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맥스영화는 67년 몬트리올 엑스포를 계기로 선보인 뒤, 70년 오사카 엑스포에서 완성된 형태를 내놓았다. 65mm 네거필름으로 촬영하여 70mm 필름에 프린트한 뒤 대형 스크린에 영사하는 이 방식은 개발 초 많은 관심을 끌었다. 인간의 시계를 극한으로 끌어올리는 거대한 화면 및 좌석배치 등으로 이미지의 압도감을 주는 것이 특징이고, 그래서 자연다큐멘터리와 과학영화가 주상영작이었다. 국내에서는 63빌딩의 아이맥스 영화관이 최초로 건립되어 85년 7월 <창공을 날아라>(To Fly)를 개봉한 이후 지금까지 수십편의 영화들을 상영해왔다. 하지만 지금까지 아이맥스영화는 영화문화라기보다는 놀이문화에 가까운 것이었다. 놀이동산에 놀러가야만 탈 수 있는 거대한 기구 같은 것이었다. 일반 상업영화처럼 지속적으로 극장을 찾아볼 수 있는 영화들이 아니었다. 관객 역시 주로 아이들에 한정될 수밖에 없었다. 이런 상황은 국내나 외국이나 마찬가지였다.
아이맥스영화들은 자연스럽게 하향세를 걷기 시작했다. 94년 아이맥스사를 인수한 리처드 L. 갤폰드와 브래들리 J. 웩슬러 공동대표는 급기야 2000년 아이맥스 매각에 실패하는 데 이른다. 아무도 그 멸종위기에 놓인 공룡을 사려는 사람이 없었다. 2001년 들어 아이맥스사의 총수입은 떨어졌고, 주가는 폭락했다. 이들이 난황을 타개하기 위해 극력을 쏟은 것은 두 가지였다. 35mm 일반 상업영화를 상영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것과 멀티플렉스 극장에서 아이맥스 시스템으로 영사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 결과적으로 지금 아이맥스사를 살린 것은 이 두 가지 기술 개발의 성공이다.
디지털 리마스터링: 아이맥스의 역습
상업영화를 일반 극장과 동시에 개봉하는 것만이 살길이라는 걸 알고 있었던 이들은 2002년 디지털 리마스터링(DMR) 기법을 통해 론 하워드의 <아폴로 13>을 아이맥스영화로 전환하여 개봉한다. 이로써 <아폴로 13>은 DMR 기술을 통해 아이맥스영화로 전환된 첫 번째 상업영화로 기록된다. DMR 기술이란 35mm영화를 디지털 신호로 변환한 뒤, 그것을 다시 기존의 70mm 프린트에 입혀 전환하는 것이다. 단순히 블로업을 통해 대형 화면에서 상영한 <글래디에이터> <쥬라기 공원3>와는 화질 등 모든 면에서 차이가 났다. <아폴로 13>의 성공적인 시연 이후 <매트릭스2 리로디드> <해리 포터와 아즈카반의 죄수> <스타워즈 에피소드2: 클론의 습격> 등의 영화가 같은 방식으로 아이맥스영화로 전환되었고, 흥행에서 성공했다. 그중에서도 최초의 아이맥스 3D영화 <폴라 익스프레스>의 성공이 가속의 발판이었다. <폴라 익스프레스> 아이맥스 버전은 4500만달러라는 막대한 수익을 기록했으며, 이후 <로봇> <배트맨 비긴즈> <찰리와 초콜렛 공장> 등이 좋은 성과를 이루는 데까지 나아갔다. 앞으로 3D 입체애니메이션 <몬스터 하우스>가 <폴라 익스프레스>와 같은 방식으로 만들어져 아이맥스 버전으로 개봉될 예정이고, 니콜라스 케이지, 줄리아 로버츠가 성우를 맡는 <앤트 불리(Ant Bully)> 등도 아이맥스 버전으로 내년 8월 개봉하기로 계약되어 있는 상태다.
