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스코프]
발리우드 인 서울, <갱스터> 촬영현장
2005-12-05
글 : 오정연
사진 : 서지형 (스틸기사)
아누락 보세 감독의 발리우드영화 <갱스터> 서울 로케이션 촬영현장

서울시청 서소문 별관 옥상. 도심 속 15층짜리 건물에서 바라본 해질녘 서울이 왠지 낯설다. 성큼 다가온 겨울이 무색한 복장으로, 리듬에 몸을 맡기는 이국의 여배우 덕분에 이질감은 절정에 달한다. 그래도 음악에 맞춰 춤을 추는 여자는 좀 낫다. 옥상 난간에 아슬아슬하게 몸을 의지한 남자배우는 이미 녹음된 노래를 따라 입맛 뻥긋뻥긋, 완벽한 열창모드를 연기한다. 낯선 외모의 스탭들은 타국에서 맞닥뜨린 추위에 몸을 잔뜩 웅크리고도, 어느새 ‘자나깨나 너만 생각한다’는 내용의 노래에 박자를 맞춘다. 과연, 낭만적인 사랑과 따뜻한 가족애가 넘치는 발리우드영화(인도 뭄바이를 중심으로 만들어지는 대중영화)의 현장답다. 그러나 잠시 뒤, 이는 다소간의 위장이었음이 밝혀진다.

지난 11월11일, 서울영상위원회의 도움으로 서울 한복판에서 발리우드영화가 촬영 중이라는 소식을 듣고 찾아간 <갱스터>의 현장. <갱스터>는 한국에서 댄서로 일하는 심란(강나 라모르)과 갱스터 데이아(시니 아후자), 데이아를 잡으러 한국에 잠입한 경찰 아카시(엠란 하스미)의 삼각관계를 다룬 영화다. 이날 저녁에는 아카시의 집 옥상에서 술을 마시던 심란이, 아카시의 고백을 거절하는 장면을 찍어야 한다. 춤과 노래장면 대여섯 컷을 일사천리로 찍어낸 제작진이 지미짚에 카메라를 매달고 조명을 세팅한다. 전 장면에서는 뒷짐을 진 채 촬영에 관여도 하지 않던 아누락 보세 감독이 옥상 한구석에 이불을 깔고 자리한 배우들과 긴 대화를 나눈다. 배우의 연기며 카메라의 움직임 등 전 신과는 사뭇 다른 촬영 속도. 알고보니 전에 찍은 장면은 영화의 본편이 아니라 예고편 격인 홍보용 뮤직비디오 분량이다. 전통적인 발리우드영화와 달리 춤과 노래가 없고, 결말도 비극적인 <갱스터>는, 현대적인 대도시 관객을 겨냥한 새로운 영화였던 것이다.

영화의 결말을 궁금해하는 기자에게 프로듀서 무케시 바트는 이를 밝힐 수 없다고 말한다. 그는 비교적 저예산에 속하는 150만달러로 영화를 만들어, 뭄바이는 물론 서울에서도 개봉시킬 계획을 가지고 있다고 덧붙인다. 그의 계획이 현실화된다면, 내년 4월 이방인이 바라본 서울의 모습을 직접 확인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사진 최호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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