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1]
<용서받지 못한 자> 배우 4인 [3]
2005-11-22
사진 : 오계옥
정리 : 오정연

촬영 - 맞고 맞고 맞고… 쟤, 또 맞아?

임현성/ 근데 정말 촬영할 때 제일 힘든 역할은 심대석 같아.

한성천/ 그렇다니까, 무슨 일만 생기면 심대석 불러서 때리잖아. 나중엔 부산영화제 온 관객이 “쟤, 또 맞아” 하면서 소곤거리더라고. 영화 속에서 맞는 장면은 세번뿐이어도, 매번 다양한 방식으로 계속 진짜 맞다보면. 어유, 맞는 사람 앞에 두고, 감독이랑 정우랑 둘이, 이렇게 때릴까, 저렇게 때릴까, 얘기하는데…. 주먹으로 맞는 장면 찍고 나니까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 엉덩이 맞을 때는 바지에 박스랑 장갑 끼워놓고 찍었잖아.

하정우/ 살짝 삐치기도 했지? (웃음) 내가 세 번째 테이크에선가 날아차기 했을 때, 그거 결국 NG였잖아. 조감독은 옆에서 “형, 그냥 가슴을 주먹으로 때리세요” 누구는 또, “뺨을 때려” 이러는데. (낄낄댄다)

한성천/ 한번은 세게 맞으면서 끝까지 연기를 했는데, 전 장면이랑 연결이 안 맞는다고 처음부터 다시 찍었잖아. 하지만 뭐니뭐니해도 나는, 겨울에 여름신 찍는 게 제일 힘들었어.

하정우/ 정말 추울 때 찍은 장면 중에 그 긴 신 기억나? 원신 원컷을 테이크 8번째까지 가는데. 태정이 한명씩 차례대로 다 때린 다음에 머리박는 거 시키고, 승영 빼고 다 들어가라고 하고, 담배 피우고, 대사까지 마치는. 중간에 틀리면 처음부터 했잖아. “야, 심대석”부터. (일동 웃음) 다 때리고 난 다음에 라이터를 켜야 하는데 손이 얼어서 NG나고. 그게 아니면 입이 얼어서 버벅거리고. 결국은 그 대사, 후시로 했을걸? 장원이가 볼을 하도 맞아서 카메라에 보일 정도로 얼굴이 붓는 바람에 더 할 수가 없었거든.

한성천/ 그때는 솔직히 장원이한테 참 고맙더라. (웃음)

서장원/ (말없이 웃는다)

임현성/ 음, 나는 사실 맞는 장면이 없어서. (웃음) 그 장면 찍을 땐 좀 심심했는데. 기다리다 지쳐서 촬영장에 가봤더니 장원이 얼굴은 부어 있고, 어유~.

한성천/ (의미심장한 웃음) 난 처음부터 감독에게 말했어. 정우한테 맞는 건 상관없는데, 현성이는 안 된다고. 후배한테 맞으면 기분이 나빠서가 아니라, 쟤 성격도 있고, 그동안 쌓인 것도 나올지 모른다고. (일동 웃음)

임현성/ 그런 면에서 그 잘린 장면에서 내가 감독 많이 때렸지. “한번만 거시기하면 앞으로 잘해준다니까” 이러면서.

하정우/ 그때 진짜 압권은 지훈의 리액션이었잖아.

임현성/ 그랬지. 상대배우가 감독이라는 게 더 편했어.

하정우/ 나도 태정이 허지훈에게 전화받는 교육시키는 장면을 재밌게 찍었어. 그게 원래 시나리오엔 없던 장면이고, 정해진 대사없이 상황연기하듯이 풀어갔거든. 호흡도 잘 맞고 디테일이 점차 쌓여서, 나중에는 연기한다기보다는 진짜 후임이랑 말장난하는 것 같더라니까. 보면 윤종빈 감독 스타일이 한 장면에서 빼먹지 말아야 할 단어와 내용만 주문하고 전부 맡기잖아.

임현성/ 승영이 허지훈 때릴 때 좀 웃겼잖아. 장원이가 감독 때리면 감독이 바로, “컷!”(일동 웃음) 테이크 여러 번 갔지?

서장원/ 그때는 일단 선배고, 감독님이라서 제대로 못 때리겠더라고요. 나중엔 감독님이 정말 화가 나서는 나를 세게 한번 때리면서, “이렇게 때리라고!”라면서 소리를 지를 정도로. 근데 그렇게 한번 긴장하고, 또 맞은 만큼 화가 나니까 다음에는 한번에 OK가 났죠. (일동 웃음)

한성천/ 나도 편집된 장면 중에 감독 때리는 거 있었는데. 그때 내가 기분상 멱살을 확 잡았는데, 바로 “컷! 아니, 멱살 잡는 건 아닌 것 같아요” 이러는 거야. (일동 박장대소) 움찔했지.

