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1]
DMB vs 아이맥스 [2] - DMB
2005-08-23
글 : 옥혜령 (LA 통신원)
개인용 엔터테인먼트 센터로 진화하는 모바일의 현주소, DMB

“내 손안의 TV”라는 광고 카피가 있다. DMB라는 새로운 미디어의 등장을 간단하게 정의한다. 지금껏 내 손안엔 휴대폰이 있었는데, 이젠 TV도 있다. 물론 좀 비싼 DMB단말기나 DMB폰을 가지고 있을 때의 상황이다. 내 손안에 있는 건 TV뿐만 아니다. 내 손안엔 게임기도, 인터넷도, 카메라도, 사전도 있다. PMP(휴대용 미디어 플레이어)나 PSP(휴대용 게임기)까지 장만했다면, 내 손은 참 무겁다. 덧붙여 MP3 플레이어도 걸고 있다면, 나는/그대는 ‘움직이는’ 극장이자 오디오이자, 게임센터다. DMB는 궁극적으로 ‘개인용 엔터테인먼트 센터’로 진화하는 모바일의 현주소이다. 날이 새기가 무섭게 등장하고, 진화하는 이 모바일의 세계에서 ‘영화 보기’는 더이상 스크린 앞에(극장이든, TV든, 컴퓨터든지 간에) 앉아 있는 두어 시간을 의미하지 않는다.

움직이는 영화, ‘모바일영화’라는 말이 등장한 지 3년째. 2002년, SK텔레콤이 3세대 모바일 멀티미디어 콘텐츠 서비스 ‘JUNE’을 런칭하고, 이를 위해 <건달과 달걀> <프로젝트 X> 등의 휴대폰 전용 영화를 제작하고 붙인 이름이다. 이후 SK텔레콤의 주도로 <이공시리즈> <다섯 개의 별> <익스트림 X> 등 다수의 모바일영화, 애니메이션 등이 제작되었다. 그러나 KTF의 ‘Fimm’도 가세한 IMT2000 서비스가 상용화된 2005년, 모바일영화는 단지 휴대폰을 위해 제작된 영화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또한 엄밀하게 말하자면, 모든 모바일영화가 기존에 우리가 알고 있는 ‘영화’인 것도 아니다. 전문가들이 이야기하듯, 모바일영화의 미학을 정의하기에는 조금 이른 듯하다. 우리 손에 들려 있는 모바일영화의 사례들에 주목해서, ‘모바일을 통해 보여지는 영화 혹은 영상물’ 정도의 광의의 해석을 내려보자. 중요한 것은 우리가 현재, 한반도 밖의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낯선 이 ‘작은 스크린’을 통해 ‘작은 영화, 마이크로무비(micromovie)’를 보고 있다는 사실이다.

영화관은 움직이는 거야

휴대폰의 3X5cm 액정으로 등장한 ‘작은 스크린 위의 작은 영화’는, 지난 5월 TU미디어가 본방송을 시작한 위성파 DMB와 7월에 시험방송을 한 지상파 DMB의 상용화를 앞두고 콘텐츠 논의의 한자리를 차지한다. 휴대폰에서 시작한 모바일영화와 DMB의 관계는? DMB란 디지털 멀티미디어 브로드캐스팅(Digital Multimedia Broadcasting)의 준말이다. 문화관광부의 공식적인 정의에 따르면, “이동 중 수신을 목적으로 다채널을 이용하여 텔레비전 방송, 라디오 방송 및 데이터 방송을 복합적으로 송신하는 방송”이다. 복잡해 보여도 DMB의 모든 것은 사실 이 정의 속에 다 들어 있다. 왜 DMB를 미디어 융합의 결정판이라고도 이야기하는지는, DMB 속에 그 흔적을 남기고 있는 기존의 미디어들을 하나씩 되짚어볼 때 분명해진다. 먼저 ‘방송’. 우리가 흔히 아는 공중파TV가 대표적이다. 물론 케이블과 위성도 있다. DMB 역시 지상파와 위성, 두 가지의 서비스로 나누어진다. 지상파DMB란 문자 그대로 주류 방송사들이 주축이 되어 지상 송전탑과 기지국을 이용한 방송이며, 위성DMB는 위성방송처럼 위성을 활용한다. DMB 서비스를 위해 SK텔레콤과 일본의 NTT 도코모가 2004년 초에 공동으로 통신위성을 발사했다. 그런데 DMB는 방송은 방송이되 동영상 위주의 텔레비전 방송과는 달리 데이터, 라디오 방송까지 결합한 복합적 방송이다. 즉 기존에는 매체의 특성에 따라 구분되던 인터넷의 데이터, 라디오(음성) 방송, 영상 방송이 동시에 하나의 단말기로 수신 가능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결정적으로 DMB가 첨예의 화제가 되는 이유는 이것이 ‘이동하는’ TV, ‘내 손안의 TV’이기 때문이다. 거실에 놓인 TV를 온 가족이 함께 시청하던 시절이 있었는데, (형편이 허락하는 한) 언젠가부터 방방마다 (대개 약간은 작은 사이즈의) TV를 놓기 시작하더니, 젊은 세대는 컴퓨터 스크린으로 TV를 대체했다. 결국, 모 통신사의 광고 문구처럼 이제 ‘TV가 거리로 나왔다’, 물론, 손바닥만한 크기로. ‘언제 어디서나’ (통화를) 가능하게 했던 이동통신의 파워가 ‘언제 어디서나’ (시청이) 가능한 DMB를 탄생시킨 것이다.

