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1]
아드만 스튜디오에서 만난 <월레스&그로밋> [3] - 닉 파크 인터뷰
2005-10-18
글 : 이성욱 (<팝툰> 편집장)
<월레스와 그로밋> 시리즈의 닉 파크 감독

“손 냄새 나는 게 우리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제 닉 파크라는 이름을 빼고 아드만 스튜디오를 말할 수 있을까. 1985년 닉 파크는 아드만 스튜디오의 설립자가 강의하던 영화학교로 찾아가 자기 작품을 보여주고는 일자리를 제의받았다. <월레스와 그로밋>의 첫 단편인 <화려한 외출>의 5분짜리 데모 테이프였다. 이후 <동물원 인터뷰>와 <월레스와 그로밋>의 두 단편으로 오스카 세개를 거머쥐면서 스타가 됐고, 장편 <치킨 런>의 성공은 그와 아드만의 미래를 더욱 넓혀주었다. 물론, 코앞에서 만나본 그는 거만은커녕 약간 수줍고 매우 섬세해 보이는 모범 예술가였다.

-월레스, 그로밋의 이름은 어떻게 지었나.

=아주 나이 많은 어떤 할머니가 뚱뚱한 큰 개를 기르고 있었는데 그 개 이름이 월레스였다. 이름이 재밌어서 써봤다. 그리고 동생이 전기 기술자인데 보청기 뒤쪽의 꼬인 줄 같은 전기줄을 그로밋이라고 부르더라. 발음이 좋아서 선택했다.

-영화를 준비하면서 스티브 박스와 많이 상의한 점은.

=히치콕 영화의 느낌을 내고 싶었다. 코미디와 스릴러 느낌에 대한 논의, 그리고 <레이디 킬러> 같은 영화에 대해 많은 얘기를 나눴다. 이전 작품에 호러, 스릴러, 로맨스 등이 고루 있었다면, 이번에는 1930∼40년대 호러 느낌을 가미했다. <Werewolf(늑대인간)> 같은 영화는 사람을 잡아먹으나 ‘Wererabbit’은 토끼가 야채 먹는 괴물로 등장해 영국에서 웃음을 크게 유발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왜 스톱모션애니메이션 방식을 고집하나.

=손으로 움직여서 만드는 것에 대한 애착이 강하다. 아드만 스튜디오도 컴퓨터애니메이션을 못 만드는 것은 아니지만, 특히 <월레스&그로밋: 거대 토끼의 저주>는 손으로 움직여서 손의 느낌이 나도록 만드는 게 우리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좋은 애니메이터의 자질은.

=광기(Madness). (웃음) 많은 사람이 참을성이 있어야 한다고 말하나 내 생각에는 유머와 타이밍을 맞출 수 있는 감각, 손으로 움직이는 것에 대한 능력, 그리고 액팅도 할 줄 알아야 한다고 본다.

-기계(문명)에 대한 메시지가 있는 것 같은데.

=특별한 메시지는 없지만 드러나지 않은 메시지는 모든 것, 사소한 것까지 기계를 통해 해결하고자 하고 집착하는 월레스에 대한 얘기가 아닐까.

-단편을 장편으로 만드는 작업이다보니 막대한 외부 자본이 필요로 했다. 그러다보니 이전과는 다른 변화, 예를 들어 작업환경의 변화, 할리우드의 압력 등은 없었나.

=이래저래 압력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드림웍스와 일하는 게 이사회나 위원회에서 얘기하는 것과는 다르니까. 스필버그, 카첸버그 등과 대화하면서 많이 싸우기도 하나 타협도 하면서 전적으로 내가 할 수 있는 자유를 얻었다고 생각한다.

-그로밋에게 말할 기회를 줄 것인가.

=아니, 결코. (웃음) 그로밋은 눈과 눈썹으로 말한다. 어떤 면에서는 말하는 것보다 더욱 효과적이지 않을까.

-이 작품이 담고 있는 영국적인 것의 의미는.

=순박하게 보이는 것일 수도 있다. 영국적 캐릭터가 안으로 삭이고 밖으로 잘 표현하지 않는 듯한데 그로밋 캐릭터가 그런 것 같다. 월레스는 정확한 영국식 악센트를 쓰는 영국식 괴짜다. 움직이는 액팅도 우리의 모습이 기준이 되는데, 그렇다보니 캐릭터의 움직임도 영국적인 것 같다. 비주얼의 영국적인 풍경도 영국적의 의미를 담고 있고.

-펭귄이나 토끼는 귀여운 동물로 알려져 있다. 왜 이런 동물을 괴물로 만드나.

=(웃음) 원래 동물을 좋아한다. 옛날에 닭, 원숭이, 다람쥐를 애완동물로 키우기도 했다. 그러나 개는 키워본 적이 없다. 이들 동물에 대해 사람들의 선입관을 비틀면 더욱 재미있는 캐릭터를 만들 수 있을 것 같아서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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