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1]
<용서받지 못한 자> 배우 4인 [1]
2005-11-22
사진 : 오계옥
정리 : 오정연

연극영화과 학부 졸업작품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매끄러운 만듦새, 사회와 개인을 바라보는 깊이있는 시선 등 11월 18일 개봉을 앞둔 <용서받지 못한 자>는 여러모로 놀라운 영화다. 무엇보다도 관객에게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전형적이면서도 생생한 영화 속 캐릭터들. 20대 이상의 관객이라면 군대에서, 학교에서, 사회에서 한번쯤 마주쳤을 법한 이 개성만점의 인물들을 바라보며 울고 웃다가, 영화가 끝난 뒤에는 주변을 돌아보며 생각에 잠길 것이다. <용서받지 못한 자>는 각각의 인물들이 저마다 다르고 또 같은 방식으로 군대 안의 획일적인 상하관계에 대처하고, 그 결과 벌어지는 일련의 비극에 맞닥뜨리게 되는 과정을 바라보는 영화. 윤종빈 감독은 이 영화의 배우들을, 모두 자신의 학교 출신으로 캐스팅하는 ‘센스’를 발휘했다. 유난히 선후배 관계가 엄격한 연극과의 일반적인 성향을 생각했을 때, 이를 통해 모종의 시너지 효과를 거두려는 의도가 아니었을까. 처음부터 그럴 의도는 아니었지만 “캐스팅을 마치고 영화를 찍으면서는, 배우들이 서로 선후배 사이이기 때문에, 영화의 내용과도 잘 맞았을 거라는 생각은 했다”는 것이 윤종빈 감독의 사후적인 고백이다.

자, 영화 속의 상황은 이렇다. 제대를 앞두고 내무반의 신임을 한몸에 받고 있는 유태정과 이제 막 자대 배치를 받은 이승영은 알고보니 중학교 동창 사이. 태정은 승영의 적응을 돕기 위해 실수도 덮어주지만, 군대의 불합리함을 이해하려 들지 않는 고지식한 승영은 왕따의 길을 걷는다. 내무반 최고참 마수동은 이런 승영이 못마땅해 틈만 나면 승영을 괴롭히려 든다. 승영이 이런 마수동에게 대드는 바람에 하루하루가 피곤한 것은 상병 심대석. 내무반 분위기를 책임져야 할 위치의 그는 태정의 눈치를 보며 그의 제대만을 기다린다. 그러면 이 캐릭터를 연기한 배우들의 실제 관계는? 태정을 연기한 하정우와 태정이 날이면 날마다 채찍과 당근을 번갈아 선사하며 부리던 심대석으로 출연한 한성천은, 한때 서로의 집에서 살다시피한 절친한 연극과 동기간이다. 후임들 괴롭히는 일이 남은 군대 생활의 유일한 낙인 전형적인 내무반 최고참의 모습이 역력한 마수동은 이들보다 한 학번 후배인 임현성이 연기했다. 하정우와 임현성은 “어쩌다보니” 서로 휴대폰 위치추적 서비스를 받는 사이고, 이들 세명은 같은 연극에서 호흡을 맞추기도 한 사이. 그리고 유약하고 이성적인 모습에서 순간적으로 이기적인 면모가 엿보이는 문제의 승영은, 나머지 세명보다 4, 5년 정도 어린 서장원의 몫이었다. 이처럼 복잡한 관계를 시시콜콜하게 나열한 이유는 한 가지. 이들의 실제 일상과 관계가, 영화 속 인물들의 자연스러운 조화와 깊은 관계를 맺고 있기 때문이다.

가을이 성큼 다가온 11월의 어느 날, <용서받지 못한 자>의 네 배우를 만났다. 영화 속 비중을 따지자면, 영화 속에서 승영의 후임인 전형적인 고문관, 허지훈을 연기했던 윤종빈 감독도 이 자리에 있어야 했던 것이 사실. 하지만 아무리 훌륭한 연기를 선보였다 하더라도 엄연히 그는 감독이 아니던가. 눈속임 하나없이 맨몸에 맨손으로 서로를 ‘갈구면서’, 한겨울의 추위와 살인적인 일정을 견디며 동고동락한 네 배우가 전할 수 있는 영화 안팎의 또 다른 풍경에 대해 들었다. (몇편의 충무로 상업영화에서 얼굴을 알렸고, 최근 TV드라마를 통해 유명해지기 시작한 하정우를 제외하면) 이제 막 한발을 내디딘 셈인 이들은, 연기자로 평생을 함께할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았고, 선후배인 윤종빈 감독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감추지 않았다.

ps. 이들의 평소 관계를 중시하여, 말투를 그대로 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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