멀티플렉스 극장에 아이맥스 시스템을 도입하는 것 역시 성공적이었다. CGV 기술지원팀 이성원 팀장에 의하면 CGV에 신설될 아이맥스 시스템의 상영관은 “MPX(멀티플렉스) 타입의 아이맥스 3D영화관이라고 이해하면 될 것”이라고 한다. “기존 아이맥스 필름과 동일한 70mm 필름을 수평 영사하되, 모두 DMR 과정을 거친 상업영화들이며, 일반 35mm 영화 영사기와 MPX 타입의 아이맥스 영사기를 모두 구비하여 두 포맷 모두 상영할 수 있는 조건을 갖추는 것”이 계획이다. 게다가 “예전에는 두대의 영사기가 필요했던 3D영화가 지금은 MPX 타입 3D 한대면 가능하다”고 한다. 또한 거기에 맞게 극장 스크린을 대형화하고 스크린과 객석간의 거리를 조정하는 것도 아이맥스 시스템을 위한 조건이다. 가령, 스크린과의 이격이 필요한 일반 35mm 영화와 스크린에 가까이 갈수록 효과가 더 큰 아이맥스영화의 객석 구분을 위해 좌석에 별도로 색깔 표시를 하는 등의 차이를 고려하고 있다. 지금 아이맥스사는 각국의 멀티플렉스 극장가와 손잡고 그 발판을 넓히는 중이다. 올해만 해도 이미 아이맥스사는 연말에 오픈하게 될 과테말라의 멀티플렉스 일부에 시스템을 들여놓기로 했고, 파테 네덜란드와 계약을 맺어 암스테르담의 멀티플렉스에 상영관을 짓기로 했다. 중국에는 향후 4년 내에 전역을 통틀어 여섯개 아이맥스관을 신설키로 계약했다. 한국 멀티플렉스 극장 CGV가 아이맥스와 계약을 맺은 것도 이런 추세의 일부인 셈이다.
몸으로 보는 영화, 아이맥스의 미래
아이맥스 영화관, 그곳을 찾는 사람들의 목적은 놀이기구를 타는 듯한 느낌을 받는 것이었다. 즉, 대형 화면에 펼쳐진 이미지에 모든 시지각을 내맡기는 경험을 해보는 것이었다. 그래서 아이맥스영화들은 주로 계곡, 창공, 설원 등의 대자연과 거대한 동물, 질주하는 자동차 등을 통해 극단의 높이감, 부피감, 속도감 등을 전달했다. 실제 감각을 상실하면서 누리게 되는 아슬아슬함, 바로 관객의 추체험 매혹을 충족시키는 것이 아이맥스영화의 대표적인 특징이었다. 이제 멀티플렉스에 아이맥스 시스템이 도입되면서 그런 경험은 좀더 일반적인 것이 될 전망이다. 자연다큐멘터리가 주는 추체험과는 다르겠지만, 상업영화들이 아이맥스 버전으로 상영될 때 관객은 한편의 극영화를 이루는 내러티브 요소 외에도 그 이미지들 자체의 ‘움직임’에서 어떤 자극을 받게 될 것이다. 거대한 스펙터클 재현을 기본으로 하는 영화들일 경우 그 효과는 배가될 것이고, 3D애니메이션은 더욱더 실제처럼 보이고자 하는 목적을 달성할 것이다. 지금까지 아이맥스로 상영된 상업영화들의 목록이 그 점을 말해준다. 그때 관객은 좌석에 있는 것이 아니라, 영화가 재현하는 그 장소 어딘가에 들어가 있는 것이다. 예컨대 <폴라 익스프레스>가 보여주는 수직과 수평의 급강, 급상의 움직임과 ‘퍼포먼스 캡처’라고 불린 세심한 동작 재현 기법 등은 이미지가 보여주는 움직임 그 자체에 대한 매혹을 확장하는 요소들이다.
‘아이맥스 시스템으로 35mm 상업영화를 멀티플렉스에서 상영할 수 있게 됐다’는 것은 ‘이야기가 있는 테마파크가 극장 안으로 들어왔다’는 것을 의미한다. 실제로 이미 아이맥스의 위력을 경험한 외국의 관계자들이 아이맥스 시스템으로 상영된 영화들을 ‘이벤트 필름’이라고 부르는 이유도 거기 있을 것이다. 혹은 그곳을 찾는 많은 관객은 아이들이거나, 가족 단위의 관람객일 가능성이 크다. ‘가족 블록버스터영화’라고 불리는 이유 역시 거기 있을 것이다. 아이맥스 시스템의 일반화는 분명 여가문화로서 영화가 나아가는 양상의 길목인 듯싶다. 결코 예술로서의 전망은 될 수 없어도, 영화 보기 문화의 어떤 방점이 될 가능성은 높다.
