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1]
DMB vs 아이맥스 [1]
2005-08-23
글 : 정한석 (부산국제영화제 프로그래머)
‘내 손안의 영화관’ DMB vs ‘지상 최대의 스크린’ 아이맥스 시스템

기술의 발전은 언제나 문화의 변화를 종용한다. 기술의 덕으로 탄생하여 생존하는 영화의 경우 그 변화는 천명이다. 디지털 기술이 모든 것을 바꾸고 있는 지금 여기, 극과 극의 ‘영화보기 문화’가 점차 일상화되고 있다. 비유컨대 최소의 소형 스크린과 최대의 대형 스크린이 동시에 미래 영화의 일상적 풍경으로 떠오르고 있다. DMB와 아이맥스 시스템이 그것을 공존하도록 실현하고 있는 것이다.

DMB(Digital Multimedia Broadcasting), 디지털 멀티미디어 방송이라는 신기술을 따라 영화는 이제 휴대하여 이동해가면서 볼 수 있는 무언가가 되었다. TU미디어 콘텐츠팀의 이종민 과장은 “한달에 홈CGV가 제공하는 70∼80편 정도의 영화를 위성 DMB로 상영하고 있다”면서, “대형 스크린에 어울리도록 만들어진 영화의 매체 속성 때문에 처음에는 고민했는데, 인지도가 높은 영화는 콘텐츠 상영시간에 상관없이 인기가 있는 것 같다”고 말한다. 이동하는 곳곳에서 우리는 DMB를 통해 많은 영화를 본다. 혹은 더 많이 보게 될 것이다. 그런 점에서 DMB는 실상 영화의 확장이라기보다는 방송의 확장이라는 의미가 우선하지만, 그 콘텐츠의 일부로서 영화가 받는 영향을 무시할 수는 없다. 극장용 상업영화를 휴대폰 등의 소형 스크린으로 방송한다는 의미 외에도, 이동과 휴대라는 그 태생적인 조건에 어울리는 모바일영화들이 새롭게 탄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에 아이맥스영화도 일반화될 예정이다. 사멸할 것으로 예상됐던 아이맥스 시스템이 디지털 리마스터링 기술(DMR)과 멀티플렉스 맞춤형 영사기 개발을 통해 혁신적인 변신에 성공한 것이다. 최초의 아이맥스 3D영화 <폴라 익스프레스>의 대성공 이후 아이맥스 영화사의 성장세는 급격하게 상승했고, 세계 여러 멀티플렉스 극장에 아이맥스 시스템이 도입되기 시작했다.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지난 4월14일 CJ-CGV는 아이맥스사와 국내 독점 사업 계약을 체결했음을 밝혔다. 향후 2007년까지 서울, 부산, 인천, 대구, 광주, 일산 등 총 6개 극장에 아이맥스관을 개관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지금까지는 거의 유일하게 63빌딩 영화관에서만 정기 상영을 해오던 아이맥스 시스템 영화를 멀티플렉스 극장에서 일상적으로 보게 되는 것이다. CJ-CGV 관계자는 “8월 말쯤 구체적으로 개관 시기와 순서가 잡힐 것 같다”면서 “서울은 새로 완공될 왕십리, 기존의 용산, 지방은 부산, 인천, 일산이 개관 확정지이다. 나머지는 아직 미정이다. 그러나 연내에 2개 정도가 개관할 것은 확실하다”고 밝혔다. “획기적인 수익창출의 창고가 된다기보다는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고, 새 서비스를 도입한다는 의미가 크다”는 말도 덧붙였다. 해외에서 불기 시작한 아이맥스 부활의 바람이 한국 멀티플렉스 극장가에도 여파를 미치기 시작한 것이다.

이제 DMB(모바일영화)와 아이맥스 시스템은 적어도 한국에서만큼은 미래 영화의 한 형태이자, 미래 극장의 한 종류다. 들고 다니며 볼 수 있는 몇 센티미터에 불과한 소형 이동 극장과 평방 몇십 미터를 훌쩍 넘어 신경을 압도하는 대형 극장이 우리 곁에 동시에 존재하게 된 것이다. 이 둘은 작은 스크린과 큰 스크린이 주는 영화보기의 극단적 체험의 대비뿐 아니라, ‘움직이면서 영화를 보는 것’과 ‘움직임 자체를 영화로 보는 것’의 매혹을 대변하고 있다. 전세계에서 가장 앞서 있는 한국의 최첨단 기술이 낳은 DMB, 여기에 외국에서 검증된 또 하나의 기술 아이맥스 시스템이 들어옴으로써 한국의 영화문화는 극과 극을 모두 갖춘 셈이 됐다. 무엇보다 영화를 여가의 일종으로 극대화한다는 의미에서 이 둘은 일맥상통한다. DMB와 아이맥스가 ‘영화의 미래’를 대변하는 청신호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이것이 ‘미래 영화의 한 형태’라는 점을 간과해서도 안 될 것이다. DMB와 아이맥스, 그 기묘한 동거를 주목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