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1]
<사우스 파크>와 쓰레기 문화 [2]
2000-01-25
글 : 심영섭 (평론가)
글 : 황혜림

냉소의 계보1 - <비비스 앤 버트헤드>

이런 무정부주의적 냉소도 다 계보가 있다. 93년부터 97년 사이 기분나쁜 웃음으로 MTV를 장악했던 <비비스 앤 버트헤드>의 얼간이 듀오가 이 꼬마들의 선배격이다. 결국 레지스탕스가 되고마는 이 정치적으로 올바른 꼬마들에 비해서는 백해무익한 건달들이긴 하지만. 미국 서부 교외 하이랜드의 허름한 집에서 사는 비비스와 버트헤드는 배운 것 없고, 할 일 없고, 돈도 없는 10대 고등학생. 낡은 소파에 나란히 앉아 TV를 보면서 대부분의 시간을 죽이고, 특히 뮤직비디오를 보면서 품평하는 게 낙이다. 세상만사를 ‘짱’(cool) 아니면 ‘꽝’(suck)으로 이분하는 이들에게 교양있는 취향이나 판단, 합리성, 윤리적 혹은 정치적 가치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변두리에서 잘 교육받지도 못하고, 앞으로도 그닥 잘되리란 희망없는 상황에서, 이들이 바라는 게 있다면 섹스나 한번 해봤으면, 그리고 파괴본능에 몰두하는 것 정도. 그래서 동물 학대, 방화와 절도를 일삼으며, 보수주의자인 이웃도, 자유주의적인 히피 선생도 모두 조소의 대상일 뿐이다. 부모가 부재한 공간에서 어떤 권위의 간섭없이, 선악의 분별조차 없이, 하고 싶은 일을 해치우는 이들은 90년대 아노미적 청춘들의 초상이기도 하다. <타임>의 비평가 컬트 앤더슨은 “지금까지 전국 TV를 통해 방송된 쇼 중에서 가장 용감한 쇼”라고 평했다. 단순하고 즉발적이고 스스로 즐기는 그들의 펑크적 유희와, MTV란 미디어 세대의 토양에서 자라났으되 미디어에 경도된 세대의 폐해를 역공하는 자기비판은 <사우스 파크>와는 또다른 냉소주의를 보여준다.

국내에 소개된 작품은 극장판 96년작 <비비스 앤 버트헤드>다. 일상의 전부라 할 수 있는 TV를 도둑맞은 비비스와 버트헤드가 ‘do’란 말 하나에 대한 오해로 화학무기 밀수 음모에까지 휘말리는 황당한 모험이 주된 내용. TV시리즈부터 캐릭터 디자인은 물론 이야기, 목소리 연기를 직접 해냈던 마이크 저지가 감독했다.

냉소의 계보2 - <다리아>

이들 비비스와 버트헤드의 여자친구뻘 되는 캐릭터로 다리아를 꼽을 수 있을까. 다리아는 원래 <비비스 앤 버트헤드>에서 그 둘의 멍청한 행각을 비웃는 똑똑한 여학생으로 몇 차례 등장했다가 또 다른 MTV 애니메이션 시리즈 <다리아>의 주연으로 캐스팅됐다.

안경을 끼고 수수한 스타일의 다리아는 론데일로 이사오고, 새로운 고교 생활을 시작한다. 조숙하고 지적인 다리아는 파티와 남자친구, 공부로 대충 채워지는 고등학교 시절이 그리 탐탁지 않다. <병들고 슬픈 세상>이라는 프로그램을 즐겨 보며 혼자 사색하고, 예리하고 합리적인 시각으로 사회를 관찰하고자 하는 지성 지향형이다. 웬만한 어른을 당혹시킬 만큼 차분하고 똑똑한 다리아는 고교에서 인기인이 되는 것은 뇌사보다 끔찍하다고 생각한다. 자신감이 없는 학생들을 위한 토론치료수업에 반쯤 고의로 참여했다 만나게된 제인과는 속깊은 우정을 나누지만, 외모에만 신경쓰고 사교성 밝은 동생 퀸이나 히피 세대였다가 교양있는 사회인 정도로 정착한 부모들과의 소통은 그리 쉽지 않다.

