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의 첫 만남/ 뮤지컬 <황구도>. 연극은 예전부터 하고 싶었는데 <세기말> 끝나고 바로 섭외가 들어왔어요. 개들의 사랑을 그린 잔잔하고 따뜻한 뮤지컬이예요. 얌전하고 착하고, 천상 여자인 암캐 캐시로 출연해요. 예전에 출연한 역할과는 아주 달라요. 1월3일부터 방영되는 TV드라마 <나는 그녀가 좋다>에서는 못돼서 새침하기보다는 못돼서 귀여운 악녀로 나와요. 이미지 변신을 즐겨요. 꾸준히 자기를 가꾸지 않으면 배우로서의 생명력은 없다고 봐야죠.
1999년 20자평/ 이대로 멈춰버렸으면 좋을, 내 생애 최고의 순간들이 많았던 한해. 그러나 새 천년엔 또 무엇을?
21세기, 나의 길/ 연기도 계속하고 싶지만, 교단에서 후배들에게 내 지식을 나눠주고 싶어요. 그래요, 교수가 꿈이예요. 중학교 때부터 그랬어요. 연기를 하는 것도 일종의 현장경험이죠. 아직 뭘 가르칠지는 정하지 못했어요. 남들이 많이 가는 미국말고 일본으로 유학가서 새로운 걸 배우고 싶어요.
2000년 1월1일 0시/ 1월1일 0시10분에 <황구도> 공연을 시작하니까 0시에는 분장실에 있겠죠. ‘잘해야지’, ‘실수하지 말아야지’ 하고 마음을 다지면서.
20세기 나만의 타임캡슐/ 교복을 넣고 싶어요. 학교를 좋아했어요. 21세기가 되면 교복을 꺼내입고 싶을 것 같아요. 내 시간 내기가 힘들어서 친구들과 맘편히 놀 공간인 학교가 너무 좋았어요. 교복말고 인간을 넣을 수 있다면 친구와 엄마, 아빠를 넣고 싶어요. 물건에 대한 애착은 별로 없어요. 선물보다는 선물을 사준 마음이 귀중한 거 아닌가요?
내가 보는 나/ 스펀지 같아요. 뭐든지 다 흡수해요. 어떤 역할이든지 내 걸로 흡수해서 내 걸로 표현해요. 다른 사람이 전에 한 연기를 따라하는 게 아니라 내 나름대로 표현하는 거죠. 일단 시나리오 속의 인물은 허구의 인물이지만 나라는 매체를 통해 현실성을 얻죠. 아니, 내가 연기를 하는 게 아니라 내가 이미 그 인물이라고 할까요? 그런 연기자가 되고 싶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