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side DVD]
[DVD vs DVD] 홍콩 포스트 뉴웨이브, 관금붕
2005-08-19
글 : ibuti
<연지구> vs <완령옥>

홍콩영화의 포스트 뉴웨이브 세대로 등장한 관금붕은 유례없는 예술영화 몇편을 내놓는다. 관금붕 자신이 말한 바 홍콩 영화산업이 활황을 구가하던 시기였기에 <연지구> 같은 영화의 제작이 가능했듯이, 당시 홍콩 대중영화의 인기에 편승해 국내에 소개됐던 그의 영화들은 낯선 대상일 수밖에 없었다. <인지구>로 잘못 소개된 <연지구>는 요괴영화와 모던 멜로드라마를 혼용한 작품이다. 영화는 과거의 연인을 찾아 현대로 찾아온 귀신을 통해 지키지 못한 사랑의 약속, 사라지는 홍콩에 대한 애틋한 기억들, 변화에 대한 낭만적 거부를 이야기하는데, 숨이 막힐 정도로 촘촘한 화면구도 속에 죽어가는 듯 대사를 읊는 배우의 모습이 탐미적 시선의 극치를 보여준다.

1920, 1930년대 중국의 대표적 배우인 완령옥을 그린 <완령옥>은 관금붕과 배우들의 토론, 완령옥의 기록영상, 그리고 영화 속 영화가 컬러와 흑백영상으로 교차되어 나오는 작품이다. 연기자는 미쳐야 한다고 말했으며, 연기에 빠져 울음을 멈추지 못했다던 완령옥은 사회의 편견에 맞선 여자이자 25살 꽃다운 나이에 자살한 여배우의 이름이었다. 그런데 관금붕은 왜 완령옥이 자살한 1935년 3월8일보다 꼭 1년 전에 <연지구>의 기생 여화가 자살하는 것으로 설정해놓았을까. 1935년이라면 중국영화가 상하이를 중심으로 자국영화의 기치를 드높일 때다. 활기찬 1980년대와 이후 힘을 잃어간 1990년대에 홍콩영화의 현장을 지킨 관금붕은 비문을 반복해서 써나가는 자신의 모습을 빌려 중국영화의 화려한 시기를 애써 기리는 홍콩 영화감독을 구상했던 것 같다.

그리고 관금붕이 완령옥을 불러와 과거를 더듬었던 것처럼 우리는 <연지구>에서 우리의 곁을 떠난 두 배우의 기억을 접하게 된다. 인생과 사랑이 헛되기에 <연지구>를 보며 눈물을 흘렸던 자는 이젠 장국영과 매염방 때문에 터져나오는 울음을 멈추기 힘들지 모른다. 관금붕의 영화가 영화 안팎으로 누군가를 끊임없이 그리워하게 만드는 작업이라면, 그중 <연지구>와 <완령옥>은 <레드 로즈, 화이트 로즈>로 이어지는, 아름다움에 취한 세계의 정점일 것이다(그러나 관금붕은 이후 <쾌락과 타락>과 <란유>를 만들면서 게이로서의 정체성을 탐구하며 좀더 현실적인 주제로 넘어간다). 새로 출시된 <완령옥> DVD는 기존 출시본보다 30여분 긴 판본을 수록했다는 점을 먼저 주목할 만하다. 두 DVD엔 예고편 모음과 포토 갤러리 외에 관금붕과 영화평론가 폴 포노로프와의 인터뷰를 수록하고 있다. 길지 않은 인터뷰지만 제작 배경과 배우, 스탭, 영화의 주제 등에 대한 설명이 알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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