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다큐멘터리의 최전선, TV로 오다
바야흐로 다큐멘터리 전성시대다. 마이클 무어가 부시를 정면으로 공격한 다큐멘터리 <화씨 9/11>로 칸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따낸 것을 신호탄으로, 전세계적으로 극영화보다 재밌고 감동적인 다큐멘터리들이 개봉되고 관객몰이에도 성공하는 일들이 심심찮게 벌어지고 있다. 이즈음의 다큐멘터리엔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 EBS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국제다큐멘터리페스티벌을 열어 최근 다큐멘터리의 새로운 경향과 조우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한다. 8월29일부터 9월4일까지 EBS는 유아와 어린이 정규 프로그램을 제외한 모든 시간대를 할애해 ‘다큐 주간’을 꾸린다. 30여개국 94편, 하루 15시간씩 총 111시간이라는 파격적인 편성이다. 일부 작품은 도곡동 EBS에 위치한 전용관 SPACE의 스크린에서 필름과 디지털의 질감 그대로 감상할 수도 있다.
올해 다큐페스티벌에서 선보이는 작품들은 ‘생명과 평화의 아시아’라는 주제로 묶일 수 있다. 이념이라는 대의를 내세운 국가간 분쟁은 그치지 않았고, 계층간의 빈부 격차와 불화는 잦아들지 않았으며, 소수를 향한 폭력과 차별도 여전하고, 무절제한 개발로 자연은 병들어가고 있다는 이야기들이 유난히 자주, 다양한 방식으로 전달되고 있기 때문. 미얀마 난민들을 다룬 <또 다른 생존의 땅, 메솟>으로 문을 여는 영화제는 해외 유수의 영화제에서 검증된 걸작들이 포진한 ‘다큐멘터리 최전선’, 영화제 주제와 가장 잘 부합하는 작품들의 경쟁부문 ‘페스티벌 초이스’, 아시아 신흥개발국의 이슈를 따라잡은 ‘아시아 5개국 특별전’, 역사적인 인물들을 재조명하는 ‘시대의 초상’, 전쟁의 상흔을 이야기하는 ‘전쟁과 평화’, 보통 사람들의 희망 찾기 ‘그래도 삶은 지속된다’, 감춰졌던 진실을 따라잡는 ‘진실을 찾아서’, ‘다큐로 영화 읽기’, ‘다큐로 음악 듣기’ 등의 다양한 부문에 걸친 작품들을 소개한다. 지난해 화제작들을 다시 만날 수 있는 회고전도 기획돼 있다. 이 밖에도 오프라인 행사로, 최민식 작가의 사진전, 아시아 5개국 문화체험 행사, 국제 토론회와 포럼 등이 준비돼 있고, 심사위원으로는 <달의 형상>의 레오나르드 레텔 헴리히, 암스테르담 다큐멘터리영화제 엘리 덕스 집행위원장, 페미니즘 실험영화 감독 트린 민하 등이 초청돼 내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