위성DMB중앙미디어 방송센터에서 시험방송을 해보이고 있다.

이런 의미에서, DMB는 이동통신과 방송이 결합해서 만들어낸 차세대 미디어다. 무선인터넷을 이용하는 ‘JUNE’이나 ‘Fimm’과 같은 3세대 휴대폰 멀티미디어 서비스가 지녔던 ‘다운로딩’이라는 기술적 제약을, 위성과 별도의 방송망을 사용하는 DMB는 가볍게 뛰어넘는다. 휴대폰으로 영화 한편 보기 위해서는, 통신료와 정보료를 제공하고 배터리 용량의 급격한 소모를 감수하면서 다운로드를 받게 마련이었다. 물론 스트리밍도 가능하나 연결이 끊기는 경우도 종종 있을 뿐더러 일회용이라는 문제점이 있었다. DMB방송은 일정액의 수신료만 납부하면(지상파DMB는 무료다) 24시간 생방송이다. 하지만, 이렇게 언제나 시청 가능하며, 어디나 휴대할 수 있다는 점은 ‘작은 스크린’의 강점이자 단점이기도 하다. 이동 중에 작은 스크린에 집중하는 것은 당연히 쉽지 않다. 휴대폰과 DMB 단말기 스크린의 화질이 HD급으로 상당히 뛰어난 편이지만, 이동성이라는 특성은 콘텐츠의 형식과 내용에도 영향을 끼친다. <반지의 제왕>을 지하철에서 끝까지 볼 수는 없는 노릇이다. ‘작은 스크린’에서 살아남기 위한 ‘작은 영화들’의 전략은 무엇일까.

짧은 호흡, 집중도 높은 영상의 작은 영화들

‘작은 영화’, 마이크로무비는 극장을 기준으로 한 종래의 영화(필름이든 비디오든) 제작, 배급, 상영의 관습을 따르지 않고, 컴퓨터 등의 좀더 작은 스크린에 기반해서 제작, 배급되는 영화를 가리킨다. 인터넷영화, 퀵타임 무비, 플래시애니메이션 등이 이 범주에 해당되는데, 디지털 테크놀로지의 발달은 이들 작은 영화의 등장에 결정적이었다. 주지하다시피 모바일 기기는 현재 컴퓨터의 뒤를 이은 가장 작은 스크린이다.