<다리아>는 의도적으로도 무뇌아적 쾌락을 추구하는 시대의 흐름 속에 보기 드물게 고도의 지적 긴장을 지니고 있는 작품이란 점에서 <비비스 앤 버트헤드>와는 정반대편에 있다. 하지만 학교나 가족, 10대의 집단 소비문화 같은 사회적 권위와 관습에 대한 기본적인 냉소의 시선은 <비비스 앤 버트헤드>와 크게 다르지 않다. 97년 3월부터 선보인 이 TV시리즈의 매력은 일상의 부조리와 폐부를 찌르는 다리아의 지적이면서도 냉소적인 대사다. 보기 드물게 자의식이 강한 여성을 화자로 내세우고, 그 눈높이에서 10대 여성의 불안한 사회화를 지켜보는 과정도 색다른 재미를 준다.

그들의 원조 - <심슨가족>

하지만 <사우스 파크>는 물론, <비비스 앤 버트헤드> <다리아> 어느 작품을 얘기해도 가장 먼저 떠오르는 비교항은 역시 <심슨 가족>이다. 87년 4월19일 첫 방영된 <심슨 가족>은 이미 10주년을 넘어선 장수 프로그램 중 하나. 폭스TV의 <트레이시 울먼 쇼>에 삽입될 30초짜리 단편애니메이션에서 출발했다가 현재 간판 프로그램으로 자리잡은 작품이다. 스프링필드에 사는 심슨 가족, 호머와 마지 부부, 그리고 바트와 리사, 아기 매기 삼남매의 이야기는, <엔터테인먼트 위클리>에 따르면 이제 “미국의 이야기”가 됐다. <사우스 파크>처럼 불경한 유머도, <비비스 앤 버트헤드>처럼 막가는 유희정신과도, <다리아>의 합리적인 사색과도 좀 거리가 있지만, 일상에서 부딪치는 결코 가볍지 않은 문제를 나름대로 파고든 애니메이션으로 <심슨 가족>은 하나의 시작이랄 수 있다. 요즘은 11번째 시즌을 맞아 코미디가 늘어지고 너무 재탕이 많다는 불평도 나오고 있지만, 어쨌거나 <심슨 가족>은 지난 10년간 미국인들이 가장 사랑한 프로그램 중 하나다. TV 폭력, 알코올중독, 동성애 등 살아가면서 맞닥뜨리는 문제들을 이처럼 유쾌하게, 꼼꼼하게 고민하는 프로는 흔치 않다. 욕설과 과장 없이, 그러나 너무 고루하지 않게 미국사회의 건전한 가치로 돌아가는 <심슨 가족>의 숙련된 전개와 소탈한 인물들은 오랜 생명력의 원천이자 한계이기도 하다.

미국사회에 대한 <심슨 가족>식 통찰이 있었음으로 해서, 그 ‘펑크 버전’이라는 <비비스 앤 버트헤드>, 거기서 한발 더 나아간 <사우스 파크>의 신랄하고 불경한 냉소를 자양분으로 끌어안을 수 있는 문화적 다양성이 생겨나지 않았을까.

5개의 모자이크를 찾아라!

<사우스 파크> 2배로 즐기기

<사우스 파크>는 이미 미국에서 제3부가 방영되고 있는 TV시리즈. 따라서 더 크고 더 길고 안 자른 <사우스 파크> 극장판에는 TV시리즈의 모자이크 조각들이 숨겨져 있다. 사우스 파크를 재미있게 보기 위한 몇 가지 시시콜콜한 이야기, 혹은 믿거나 말거나!

1. 일단은… 사우스 파크는 어디에?

사우스 파크는 콜로라도 어디쯤 있는 산간 벽촌 마을. 사우스 파크의 중심지는 시청이 아니라 탐의 성형외과이다. 콜로라도는 바로 감독 트레이 파커의 고향.

