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인어공주와 구두>의 비비안 수
2005-10-07
글 : 이영진
사진 : 손홍주 (사진팀 선임기자)
한국어 배우는 중인 명랑공주

“안녕하세요∼ 여보세요∼ 잠깐만요∼” 인터뷰는 뒷전이다. 동영상 카메라를 보더니 요청하지도 않은 한국어 실력을 선보인다. “오빠라는 말이 제일 좋아요. 가족 말고도 윗 사람을 지칭할 수도 있고, 연인을 부르는 말이기도 하고. 처음 들었을 때 뜻도 몰랐는데 특별한 단어라는 느낌이 오던데요” 답변을 받아적느라 정신없는 기자에게 얼굴을 들이대며 “이제, 알았지?”라고 한국어로 면박을 주는 이 당돌한 아가씨, 바로 비비안 수다.

1990년대 ‘소녀대’라는 그룹의 일원으로 대만과 일본을 오가며 음반을 발표하고, 곧이어 브라운관과 스크린을 오가며 스타덤을 굳힌 아시아의 아이돌 스타 비비안 수가 서른 넘어 처음으로 부산을 찾았다. 뉴커런츠 부문 초청작인 리 윤찬 감독의 <인어공주와 구두>에서 해피엔딩 동화의 허상을 몸으로 깨닫게 되는 도도 역할을 맡은 그녀는 3년 전, 8년 동안의 일본생활을 접고 대만으로 다시 돌아왔다.

“누구나 집으로 돌아가고 싶은 것 아닌가요?” 중국어로 노래하고 연기하고 싶어서 귀환했다는 그녀의 호기심이 다시 발동한 것일까. “대만에 돌아와서 <엽기적인 그녀>와 <올드보이>를 봤는데 독특하더라구요” 한국영화와 드라마를 볼 때마다 자막을 봐야 하는게 답답해 책을 사서 한국어 공부를 시작했다는 그녀는 신작 <인어공주와 구두> 작업 이야기를 꺼내자 갑자기 진지 모드로 바뀌더니 대단한 만족감을 표시한다. “감독님이 여자여서 밤에도 서슴없이 전화할 수 있었고, 또 마음에 담아둔 말도 직접적으로 털어놓을 수 있었고, 전과 다르게 무엇보다 같이 창작하는 느낌을 가질 수 있어서 행복했어요. 영화 속에 나오는 노래의 가사들도 제가 붙일 수 있도록 감독님이 배려해주셨고.” 통역하는 이의 볼에 뽀뽀를 하는 등 갖가지 재미난 상황을 스스로 연출하면서 수다를 이어간 비비안 수. 매니저가 옆에서 찌르지 않았다면, 그녀는 개막식에 지각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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