모바일용 작은 영화 중에는 원래는 작지 않았으나 작은 스크린으로 이동해온 영화들이 있다. 오프라인에서(모바일이 아닌) 상영되었거나, 상영될 보통의 영화들이다. SK&C의 박효정 대리는 ‘JUNE’ 서비스가 시작되던 초창기에 영화사들은 모바일을 그저 새로운, 그러나 효용성이 검증되지 않은 홍보채널로 여기는 경향이 있었다”고 한다. 모바일 콘텐츠의 저작권료, 미미한 수익·배분 등에 관한 제도가 정립되지 않은 까닭도 있다. 장편영화가 극장에 개봉된 뒤에 모바일에 그대로 재상영되기도 하지만, 오히려 10∼20분 정도로 편집된 본영화의 예고편, 혹은 편집된 다이제스트판, 메이킹 필름 등이 톡톡히 인기를 끌었다. ‘일단 짧아야 한다’는 모바일 콘텐츠의 특성 때문이다. 단편영화가 이동통신사의 모바일영화 라이브러리를 채우고 있는 것도 바로 이 매체의 한계 때문이기도 하다. 한편으로는 극장을 잡지 못한 소규모 영화나 외화가 모바일을 대안 채널로 삼아 개봉을 시도하기도 했다. 일본영화 <메모리>나 애니메이션 <천년 여우> 등이 실험적인 사례들. 지난 4월 SK텔레콤은 국내 미개봉작 다섯편을 <KBS 프리미어 영화>라는 이름으로 ‘JUNE’을 통해 서비스함으로써, 대안적인 영화 배급 채널로서의 모바일의 가능성을 재실험하기도 했다. DMB가 상용화됨에 따라 이 오프라인영화들의 재가공은 더욱 활발해질 예상인데, SK텔레콤의 기정국 과장은 실제로 “초창기와는 달리 DMB의 등장과 더불어, 영화업계에서도 모바일을 적극적으로 새로운 매체로 인식하고, 구체적으로 다양한 콘텐츠 개발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말한다. 영화를 중심으로 한 모바일 부가서비스 개발도 관심을 끌고 있는 부분. 모바일 콘텐츠가 무시할 수 없는 트렌드가 된 것이다.

하지만, 모바일영화의 미학이라고 할 만한 것을 실험해온 것은 아무래도 모바일로 이주한 이들 영화 콘텐츠보다는 모바일에서 태어난 작은 영화들이다. <건달과 달걀> 이후, <이공 시리즈>나 <다섯 개의 별> 등 각각의 작품이 모바일에 적합한 영화의 형식과 내용을 고민하는 방식은 각양각색이다. 클로즈업이나 빠른 편집 등 감각적이고 시각적 집중도가 높은 영상을 찾아내는 카메라 테크닉은 말할 것도 없고, 5∼8분씩 끊어지는 에피소드 형식으로 구성된 내러티브, <건달과 달걀> <다섯 개의 별>처럼 텍스트 메시지와 인터넷을 활용해 스토리 전개에 관객의 쌍방향 참여를 유도하는 인터액티브 장치 등이 대표적으로 눈에 띈다.

모바일영화의 미래는 열려 있다

<이공 시리즈>
<프로젝트 X>

결국, 한국에서 모바일영화에 관한 이야기는 항상 ‘최초’이거나 ‘미래’에 관한 것일 수밖에 없다. 한국과 일본을 제외하고는 상업적인 모바일영화를 서비스하고 있는 나라가 없는 까닭이다. 휴대폰 기술과 문화가 발달했다는 스칸디나비아 국가의 경우, 3세대 휴대폰을 이용한 노키아 ‘모바일TV’ 등이 실험 단계에 있고, 영국에서도 ‘오렌지’에서 시범적인 모바일영화 상영 등을 시도하는 정도다. 휴대폰 문화에 있어서는 앞자리를 내어줄 수밖에 없는 미국은 지난해 스프린트에서 겨우 스포츠 경기 클립과 뉴스를 서비스하기 시작했다. 한국도 현재, DMB 단말기의 보급률이 10만대 수준에 머물고, 휴대폰 서비스 수익 중 모바일영화가 차지하는 부분은 10% 내외이다보니 아직까지 모바일영화의 파워를 이야기하기에는 이를지도 모른다. 하지만 기정국 과장의 말대로 “지금까지는 모바일 콘텐츠의 다양한 가능성을 실험해온 단계”였다고 볼 수 있다. SK텔레콤은 <다섯 개의 별> 이후 직접적인 모바일영화 제작은 중단했지만, 대신 언론에 소개된대로 적극적으로 영화계와 제휴 관계를 맺고 있다. 싸이더스 HQ의 2대 주주 승격이나 영화 펀드 등의 조성은 이제 영화계에 콘텐츠 발굴의 임무를 맡기겠다는 속셈일 수도 있다. 상업성 있는 모바일 콘텐츠야말로 작은 스크린의 존폐를 좌우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니까.

