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타]
<파랑주의보>의 차태현 & 송혜교 [1]
2005-12-16
글 : 박혜명
사진 : 오계옥

거제도 촬영현장에 갔을 때 이미 알아봤다. CF나 드라마를 같이 한 적 없는 차태현과 송혜교가 영화에서 만나 알콩달콩 오누이 같은 사이가 되어버렸다는 사실을 말이다. 배우들끼리 사이가 좋으면 금세 티가 난다. 서먹하거나 불편한 사이와 달리 좋은 사이는 숨길 이유가 없으니까. 표지 촬영장에서 두 사람 사이의 장난과 웃음은 끊일라치면 터져나왔고 그 분위기는 현장 구석구석으로 퍼졌다. ‘여자가 귓속말을 하면 남자는 진지하게 들어준다’는 컨셉이 전달되자 송혜교가 재빨리 선 뚜렷한 옆모습을 드러내고 지시를 따른다. 차태현이 턱을 한손으로 진지하게 괴더니 중얼거린다. “뭐? 돈 없어. 뭐? 주식은 안 돼. 아냐, 땅으로 줄게.” 털털하다 못해 가끔씩은 아줌마스럽기도 한 송혜교는 불편한 옷차림과 자세로 촬영하느라 꼿꼿이 세운 몸이 피곤했는지 촬영이 끝나자마자 허리를 두들기며 감탄사를 내뱉는다. “어이구야∼.”

<파랑주의보> 현장이 꼭 그랬다고 한다. 거제도에 두달을 ‘유배당해’ 있는 동안 스탭들과 허물없이 어울렸다는 두 사람은, 어느 날엔가 거제도 시장에 가서 냄비와 젓가락을 사와 숙소에서 라면 끓여먹고 짜파게티 끓여먹은 추억을 이야기한다. 보통 좋은 추억은 그냥 좋은 추억으로만 남기도 하는데, 두 사람에게는 <파랑주의보> 촬영의 추억이 또 다른 의미들을 몇 가지 남겨놓은 것 같다.

차태현/ 내 욕심, 연기, 이미지 변신도 중요하겠지만 일할 때만큼은 재밌게, 여유를 많이 가지려고 이전부터 생각했는데 그걸 제대로 느낀 작품이 <파랑주의보>예요. 스탭들과 재밌게 놀고 촬영장 재밌게 만들려고 하고 상대배우와도 잘 어울리고. 그전에도 노력은 했지만, 워낙 어린 나이에 주연을 맡다 보니 안 되거든요. 아무리 노력해도 스물네다섯살 때는 씨도 안 먹혀요. 근데 해가 거듭될수록 자연스럽게 되더라고요. 중훈이 형이 예전에, 현장에서 막내 스탭들 이름까지 외우고 한다는 게 되더라고. 물론 다 외우진 못했지만. 이번 영화 찍으면서 스탭들 한명마다 조그만 글 하나씩 써서 촬영 쫑파티 때 줬죠.

송혜교/ 영화 크랭크업을 처음 해본 거잖아요. 크랭크업날도 사실 별 느낌은 안 났어요. 끝나기 전까지도 어쩌면 이 한컷을 오늘 못 찍고 내일 찍을 수 있다고 감독님이 말씀하셔서 저도 그러겠거니 했거든요. 다 찍긴 했어요. 새벽 두시인가 세시까지. 근데 마지막 컷을 감독님이 20테이크 정도 갔나. 그렇게 많이 간 적이 한번도 없었거든요. 별 중요한 컷도 아닌데. 나중에 물어보니까, 오케이를 못하시겠더래요. 오케이하고 나면 다 가버리고 없으니까. 첫 영화라 기억에 남게 해주려고 그랬던 거 같아요. 다 끝내고 안아주시더라고요.

차태현 의상협찬 Taste Maximum by 김규식, 제네럴 아이디어 by 범석, 더 랩, 루이 까또즈·액세서리 협찬 디젤, 푸마 컬렉션, 탱커스·스타일리스트 type A(엄호정, 이정애)·헤어 및 메이크업 뮤제 송혜교 의상협찬 Bombyx.M.Moore, Dsquared2, 575 Denim, H.R by koon, Geesen, VOV·액세서리 협찬 더 슈, 최정인, Armani Jewerly·스타일리스트 style 202(강윤주, 정혜진, 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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