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1]
2006 할리우드 빅 프로젝트 [4]
2006-01-11
글 : 김도훈
글 : 이다혜

블록버스터 소설의 스크린 습격

<다빈치 코드> Da Vinci code

감독 론 하워드 출연 톰 행크스, 오드리 토투, 이안 매켈런, 폴 베타니, 장 르노 수입·배급 소니픽쳐스릴리징코리아 개봉예정 5월 19일

당신이 <다빈치 코드>를 안 읽었을 수는 있지만, <다빈치 코드>를 모를 수는 없다. 전세계 출판계의 블록버스터 <다빈치 코드>는 저자 댄 브라운의 전작까지 베스트셀러로 등극시켰고, 그 내용에 관련된 수많은 인문서적과 TV 다큐멘터리 제작, 심지어 관광상품의 제작으로 이어졌으며, 마침내 1억2500만달러의 영화로 다시 태어났다. 여주인공인 소피 느뵈 역에 줄리 델피, 케이트 베킨세일, 소피 마르소와 같은 여배우들이 물망에 올랐는데, 감독 론 하워드와 제작자인 브라이언 그레이저의 말에 따르면 자크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이 파리에서 여주인공 오디션 중이던 하워드와 그레이저를 불러 자신의 딸의 친구를 추천하는 일도 있었다고. 그 모두를 제치고 소피 역을 따낸 배우는 <아멜리에>의 오드리 토투.

책을 읽은 전세계 수천만 독자들이 <다빈치 코드>의 가장 든든한 아군이 되어주겠지만 문제는 책을 드라마틱하게 만든 로케이션들을 섭외하는데 책의 팬덤은 소용이 없다는 것이다. 제작진은 어렵게 파리 루브르박물관에서의 밤 장면을 찍는 데 성공했는데, 제약이 지나치게 많았다. 보안상의 이유로 그리고 작품 보존을 이유로 모든 장면에는 완벽한 콘티가 필요했다. “콘티에 있다고 다 찍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루브르 바닥에 흩뿌려진 피는 당연히 찍을 수 없었고, 그림을 벽에서 떼어내는 건 더더욱 찍을 수 없었다. 뿐만 아니라 진품 <모나리자>에 직접 조명을 비추는 것도 허용되지 않았다”는 게 하워드의 말이다. 이후 런던의 템플 교회와 스코틀랜드의 로슬린 성당에서의 촬영은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가는 곳마다 <다빈치 코드>의 내용에 반대하는 항의자들과 톰 행크스의 사인을 원하는 팬들을 만난 건 이야깃거리도 아니라고. 편집 작업에 착수한 론 하워드가 영적 기운이 스릴을 더하는 <엑소시스트> <악마의 씨> 같은 작품들을 참고했다고 밝힌 것도 영화판 <다빈치 코드>에의 기대를 증폭시킨다. 원작자 댄 브라운은 “이 영화는 사람들의 넋을 빼앗을 것이다. 관객은 소설을 본 것 같은 기분으로 극장을 나설 것이다”라고 영화를 추켜세웠다.


GOOD: 전세계적으로 2500만부 넘게 팔린 <다빈치 코드>와 론 하워드의 연출력, 거기에 톰 행크스의 연기력이 일으킬 시너지 효과.
BAD: <다빈치 코드>가 어디까지 사실이고 어디부터 픽션인지는 논란의 여지가 있었다. 수많은 비판 서적들이 출간된 것도 그래서이다. 그런데 그런 논점들은 살피지 않고 그저 <다빈치 코드>와 똑같은 영화를 만든다고?


소녀 앙투아네트의 비극

<마리 앙투아네트> Marie-Antoinette

감독 소피아 코폴라 출연 커스틴 던스트, 아시아 아르젠토, 주디 데이비스, 마리안 페이스풀, 몰리 섀넌, 제이슨 슈월츠먼, 스티브 쿠건 수입·배급 소니 개봉예정 2006년 10월13일(미국)

통역불능의 도시 도쿄에서 18세기 프랑스 궁정으로. 소피아 코폴라의 신작 <마리 앙투아네트>는 여러모로 18세기 궁정판 <사랑도 통역이 되나요?>를 예감케 한다. 그는 안토니아 프레이저의 <마리 앙투아네트: 여행>을 바탕으로 만들어지는 이 작품이 “자신과 다른 세계에서 유리된 삶을 살아야 했던 어린 소녀의 인간적인 면모에 초점을 맞출 예정”이라고 말해왔다. ‘빵이 없으면 고기를 먹으라’던 철없는 여인은 없을 것이라는 말이다.