하지만 작은 스크린의 위력이 상업성에만 있지는 않을까라는 의문도 던져볼 필요가 있다. 영화도 주류영화와 독립영화, 실험영화 등 다양한 유형이 있듯이, 모바일영화도 상업성과 매체의 특성을 고려한 창의성을 다양한 비례로 갖춘 작품들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세네프가 최초로 개최하고 있는 ‘모바일 & DMB 영화제’의 출품작들은 비교적 기존의 상업적인 모바일영화와 맞닿아 있으면서도 인터넷영화, 웹아트를 넘나드는 실험적인 형식적 시도들을 보여준다. 그러나 이들이 모바일영화의 미래가 될지는 또한 모르는 일이다. 세네프의 안철호 사무국장의 말처럼 “모바일영화는 오직 미래만 있을 뿐”일지 모르겠지만, 일단 (가지고 있다면) 지하철 안에서건, 카페에서건, 휴대폰(DMB 단말기)을 열어 모바일영화 아이콘를 한번 찾아보라. 오늘, 새로운 극장이, TV가 내 손안에 들어오는지 궁금하지 않은가.

주목할 만한 모바일영화

<건달과 달걀>(2002)

SK텔레콤이 2002년 서비스한 한국 최초의 모바일영화. 이희철 감독이 ‘건달’ 이성진과 ‘달걀’ 파는 청각장애인 오승은 사이의 엽기적인 러브 스토리를 12개의 에피소드로 그려냈다. 휴대폰의 특성을 살린 클로즈업과 빠른 편집 위주의 CF 같은 영상을 보여준다. 무엇보다 텍스트 메시지를 이용한 인터액티브의 실험이 돋보인다. ‘현실적’, ‘이성적’, ‘감성적’, 세개의 버전으로 나뉜 결말을 관람객(모바일 유저)이 직접 선택할 수 있다. 상영 중 텍스트 메시지로 유저의 의견을 묻고, 그에 맞게 측정된 달걀 지수로 각자의 성향에 알맞은 결말이 제시되는 방식이다.

<이공 시리즈>(2003)

영화 아카데미 출신 감독 20명이 아카데미 개교 20주년을 기념하여 만든 20개의 단편영화. 봉준호, 허진호 등 유명 감독과 배우도 다수 참여해 주목을 끌었다. SK텔레콤의 지원을 받아 제작되고, ‘June’ 서비스를 통해 첫선을 보였다. 애초에 모바일영화로 기획되지 않았던 까닭에 공통된 모바일 영상미학을 찾기는 힘들지만, 스무명의 감독이 각양각색으로 모바일 스크린을 ‘의식한’ 흔적이 흥미롭다. 극장 스크린으로 볼 때와 모바일 스크린으로 보는 영화의 느낌이 다르다는 것을 확연히 보여주는 사례.

<다섯 개의 별>(2004)

SK텔레콤이 싸이더스 HQ와 함께 제작한 한국 최초의 모바일 인터액티브 드라마. 방송 환경과 엔터테인터트 사업의 융합, ‘원소스 멀티 유스’의 추세를 감안하여 본격적으로 모바일 콘텐츠의 형식을 고심한 흔적이 역력한 기획작품이다. 보이 댄스 그룹으로도 활동하게 될 다섯명의 주인공 캐스팅 단계부터(그중 한명만) 싸이월드와 모바일 유저가 투표로 신청, 참여하는 인터액티브 장치를 마련해서 화제를 모았다. 엔딩에서 여주인공 공효진의 마음을 사로잡을 남자친구도 유저의 투표로 결정되었는데, 당시 <미안하다. 사랑한다>에 출연했던 정경호가 압도적으로 선정되기도. 서비스 시작 15일 만에 40만명이 접속해, 역대 3위의 인기 모바일 드라마라는 기록도 남겼다. 모바일 드라마뿐 아니라 화보집, 뮤직비디오, 게임 등 다양한 콘텐츠가 동시에 제작되어 10대 청소년들의 미디어 문화 전방위를 겨냥한 모바일 콘텐츠 개발의 사례로 꼽힌다.

