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타]
<파랑주의보>의 차태현 & 송혜교 [2]
2005-12-16
글 : 박혜명
사진 : 오계옥

크리스마스 이틀 전에 개봉하는 <파랑주의보>는 바닷가 마을에 사는 두 고등학생의 순수한 첫사랑 이야기다. 차태현은 “거제도의 풍광이 아름답게 담긴, 자극적인 양념을 많이 안 친 영화”라고 설명한다. <파랑주의보>는 멜로영화로서 소재나 드라마의 개성이 딱히 뚜렷하지는 않다. 일본 소설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를 원작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관객은 맘만 먹으면 결말도 알 수 있다. 차태현의 수호는 순수하고 귀엽고 심성 착한 아이라는 점에서 배우의 이전 모습들과 닮아 있다. 송혜교의 수은은 남자에게 좀더 적극적으로 마음을 표현하는 아이라는 점에서 역시 배우의 이전 모습과 닮아 있다. 이미지를 바꾸어가는 커다란 작업에서 두 사람은 물 흐르듯 하고 싶어한다.

차태현/ 요새는 인터뷰하면 그거 물어보더라. 만날 코미디하다가 <새드무비> <파랑주의보>로 멜로 두편 연달아 찍으니까 멜로영화 많이 찍는다고. 예전에 코미디 찍을 때는 계속 코믹한 이미지 때문에 어떡하냐고 물어보더니. (웃음) 머리 짧게 자르는 거요? 전 삭발도 하고 싶어요. 그런 시나리오가 안 들어와서 그렇지. 수염은 제대로 나면 진작 길렀죠. 예쁘게 안 나요. 입술 끝쪽에만 듬성듬성 나더라고요. 이미지 바꾸는 건, 10년 동안 똑같은 거 해온 저보다 주변 사람들이 더 걱정해줘. (웃음)

송혜교/ 첫 영화에서는 영화적인 연기 기술을 배웠어요. TV연기에 익숙하다보니까 제스처나 표정이 커서 자제하는 데 힘들었죠. 처음 2주 정도는 그거 신경써야지 현장도 어색하지 그러니까 정신이 하나도 없더라고요. 뭘 찍었는지도 모르겠고. 전 감정도 길게 잡고 가는 편인데 감독님이 좀더 짧게 끊어달라고 하시면 그거 맞추는 것도 좀 어려웠고요. 캐릭터 연기는 크게 다르지 않았어요. 이미지는 한 단계, 한 단계 자연스럽게 바꿔가는 게 맞는 거 같아요.

차태현은 1994년에 데뷔했고 송혜교는 1996년에 데뷔했다. 둘은 삼십해를 꽉 채워 살기도 전에 연기자로서만 강산이 바뀌는 세월을 보냈다. 꽃다운 나이를 바친 배우라는 직업은 그들에게 운명일까 혹은 다른 길로 연결된 길목일까. 비로소 촬영현장을 여유있게 즐기며 그 자체를 사랑하는 법을 실천한 차태현. 연기생활 10년째가 되어 비로소 영화를 시작했고 그 첫 영화에 모든 마음과 정을 쏟은 송혜교. 둘 다 풍요롭고 행복해 보인다. 영원히 배우로 남고 싶은지도, 묻지 않을 수 없었다.

차태현/ 죽을 때까지 배우 해야죠. 이걸 안 했으면 뭘 했을까 너무 걱정인데. 연기는 하면 할수록 어렵고 힘들고 뭔가 하나씩 나오는 거 같아. 또 점점 재미있어져요. 기자들을 만나도, 예전엔 안 좋은 기사 쓴 사람 다시 만나면 내가 인터뷰 때 얘기하나봐라, 그런 생각도 하고 그랬는데 지금은 그냥 웃기고 편해요. 다 같은 동료되는 거 같고. 어제는 어떤 기자가 명함을 주면서 “나 또 옮겼어” 그러기에 “아니 요새 기자들은 많이 힘들어요?” 그랬죠. 그런 수다 자체가 너무 재밌는 거야. 서로 이상한 넋두리하고. 평생 연기하고 싶어요. 매번 그 나이에 맞는.

송혜교/ 생각이 반반인데, 결혼을 해봐야지 알겠지만, 또 결혼을 늦게 할지 빨리 할지는 잘 모르겠지만, 지금 생각으로는 결혼하기 전까지만 하고 싶기도 해요. 다른 거 하고 싶어요. 그냥, 뭔가 배우면 좋겠어요. 근데 내년 되면 또 생각이 바뀔지도 몰라요. 결혼하고 나서 욕심이 나서 이 일을 계속할 수도 있고. 일단 그때가 오기 전까지 순간순간 열심히 하는 것 같아요.

송혜교가 이 말을 하자마자 차태현은 “내가 요즘 이런 사람들 죄다 말리고 다닌다”며 “심은하 선배님이 거기서 그렇게 설거지 하고 계시면 안 돼, 빨리 나오셔야 돼”라고 농담인 듯 진담을 이야기했다. 그는 이제 연기뿐 아니라 연기 이외의 것들에서 자기 일의 의미를 찾는다. 배우로서도 어른이 되어가는 것 같다. 그런 책임감과 애정에 충만한 상태라면 이제 막 영화를 시작한 후배의 의외의 계획을 뜯어말릴 만도 하다. 선배가 뜯어말리는 미래의 가능성을 이야기한 송혜교에겐, 지금 첫 영화의 무사 개봉과 결과가 가장 중요한 문제다. 표지 촬영장에 와서 차태현이 틈틈이 끼적거린 것이 있었는데, 다름 아니라 각 매체의 기자들에게 보내는 시사회 초대 카드였다. 두 배우가 일일이 인사말을 적어넣은 100여장의 카드 제작 아이디어는 송혜교쪽에서 나왔다. 차태현이 그랬다. 송혜교는 첫 영화에 올인했다고. 두 사람에게 2005년은 변화의 해다.

차태현 의상협찬 Taste Maximum by 김규식, 제네럴 아이디어 by 범석, 더 랩, 루이 까또즈·액세서리 협찬 디젤, 푸마 컬렉션, 탱커스·스타일리스트 type A(엄호정, 이정애)·헤어 및 메이크업 뮤제 송혜교 의상협찬 Bombyx.M.Moore, Dsquared2, 575 Denim, H.R by koon, Geesen, VOV·액세서리 협찬 더 슈, 최정인, Armani Jewerly·스타일리스트 style 202(강윤주, 정혜진, 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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