2. <사우스 파크>의 주인공들

에릭 카트만: 카트만은 뚱뚱하고 욕심 많고 가장 욕을 잘한다. ‘살찐 엉덩이(Fat Ass)’가 별명인데 매일 ‘초콜릿 치킨 팟 파이’와 ‘치즈 푸프’를 먹기 때문이다. (카트만네 엄마는 이 두가지 음식만 준다) 카트만의 엄마는 사우스 파크의 왕 내숭으로, 심지어 카트만이 아버지를 찾으려 했을 때 알아낸 것이라고는, 온 마을 남자들이 다 자기 아버지일 가능성이 있다는 것과 결국 자기 엄마가 아버지이기도 했다는 것(카트만의 엄마는 일종의 양성이었다!). 이번 극장판에서는 독일 포르노물에도 나온다.

카일 브로스로프스키: 카일은 이름이 시사하듯 사우스 파크의 유일한 유대인이다. 똑똑하고 잘난 척도 많이 하지만 유달리 외로움을 잘 탄다. 카일의 엄마 쉴라는 오지랖 넓은 유대인 아줌마로 곧잘 사람들을 선동하여 사우스 파크에 평지풍파를 일으킨다. 카일에게는 입양한 동생 아이크가 있다. 카일은 매일 아이크를 발로 차는 것이 취미지만 둘은 사이가 좋다.

스탠 마쉬: 스탠은 가장 평범하고 정상적으로 보인다. 하지만 그는 여자친구인 웬디만 보면 토한다(그는 좋아하는 사람에게 토하는 버릇이 있다). 강아지 스파키를 기르는데 게이 강아지이다. 스탠의 부모는 좋은 사람들이지만 그에게도 천적은 있다. 이빨 교정기를 단 누나 셀리는 스탠을 보면 아주 초죽음으로 패는 나쁜 버릇이 있다. (영화에서 집보는 스탠에게 의자를 집어던지는 사람이 바로 누나 셀리)

케니 맥코믹: 케니는 주인공들 중 가장 불쌍한 아이다. 다 쓰려져가는 집에서 술주정뱅이 아버지와 산다. 또한 케니의 엄마는 늘 티셔츠에 ‘난 바보와 산다’는 문구를 새기고 있다. 케니네는 얼마나 가난한지 추수감사절에 받은 콩 통조림을 깡통 따개가 없어서 먹지 못할 정도이다. 게다가 케니는 크리스마스 에피소드만 빼고 영화 도중 언제나 죽는다.

그 밖의 카메오: 외계인과 예수님. 이들을 찾을 수 있다면 당신은 <사우스 파크> 마니아임이 틀림없다. 이번 영화에서도 어김없이 살짝 모습을 드러내는데 카트만의 방과 캐나다로 진격하는 미군의 행렬을 자세히 살펴보시라.

3. <사우스 파크>가 싫어하는 것들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연예인들이 <사우스 파크>에서 패러디됐다. 다른 사람들은 전부 재미로 놀려대는 거지만 파커와 스톤이 공개적으로 싫어한다고 말한 사람이 한명 있다. 바로 바브라 스트라이샌드. 그녀는 메카 스트라이샌드편에서 아예 괴물로 나왔고 아이들은 바브라의 노래를 듣고 고문 상태에 빠졌다. 극장판에서 사담 후세인을 물리치기 위해 카트만이 온갖 욕을 한 뒤 바브라 스트라이샌드의 이름을 부르는 것은 그 때문이다.

4. <사우스 파크>가 좋아하는 것들

피겨 스케이팅 선수인 브라이언 보이타노를 신격화하고 있다. 록 스타인 로버트 스미스도 좋아한다. 그러나 캐나다 연예인인 테란스와 필립을 따라가지는 못한다. <사우스 파크>에 나오는 대부분의 TV물은 테란스와 필립 쇼이다. 그들은 늘 방귀를 가지고 사람들을 웃기는데 요번 극장판에서도 방귀 탭댄스를 췄다.

5. 왜 캐나다와 싸우는가?

특별한 것은 없다. 사우스 파크인들은 이라크도 일본도 싫어한다. 중요한 것은 캐나다 사람들이 이 점을 전혀 개의치 않는다는 것. <사우스 파크>는 캐나다에서 그해 여름 흥행 1위를 했다.(타이 사람들은 <애나 앤드 킹>을 보면 감옥 간다던데, 캐나다는 무척 좋은 나라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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