은 높은 기대를 충분히 충족시킬 수 있을 정도로 탁월하다 할 수 있다. 1.85:1 비율의 영상은 저예산 영화로는 '최상의 퀄리티'를 보여준다고 확언할 수 있다. 참고로, 이 영화의 촬영은 토브 후퍼의 오리지널 <텍사스>(1974)의 촬영 감독으로 활약했던 다니엘 펄이 다시 맡았는데, 아마도 오리지널 <텍사스>의 열혈 팬들 중에는 리메이크 작의 촬영 컨셉이 의도적으로 오리지널 판의 그것을 흉내 냈음을 눈치 챈 분도 많을 것이다. 오리지널 판이 그랬듯, 2003년작 리메이크판 역시 불안정하기 짝이 없는 구도로 촬영 되었으며 의도적으로 거친 질감이 강조되었다.
색상 역시 오리지널 판처럼 '역겨운 느낌'이 들도록 의도적으로 탈색되었다. 한 가지 특기할만한 점은 극장 상영 시에 비해 DVD 출시판의 입자 표현 상태가 상당히 안정되어 있다는 것이다. 즉, '거친 입자'가 매력인 영화임에도 (상대적으로) 그것이 '심하게' 두드러지는 장면은 그리 많지 않다. 이것은 '가능한 한 또렷하고 부드러운' 영상 구현을 목표로 한 트랜스퍼의 결과다. 물론 이 부분은 논란의 소지가 있을 수 있지만, 전반적인 영상의 퀄리티가 워낙 빼어난 탓인지 큰 문제로 보이지는 않는다. 선명도와 해상도도 수준급이며 암부의 디테일 및 색감 표현도 대단히 빼어나다.
디스크리트 방식의 DTS-ES 6.1채널 사운드트랙의 퀄리티는 영상의 그것을 훌쩍 능가한다. 한 마디로 '무시무시한 사운드'라 할 수 있다. 좀 과장해서 표현하면 '(1천만 불이 채 안되는) 제작비의 대부분을 음향에다 쏟아 부은 게 아닌가'하는 의심마저 들 정도다. 음향 자체의 재생 퀄리티도 더할 나위 없이 탁월하지만, 공명감과 서라운드감, 채널 간 분리도는 더 놀랍다. 우퍼의 활용도 대단히 돋보여, '공격적 성향의 호러물 사운드'의 정수를 맛볼 수 있다. 아쉬운 점은 이달에 출시된 판은 '일반판'이어서 부록이 전무하다는 것(참고로 부록이 보강된 SE판은 8월에 출시될 예정이다).
필자가 꼽은 '베스트 신'은 여 주인공 에린이 레더페이스에게 쫓기는 클라이맥스 신. '영혼을 뒤흔드는' 리얼한 전기톱 소리를 서라운드 전 채널을 통해 만끽할 수 있다. (2005년 7월 22일 스펙트럼 출시)
에비에이터 SE The Aviator SE
지난달에 출시된 일반판에 이어 부록이 대폭 보강된 <에비에이터>의 SE 버전이 출시됐다. 마틴 스콜세지 감독과 제작을 맡은 마이클 만 등이 참여한 음성해설을 비롯해 갖가지 종류의 부가영상이 수록됐는데, 그 양이 감상자를 주눅 들게 할 정도로 엄청나다. 단순히 양만 많은 것이 아니라, 질적인 면에서도 부족함이 없다. 특히 제작 과정 전반을 아우르는 다양한 피쳐렛 및 하워드 휴즈의 실제 삶을 그린 히스토리 채널의 다큐멘터리는 놓쳐서는 안 될 '확실한' 볼거리다. 그런데 한 가지 재미있는(?) 특징이 있는데, 영화 본편이 그랬듯 부록 역시 대체로 하워드 휴즈에 대한 낭만적인 시선으로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따라서 영화의 이런 시점에 대해 불만을 가졌던 분은 부록의 분위기 역시 다소 불편하게 느낄 소지가 있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마틴 스콜세지와 DVD 제작자들에게 보는 이의 '또 다른 시선'을 무작정 강요할 수는 없는 것 아니겠는가? 뒤집어서 생각해보면, '영화는 반드시 균형 잡힌 시선으로만 만들어져야 한다. 하워드 휴즈와 같은 인물이 사실과는 달리 낭만적으로만 그려졌다는 사실은 결코 묵인할 수 없다'는 것조차 또 하나의 편견일 수도 있지 않겠는가? 감상자의 넓은 아량(?)이 필요한 부분이다.
