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영화]
애틋하고도 열정적인 사랑, <달은 다시 떠오른다>
2005-10-11
글 : 박혜명

뜨거운 입김이 동반되는 사랑은, 앳되고 말간 얼굴의 스무살 초반 여인에게만 허락된 것이 아니다. 참한 딸 시리안을 엄하게 키워온 엄마 바오카이는 둥그렇고 환한 보름달을 반짝이는 눈빛으로 올려다보며 “책에서나 볼 수 있는 완벽한 남자는 없어. 그런 남자를 실제로 만난다면 두려울 거야”라고 읊조리는 여인이다. 그녀는 딸의 애인 추청이 본토 사람이라며 달가워하지 않았지만, 딸 앞으로 오는 연애편지를 가로채 읽다가 자신이 20년동안 잊고 지낸 애틋하고도 열정적인 사랑의 감각에 몸이 달아오름을 느낀다.

<달은 다시 떠오른다>는 레이스 장식 하나 없는 두 여인의 옷차림마냥 절제된 표현 양식을 추구하는 영화다. 집앞 뜰에 심어놓은 야채들이 녹아들어갈만큼 더운 여름 낮에도 바오카이와 시리안은 손으로 부채질하는 놀림 한 번 보여주지 않는다. 반면 두 여인의 속을 채우는 열정은 하얀 명주옷 속 살덩어리를 붉게 뎁혀오는 더위만큼 뜨겁다. 상대의 사랑이 식었을까 근심하면서도 자신의 사랑을 표현하는 데 두려움이 없는 연인들의 편지는 얼마나 낭만적인가. 이 정중동의 에너지를 확장시켜가는 린쳉솅의 연출력이 시종 평형을 유지하는 동안, 바오카이를 연기한 여배우 양귀매의 표정은 섬세하게 변화한다. 양귀매는 이 영화로 지난해 금마장영화제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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