촌철살인의 영상이 핵심이다

모바일 & DMB 영화제 진행하는 세네프영화제

이강옥 프로그래머

마침 세네프(SeNef: Seoul Net festival)가 주관하는 ‘모바일 & DMB 영화제’(7월1일∼9월8일)가 진행 중이다. 경쟁부문 ‘모바일 익스프레스’와 비경쟁 부문 ‘퍼스펙티브엠’(perspective >m)을 통틀어 총 76편의 최종 작품이 KTF의 Fimm과 TU미디어의 ‘채널 블루’를 통해 상영 중이다. 뉴미디어 환경에 적합한 새로운 영화 보기의 가능성을 꾸준히 타진해온 세네프가 현재 ‘최신의’ 동영상 미디어로 등장한 휴대폰과 DMB단말기에 관심을 가지는 것은 자연스러워 보인다. 과연 인터넷영화와 또 다른 모바일, DMB영화가 존재할까. 세네프영화제 이강옥 프로그래머와 안철호 사무국장이 전하는 모바일영화 혹은 모바일 작품론.

-모바일 & DMB 영화제라는 새로운 영화제가 어떻게 탄생했나.

=처음 넷필름영화제를 기획하게 된 계기도 극장에서 개봉하고 소리없이 사라지는 영화를 위한 새로운 상영 채널로서 ‘인터넷’에 주목한 것이었다. 결국 디지털화라는 변화된 제작환경과 상영방식으로 인해 가능해진 새로운 영상환경에 대한 관심이었는데, 올해 DMB방송이 시작하면서, 휴대폰과 DMB도 결국은 영상물의 새로운 배급 채널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이와 더불어 이 뉴미디어 채널에 알맞은 새로운 영상미학의 가능성도 타진해보고자 했다.

-모바일 & DMB 영화의 결정적인 특징이 있는가. 모바일영화를 어떻게 정의하면 좋을까.

=결론적으로 말하면 ‘아직은 말하기 이르다’인데, 영화제 출품작 선정 기준을 말하면 도움이 될 것 같다. 우리가 원한 모바일영화들의 특징은 일단 ‘촌철살인의 영상미학’으로 요약할 수 있을 것 같다. 작은 스크린과 짧은 상영시간이라는 매체의 특성을 고려해서 감각적이고 스타일리시한 비주얼이나 짧은 시간 안에 긴장감 있게 내러티브를 전개하는 영화들을 골랐다. 둘째는 ‘모바일폰으로 만들어진’ 작품들이 있다. 휴대폰카메라나 디지털카메라를 이용해 일상성을 살린 작품들이 해당하는데, 도시적인 감성, 유희적인 미학이 돋보인다. 셋째는 뮤직비디오나 광고의 형식을 지녔지만 좀더 창의적으로 시선을 붙드는 작품들.

-출품작의 상당수를 차지한 플래시애니매이션을 보더라도 인터넷영화와 크게 구별하기가 쉽지 않은데.

=그래서 아직 새로운 모바일 미학은 없다고 본다. 인터넷영화의 경우에는 인터액티브한 컴퓨터의 속성을 활용한 넷아트, 웹아트 등이 영향을 많이 끼쳤다. 관객이 직접 스토리를 선택할 수 있게 하는 장치라든지, 마우스로 타이포그래프를 이용해 그림을 그리게 한다든지 하는 실험이 많다. 모바일의 경우에도 태생이 모바일인 작품들이 모바일의 속성을 잘 보여주지 않을까 생각해서 모바일폰으로 만들어진 영화들을 집중적으로 찾았는데, 그다지 많지 않았다. 기획전에 소개된 멜린다 베컴의 작품이 대표적이다.

-영화제 출품작 이외 기존의 상업 모바일영화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앞으로 어떤 모바일영화를 보고 싶은가.

=대개의 작품이 모바일만 겨냥해서 만들어진다기보다는, 넷, 케이블방송, 모바일 등 다양한 윈도를 고려해서 콘텐츠로 만들어진다. 기본적으로 모바일이나 DMB는 상업적인 매체니까, 상업성을 고려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이 새로운 매체에 적합한 콘텐츠를 미학적으로 실험하고자 하는 작가들을 어떻게 지원해줄 것인가의 방안도 고민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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