하지만, 이보다 더 '논란의 소지'가 있는 것은 바로 본 타이틀의 화질이다. 가장 눈에 띄는 문제점은 색상이 '자연색'에서 지나치게 이탈했다는 것이다. 색감 면에서 블루와 레드톤(특히 블루톤)이 다소 심하게 강조되어 '시각적인 불편함'을 호소하는 분들이 꽤 있을 것으로 보인다. 물론 이것이 창작자의 의도가 반영된 결과라면 할 말은 없지만, 불만의 소지가 될 수 있음은 분명한 사실이다. 또 한 가지의 문제점은 최신작답지 않게 윤곽선 강조 현상이 눈에 띄는 부분이 유난히 많다는 점이다. 특히 대형 화면에서 DVD를 감상하시는 분들은 이 부분이 상당히 눈에 거슬릴 것이다.
논란의 소지가 있는 화질에 비하면 음질은 대체로 양호한 편이다. 액션 장면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음향이 프론트와 센터에 집중되어있다는 점이 약점으로 지적될 수는 있겠지만, 이것은 영화의 플롯 분위기를 생각한다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필자가 꼽은 '베스트 신'은 휴즈가 '비행 속도 신기록'을 수립하는 장면이다. 백문이 불여일견, 선정 이유는 '직접' 확인하시길. (2005년 7월 20일 비트윈 출시)
시선집중: 이 장면!
<텍사스 전기톱 연쇄살인사건 The Texas Chainsaw Massacre> 중 “나는 누구일까요?”'저예산 호러물'의 유구한 전통이라고나 할까? <텍사스 전기톱 연쇄살인사건>(2003)에는 셀 수 없이 많은 '옥에 티' 장면들이 있다. 아마도 영화를 (본의 아니게 두 번 이상) 본 분들은 이 '귀여운 실수 장면'들 중 적어도 두 세 개 정도는 어렵지 않게 발견하셨을 것이다. 영화의 초반부에서 권총으로 자살하는 소녀의 시체가 '인형'이라는 게 너무 '뻔하게' 드러난다든지, 앤디의 잘린 다리 - 레더페이스의 전기톱에 의해 - 의 위치가 장면마다 다르다든지 하는 것들은 '옥에 티' 축에도 끼지 못할 정도다. 그러나 이런 기막힌 옥에 티 장면을 모두 합친 것보다 더 눈길을 끈 장면이 있으니, 바로 이것이다.
레더페이스의 지하실에 있는 잘린 목이다. 도대체 이 엽기적인(?) 두상의 주인공은 과연 누굴까? 바로 유명한 사이트 '에인 잇 쿨 뉴스(Ain't it cool news)'의 운영자인 '해리 놀즈'다! 박찬욱 감독의 열렬한 찬미자이기도 한 그는 <올드보이 UE>에서 음성해설을 맡아 국내 DVD 애호가들에게도 친숙해진 인물이다. 아마도 그의 목소리만 듣고 '근사한 외모'를 떠올렸던 분들은 이 사진을 보고 '확 깨셨을' 것이다! 반면에 그의 그로테스크한(?) 외모를 익히 알고 계셨던 분들은 이 장면을 보고 '폭소'를 참지 못하셨을 것이다.
참고로, 해리 놀즈는 <텍사스> 이전에도 몇 작품에서 까메오로 모습을 드러낸 바 있다. 그 중 가장 잘 알려진 것은 바로 로버트 로드리게즈의 <패컬티>다. DVD를 가지고 계신 분은 그가 어떤 장면에서 출연했는지 즉시 찾아보시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