하정우/ 허지훈은 원래 시나리오에는 없던 캐릭터였어. 영화가 장편으로 바뀌면서 생겼는데, 처음에 감독이 직접 연기한다고 했을 때 모두 말렸잖아. 근데 리딩 한번 하고 난 다음에는 아무도 뭐라 그럴 수가 없더라. (웃음) 감독이 연기하랴, 연출하랴, 만날 잠도 30분, 1시간밖에 못 자고, 촬영기간에 그 얼굴을 보면 딱해서 뭐라고 불평할 수도 없더라. 매일같이 다크서클이 입술까지 내려와서는. 머리는 짧게 깎았지, 비쩍 말랐지. (일동 웃음)

임현성 - 마수동 역·1979년생·98학번

늘 장난기가 사라지지 않는 그의 외모 때문이었을까. 그의 동기로 평소에도 그를 어느 정도 알고 지내던 윤종빈 감독은, 별다른 악의도 목표도 없이 장난 삼아 후임을 볶아대는 마수동으로, “시나리오를 쓰면서부터 임현성이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다른 배우는 보지도 않았다”며 캐스팅 배경을 설명한다. 촬영 중에는 마수동의 악질적인 캐릭터를 극대화하려고 노력하면서도 “스스로도 이런 고참이 있으면 견딜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해봤다고. 언제나 좌중을 휘어잡는 말씨로 농담 속에 진심을 담는 모습이 ‘미워할 수 없는 귀여운 악당’으로 썩 잘 어울리지만, 전혀 외모와 연결되지 않는 캐스팅으로 색다른 모습을 선보이고 싶은 욕심을 감추지 않는다. 별 목표가 없던 고등학교 시절. 누가 장래 희망을 물어보면 밑도 끝도 없이 ‘사업가’라고 대답하다가 어느 날 연기에 ‘꽂혔다’. 평생 아들에게 뭔가를 강권하거나 제지할 줄 모르셨던 부모님은, 그가 같은 연극으로 무대에 열번을 서면 그중 아홉번은 직접 관람하러 오실 정도로, 든든한 후원자다. 여태껏 15편에 이르는 연극에 출연했고, 몇편의 단편영화, “가족들만 알아볼 수 있는 단역”으로 충무로 장편영화에 출연한 경험이 있다.

후기 - 왜 만날 그렇게 좁게 잔 건데?

하정우/ 우리 촬영 때, 왜 그렇게 한 방에서 좁게 잤지? 보통 2인1실로 배실이 되는데, 군부대에서 촬영을 5시 반에 마치면 항상 술마시다가, 다 같이 한방에서 자고, 나머지 방에서 다른 스탭들은 다 혼자서 방쓰더라.

한성천/ 나중에 샤워하려고 보면 수건이 없고. (웃음)

임현성/ 아, 그 반투명 유리 있던 화장실.

한성천/ 생각해보니까 장원이는 늘 나가려고 했지. 스탭이랑 잔다고 하고.

서장원/ 아닌데, 한번밖에 안 그랬어요. 아니, 전 선배님들 편하게 주무시라고. (웃음) 그래고 선배들이랑 영화를 찍으니까 그만큼 긴장을 하고, 그게 제 역할이랑 맞아서 더 잘 어울렸던 것 같기도 하고…. (일동 그럴 수도 있겠다, 수긍하는 분위기)

임현성/ 왜 그래, (장난스럽게) 너 수건 많이 썼잖아. 머릿수건, 발수건 다 따로 쓰고. 난 한장 가지고 버텼는데.

한성천 - 심대석 역·1977년생·97학번

하정우의 추천으로 윤종빈 감독을 만나 영화에 합류했다. 원래는 “부산 출신으로 후임들 앞에서는 왕자 같이 굴고, 고참들 앞에서는 비굴한 캐릭터였지만, 좀더 야비해 보이는 느낌으로 바꿨다”는 것이 감독의 설명. 둥글둥글하고 인자(?)한 인상이지만, 함께 출연하는 후배들의 연기를 모니터링하거나 조언하는 것을 게을리하지 않는 꼼꼼한 선배. 학창 시절에는 친구들이 자신의 자취방에서 밤을 새고 돌아간 뒤, 집안 청소를 하느라 강의 시간에 빠질 정도로 섬세(?)한 성격의 소유자. 촬영 당시에도 영화의 개봉을 목표로 했었고, 그만큼 최선을 다했지만, 막상 영화가 주목을 끌게 된 지금에는 뿌듯함과 함께 아쉬움이 크게 다가온다고 말한다. 중학 시절부터 사회자에 응원단장으로 이름을 날리다가 부모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안양예고에 진학했다. 고등학교 시절에는 류시원 스타일의 샤프한 외모로 인기를 독차지했다는 것이, ‘절친한 친구’ 하정우의 증언이다. 무뚝뚝하신 아버지는 지금도 “친구들은 TV에 다 나오는데 왜 너는 안 나오냐”며 마음에 들어하지 않는다고. 그간 학교 연극과 단편영화에 출연했고, 장편영화는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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