아이맥스와 환경보호에 일생을 바치다
아이맥스 영화의 거장 그렉 맥길리브레이 감독
아이맥스영화라고 할 때 떠오르는 대자연과 풍속의 이미지들. 언뜻 비슷해 보이지만 아이맥스영화쪽에도 평생을 바쳐온 장인이 있다. 그렉 맥길리브레이는 가장 성공적인 아이맥스 영화감독이자, 가장 유명한 아이맥스 영화감독이다. 그러나 상업영화권에서 활동한 바가 없기 때문에 대부분 관객은 잘 모르는 영화감독이기도 하다. 맥길리브레이는 친구 짐 프리맨과 함께 1963년 영화 제작회사를 차린 뒤, 1976년 <To Fly>를 시작으로 현재까지 아이맥스영화만 만들어왔다. 40년이라는 오랜 기간 동안 대략 20편 정도의 아이맥스영화를 완성했고, 그간에 그가 만든 영화들은 전세계적으로 700만달러 이상을 벌어들였다. 그중에서도 에베레스트를 오르는 등반대원들과 함께하며 촬영한 96년작 <에베레스트>는 가장 큰 흥행작이자, 맥길리브래이의 대표작이다. 그 외에도 맥길리브레이는 <살아 있는 해저>와 <돌고래들> 등으로 오스카상에 두번이나 노미네이트되기도 했다. 그의 대표작이자 아이맥스영화 데뷔작인 <To Fly>는 87년 <창공을 날아라>라는 제목을 달고 국내 아이맥스영화 상영 1호로 뒤늦게 상영되기도 했다. <To Fly>는 열기구를 비롯하여 행글라이딩, 비행기, 우주항공선에 이르기까지 하늘에 떠 있는 거의 모든 것에 대한 탐색이다. 이후에도 맥길리브레이는 동굴의 절경을 담은 <동굴 대탐험>, 각종 운동선수들의 육체를 담은 <톱 스피드> 등 많은 작품을 만들었다. 멕길리브레이는 고대 그리스, 해양, 나일강 등에 대한 여러 프로젝트를 갖고 있다고 말한 바 있는데, 그의 2005년 아이맥스영화가 바로 그 프로젝트 중 하나를 실현한 <나일의 미스터리>. <나일의 미스터리>는 114일간 나일강을 따라 이집트, 수단, 에티오피아를 종단하며 나일강 유역의 문화와 자연과 풍속을 보여주는 아이맥스영화로, 그의 가장 최근작이다. 환경주의자이자기도 한 맥길리브래이는 “나의 임무는 자연보호와 공해에 대한 의식을 심어주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며, 아이들에게 해양사에 대한 관심을 심어주는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아이맥스는 일반영화와 시스템부터 다르다
63빌딩 아이맥스 영화관 영사기사 도창수
63빌딩 아이맥스 영화관은 지난 85년 7월 국내에서 처음으로 아이맥스영화를 상영하기 시작한 이후 최근까지 정기 상영을 하고 있는 곳이다. 영사팀 도창수 과장은 여기에서 18년을 근무했다. 그에게서 아이맥스영화에 대한 짧은 한 토막을 듣는다.
-지금은 개보수 중이라 상영은 안 한다고 들었다.
=영화관쪽은 아마 11월부터 공사에 들어갈 거다. 스크린 교체하고, 좌석도 갈고 해서 내년 1월21일부터 다시 오픈할 예정이다.
-국내에서 아이맥스 상영은 이곳이 처음이다.
=한국에서는 처음이었다. 63빌딩에 들어온 아이맥스 영사기는 전세계에서 14번째로 들어온 거다. 14호 영사기인 셈이다. 전세계적으로 400대 정도 영사기가 나와 있다고 생각하면 된다. 없어지는 곳도 많지만, 1년에 세개에서 네개 정도 오픈하는 추세다.
-하루에 몇회 정도 상영하나.
=우리는 다큐멘터리만 튼다. 대부분 영화 상영시간이 40분에서 50분이기 때문에 하루에 13번 내지 14번 돌린다. 학생들의 방학 때가 성수기다. 그때는 504석이 거의 꽉 찬다.
-첫 상영했던 영화는.
=<To Fly>다. <창공을 날아라>라는 제목으로 85년 7월27일 개봉했었다.
-아이맥스는 35mm나 일반 70mm하고 어떤 차이가 있나.
=35mm의 거의 10배고, 일반 극장 70mm의 3배다. 일반 70mm하고는 필름 자체 크기에서 3배 차이가 난다. 화질도 3배 차이가 나고, 필름 속도도 3배가 빠르다. 1초에 24프레임이 지나가는 건 마찬가지다. 일반 70mm는 사운드트랙이 깔려 있지만, 우리는 사운드가 따로 6채널로 들어간다. 사운드트랙을 넣으면 그만큼 필름 폭이 좁아지니까. 스크린 사이즈는 세로 18m, 가로 25m다. 외국에는 더 큰 데도 있다. 아마 시드니에 있는 게 제일 클 텐데, 세로 25m에 가로 32m짜리가 있다. 영사도 수평 방식인데, 일반 영화처럼 상하로 릴이 감기는 대신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릴이 감기면서 영사된다. 아예 아이맥스 전용 카메라가 따로 있고, 촬영 때부터 수평으로 제작된다. 필름 포맷과 영사기 구조문제로 그렇게 상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