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1]
애니메이션 캐릭터, 디즈니 vs 워너 [2]
2000-01-11
글 : 박은영
디즈니와 워너의 사촌들

우디와 배트맨만큼의 거리

디즈니의 파트너 픽사스튜디오는 내리 세편의 디지털 애니메이션을 성공시키며, 디지털 애니메이션계의 선두에 섰다. <토이 스토리> <벅스 라이프> <토이 스토리2>는 픽사가 셀 한장 쓰지 않고 컴퓨터그래픽만으로 창조해낸 작품들. 금속성 질감에 화려한 색상, 부드러운 몸놀림 정도를 제하면, 이 디지털 캐릭터들은 서로 닮지도 않았고 예쁘지도 않다. 평범한 외모에 의존적인 성격을 지닌 주인공이 등장한다는 점에서, 기존의 디즈니 캐릭터와는 거리가 있다. 장난감 세계든 곤충 세계든, 정의롭지만 유약하고 순진한 주인공이, 의리와 재기로 똘똘 뭉친 친구들의 도움으로 위기에서 벗어나곤 하는 것이다. 차기작 <몬스터>도 비슷한 진용이 짜일 것으로 보인다.

DC 코믹스는 타임워너로 합병되면서, 워너의 식구가 됐다. DC 코믹스를 통해 세상에 첫선을 보인 만화 <슈퍼맨>과 <배트맨>은 실사로 먼저 제작됐고, 워너 스튜디오 고유의 창작 캐릭터가 아니긴 하지만, 시리즈물로 만들기 수월한 설정 덕으로 TV 애니메이션으로 다시 태어났다. 특히 <배트맨>은 92년부터 다양한 시리즈물과 TV영화로 제작됐으며, 두 차례 에미상을 수상하는 등 워너의 대표작으로 자리잡았다. 배트맨 시리즈 역시 어둡고 우울한데다, 대표 캐릭터들이 우락부락한 편이라 아동 취향은 아니다. 정교한 움직임와 독특한 음악 쓰임새, 어눌하지만 정감있는 캐릭터들이 특징적인 한나-바바라사(일명 HB)의 애니메이션 <플린스톤 가족>과 <스쿠비두>도 워너의 TV채널 카툰 네트워크에서 인기리에 방영하는 작품들이다.

워너 작품은 아니지만, 워너적인 타사 작품도 있다. 50년대 이후 애니메이션계가 침체되면서, 60년대 중반 워너 스튜디오도 문을 닫았고, 트위티와 실베스타를 만든 30년 터주대감 프리즈 프리랭 감독도 갈 길을 찾아야 했다. 프로듀서 데이비드 드패티와 프로덕션을 차리고, 그가 처음 마련한 기획이 <핑크 팬더>. 일체의 작업이 중단된 채 방치돼 있는 워너 스튜디오를 빌려 작품을 만들었다. 핑크 팬더는 루니툰즈 캐릭터들보다 인상은 부드러운 편이지만, 의인화한 길쭉한 몸체나 단순한 듯 단순치 않은 됨됨이가 그들과 닮았다. 핑크 팬더가 성인 관객에게 더 어필했음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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