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텍사스 전기톱 연쇄살인사건>에 이은 또 하나의 마이클 베이 표 리메이크 호러. 1979년도 오리지널 작품와 마찬가지로 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지만, 영화는 실제 사건의 주인공들이 분개할 정도로 상당 부분을 허구적인 내용으로 담고 있다.
엉뚱하게 실화 영화로 둔갑해버린 <텍사스...>의 경우도 그랬지만 중요한 것은 실화라는 것을 강조하는 것이 아니라 ‘호러 영화로서 관객들을 얼마나 겁에 질리게 하느냐’다. <아미티빌 호러>는 그 점에 있어 합격점을 주기 어려운 작품이다. 귀신들린 집에 이사 온 가족들의 고생담이라는 전혀 새로울 것 없는 주제를 다룸에 있어 산만한 구성과 뻔한 쇼크 장면만을 보여준다. 게다가 실화라는 사실에 집착한 어이없는 엔딩은 장르영화로서의 매력마저 감소시킨다. 스타일리시한 화면 질감과 으스스한 고문실의 풍경은 감탄을 자아내지만 그 이상의 장점을 찾기 힘든 것이 아쉽다.
DVD로서의 화질과 음질은 수준급. 70년대를 배경으로 한 탓에 다소 빛바랜 듯한 느낌을 주면서도 강한 명암대비의 선명한 영상을 보여준다. 영화의 주요 부분들이 배치된 밤 장면에서도 배우들의 실루엣이 어둠 속에서 뚜렷이 분간된다. 쇼크 장면에 맞춰 적재적소에 터져 나오는 사운드 역시 우수한 편으로 특히 바람을 가르는 도끼날 소리가 인상적이다.
부록 중 음성해설에는 주연을 맡은 라이언 레이놀즈 외에 두 명의 프로듀서가 참여했다. 촬영 당시의 자질구레한 에피소드를 소개하는 가운데 최근 할리우드 호러에 당연시 되는 CG 사용을 최대한 자제했다는 이야기가 관심을 끈다. 영화 속에서 가장 긴장감 넘치는 지붕 장면이 블루스크린에서가 아닌 실제 촬영이었다는 점이 놀라운데, 첼시 역의 아역배우가 몸에 직접 와이어를 달고 20미터 지붕 위를 타는 모습은 제작과정을 담은 부가영상 ‘악의 근거’에서 확인할 수 있다. 또한 마이클 베이가 카메오로 출연한 부분에 관한 해설도 있으니 듣기 전에 미리 찾아보는 것도 재미있을 듯.
17분 분량의 다큐멘터리 ‘초자연적인 살인’은 영화 도입부에서 벌어지는 드페오 일가 학살사건을 조명한 부가영상. 아미티빌 지역의 전직 경찰서장과 검시관 그리고 심령술사가 등장해 자신들의 견해를 이야기하는데 실은 그럴싸하게 만들어진 유사 다큐멘터리다. <블레어 윗치>의 거짓말을 더욱 실감나게 해줬던 특집 프로그램 '블레어 윗치의 저주'를 연상시키는 부록이다. 그 외 삭제장면 모음과 영화 감상 도중 멀티앵글로 촬영현장을 엿볼 수 있는 기능인 ‘세트 피크’, 그리고 설정 자료들이 담긴 포토 갤러리가 수록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