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타]
21세기 스크린, 네개의 사자후 [2] - 배두나
2000-01-04
글 : 박은영
글 : 이유란 (객원기자)
사진 : 손홍주 (사진팀 선임기자)

2000년의 첫 만남/ 얼마 전 성재 오빠(이성재)랑 <플란다스의 개> 촬영을 마쳤어요. 아파트 관리사무소 직원 현남이가 제 역할인데, 순수하고 정의로워서 동네 강아지 실종사건을 접하고 추적해요. 상황은 웃긴데, 사람이 진지해서 더 웃길 거예요. 감독님 말씀처럼 현남이랑 나랑 많이 닮아서, 연기하기 아주 편했어요. 현장 분위기도 화기애애했구요. 시나리오 읽고 무조건 하겠다고 달려들었는데, 시사회날은 꼭 울어버릴 것 같아요.

1999년 20자평/ 연기의 맛을 알아버린, 그래서 연기를 택하는 대신 다른 한편을 포기한 한해(배두나는 <플란더스의 개>를 만나면서, 드라마, 쇼프로 MC, 라디오 DJ를 모두 그만뒀다).

21세기, 나의 길/ 난 현재에 충실한 사람이거든요. 과거에 얽매이지도, 미래에 부담을 느끼지도 않아요. 재밌고 즐거우니까 하는 것뿐이예요. 한동안 몰두하다가 놓아버리는 버릇도 있구요. 뭔가 이뤘다 생각하면 놓는 거죠. 깨는 걸 좋아하나봐요. 그런데 연기는 싫어질 것 같지 않아요. (웃음) 변신도 하고 싶어요. 사람들이 생각하는 내 이미지, 세기말적이다, 뭐 이런 것들을 벗으려고 발버둥치고 있어요. 순수하면서도 성숙한 여성의 분위기가 물씬 나는, 그런 역할 어디 없을까요.

2000년 1월1일 0시/ 그날 대학로에서 특집 프로그램 생방송해요. 만일 <러브스토리> 촬영 잡히면, 거기 가야 하구요. 그것만 아니면 사람들 속에서 분위기 잡을 텐데. 시간이 난다면, 제야의 종소리 들으러 가고 싶어요. 북적거리는 게 좋아요. 겨울엔 그게 좋죠.

20세기 나만의 타임캡슐/ 제일 처음 표지모델을 섰던 잡지가 뜻깊어요. <키키> 98년 7월호. 20세기 속에서 20년을 살았는데, 여러번 중요한 순간들을 맞았죠. 그중 하나가 모델 데뷔예요. 하나 더. 엄마가 손수 만들어주신 배냇저고리도 영원히 간직하고 싶어요.

내가 보는 나/ 난 너무 복잡해. 일에 있어선 욕심이 많아, 철두철미하려고 애써요. 작정한 건 바로 해치워야 직성이 풀려서, 별명이 ‘쇠뿔’이구요. 하지만 남을 세심하게 배려하지는 못해요. 말도 툭툭 던져서, 무성의하다는 오해를 사죠. 남들 생각처럼 터프하진 않아요. 얼마나 감동을 잘하는데요. 그리고 우리 세대에 대한 변명을 좀 하자면, 반항적이고 거침없는 모습이 다는 아니라는 거죠. 다들 지극히 자기 일에 충실하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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