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
제7회 서울국제청소년영화제 집행위원장 김종현
2005-08-11
글 : 김수경
사진 : 서지형 (스틸기사)
“우리 영화제 출신들이 한국영화의 새 세대가 될 것이다”

일곱 번째 열린 서울국제청소년영화제(이하 SIYFF)가 한창이다. SIYFF의 김종현(43) 집행위원장은 청소년영화나 미디어교육에 관련된 사람이라면 한번쯤은 만나봤을 인물이다. 12년차 영어교사이며, 전교조 산하 참교육영상집단 대표인 그는 7년간 SIYFF를 이끌어왔다. 그는 영문과를 졸업하고 시네마테크 활동, 광고회사 PD를 거쳐 영화유학을 준비했다. ‘6개월만 다녀야지’ 하고 찾아간 영파여고는 그의 인생을 180도로 바꿔놓는다. 창졸간에 2학년 담임이 된 그는 고등학교 방송반을 이끌며 국내 최초로 뉴스프로그램을 제작하고, 화제의 영화 <너희가 중딩을 아느냐?>를 아이들과 만들어내 화제가 되었다. 영화와 학교를 넘나들며 살아가는 그가 말하는 아이들, 학교, 영화 이야기.

-유학을 꿈꾸다가 학교에 눌러앉은 계기가 궁금하다.

=아마 담임만 맡지 않았어도 예정대로 떠났겠지. (웃음) 마침 전교조가 1989년에 생겼고 1990년부터 활동했다. 처음에는 교사로서의 사명감보다는 투쟁심이 강했으니까. 아이들한테 빠져들면서 자연스럽게 사명감도 생기더라. 특별활동을 함께하며 즐겁게 지냈다. 아이들과 뉴스프로그램도 만들고 16mm영화도 촬영했다. 돈 때문에 16mm영화는 후반작업은 못했다.

-일진회 문제를 다룬 <너희가 중딩을 아느냐?>는 1997년 영파여중에서 만들었다.

=1993∼94년에 학교에서 갑자기 전교조 핵심인사 6명을 중학교로 발령을 냈다. 전교조에 가입하는 선생이 자꾸 늘어나자 취한 조치였다. 중학교에 내려가서도 영화반을 만들었다.

-<너희가 중딩을 아느냐?>는 각종 시사프로그램에 보도되고 파장이 컸다.

=교장선생님과 2년 동안 그것 때문에 계속 싸웠다. 사실 나보다 아이들이 용감했고 진실했다. 나야 영화 만드는 걸 도와주고, 나중에 교장선생님이 아이들 성적을 들춰내며 비겁하게 나오기에 같이 싸웠을 따름이다. 그때 참여했던 아이들은 모두 대학 진학해서 잘 지내고 있다. 아이들에게 현실을 보여주는 것도 교육의 한 책무다.

-SIYFF는 어떻게 시작되었나.

=아이들과 워크숍을 꾸준히 하면서 그들이 만든 창작물을 극장에서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1999년에 시작하며 전교조 해외 네트워크를 활용해서 외국 작품도 초청했다. 첫해 150편이나 모여서 스스로도 놀랐다.

-올해 SIYFF의 새로운 부분이 있다면.

=내년부터 심혈을 기울일 청소년통일영화포럼이 있다. 국내 청소년 영화 및 문화 연구자들이 성과를 포럼에서 발표하고 북한에 함께 하자고 제안했다. 청소년들이 영화를 중심으로 북한의 청소년들과 문화교류를 하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다.

-이제까지 영화제를 거쳐간 아이들의 현재가 궁금하다.

=전국 거의 모든 영화전공 학과에 아이들이 있을 정도다. 지난해 영상캠프를 진행했던 대학에서도 아이들과 우연히 마주쳐서 즐거웠다. 현재 영화제의 메인 스탭이나 자원봉사자들도 영화제 출신이 다수다. 후일 한국영화의 다른 흐름을 보여줄 세대가 될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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