<사랑도 통역이 되나요?>의 성공은 코폴라에게 상당한 예술적 자유를 던져주었다. 깐깐한 프랑스 정부가 복원사업으로 일부 공개가 금지되었던 베르사유 궁전의 촬영을 기꺼이 허가했다는 후문도 전해지고 있다. 하지만 유출된 사진들로 미루어 짐작하건대, 프랑스 궁정을 그대로 재현한 사극놀이는 코폴라의 취미가 아닌 듯하다. 프로덕션디자인을 맡은 것은 <휴먼 네이쳐>와 <존 말코비치 되기>의 K. K. 배럿이며, 의상은 <시계 태엽 오렌지> <타이투스> 등에서 괴팍한 감성을 발현한 밀레나 카노네로다. 이러니 랠프 로렌에서 맞춘 듯한 분홍색 드레스 차림의 앙투아네트(커스틴 던스트)에 놀랄 필요는 없다. 마리안 페이스풀, 주디 데이비스, 아시아 아르젠토, 몰리 섀넌은 또 얼마나 부적절하고도 굉장한 캐스팅인가.


GOOD: <사랑도 통역이 되나요?>를 기억한다면, 소피아 코폴라가 고립무원의 외로운 소녀를 그리는 데 능하다는 사실에 안도할 듯.
BAD: 하지만 프랑스 궁정판 <처녀자살소동>으로 그친다면?


설명이 불가능한 SF 서사극

<파운틴> Fountain

감독 대런 애로노프스키 출연 휴 잭맨, 레이첼 바이즈, 엘렌 번스틴 수입·배급 미정 개봉예정 2006년 중

영화 잡지 <엠파이어>의 질문 하나. <파운틴>은 2006년의 가장 괴상한 영화가 될 참인가? 휴 잭맨은 “도저히 설명을 시작할 수조차 없다”며 곤란해하고, 레이첼 바이즈는 “제발 나에게 설명을 원하지 마라”고 회피하며, 심지어 감독인 <레퀴엠>과 <파이>의 대런 애로노프스키마저 “지금껏 사이키델릭 SF라고 설명을 해왔지만 뭐라고 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고 웃어넘긴다. 조금씩 흘러나온 정보에 따르면 <파운틴>은 1000년의 세월을 넘나드는 SF-로맨스-서사극이다. 주인공 톰 버드는 1535년의 스페인 마야 원정대원이며, 암에 걸린 아내의 목숨을 구하려 애쓰는 2006년의 외과의인 동시에 2500년의 우주비행사다. 그리고 이 모든 이야기 속에는 인간의 젊음을 되돌린다는 ‘청춘의 샘’(the Fountain of Youth)의 비밀이 숨어 있다. 이게 전부는 아니다. 미리 각본을 챙겨본 에인트 잇 쿨 사이트에 따르면 “샘(Fountain)은 거대한 맥거핀에 불과하다”고 한다.

원래 <파운틴>은 브래드 피트와 케이트 블랑쳇 주연의 9천만달러짜리 블록버스터였다. 하지만 ‘창작상의 견해 차이’로 피트가, 임신을 이유로 블란쳇이 하차하며 프로젝트는 공중분해 직전으로 내몰렸다. 이러니 <와치멘>과 <배트맨: 영년>마저 물리치고 6년을 기다린 애로노프스키가 워너로부터 4천만달러의 제작비를 약속받은 것은 거의 기적에 가까운 일이라는 후문. 물론, 절반으로 뚝 떨어진 제작비에도 불구하고 애로노프스키의 야망마저 축소된 것은 아닐 터이다.


GOOD: 할리우드 호사가들은 벌써부터 “제2의 <매트릭스>가 될 것”이라고 수군거리고 있다.
BAD: 감독도, 배우도, 영화사도 설명할 수 없는 영화라니, 혹시 4천만달러짜리 SF-아트영화는 아닐까. 에인트 잇 쿨은 이미 “좋아하거나 미워하거나 둘 중 하나”라고 단언한 상태다.


해상 재난영화의 걸작을 다시 만난다

<포세이돈> Poseidon

감독 볼프강 페터슨 출연 조시 루카스, 커트 러셀, 리처드 드레이퍼스, 에미 로섬 수입·배급 워너브러더스코리아 개봉예정 5월

특수효과와 자본을 등에 입은 리메이크의 쓰나미는 올해도 계속된다. <포세이돈>은 1972년 박스오피스에서 2위를 차지하고, 2개의 오스카를 수상한 재난영화의 걸작 <포세이돈 어드벤쳐>의 리메이크. 거대한 쓰나미를 만나 거꾸로 뒤집어진 여객선을 배경으로 승객의 사투를 그린다는 점에서는 오리지널과 크게 다르지 않다. 하나 <포세이돈>의 제작비는 무려 1억4천만달러. 제작진은 거대한 연회장과 완전히 거꾸로 뒤집어진 연회장 등 엄청난 규모의 세트들을 만들었고, 이 세트들은 한 시간 내에 물을 채우고 뺄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프로덕션디자이너 빌 샌델은 “사람들은 40년대 이후로 이런 세트를 만든 적이 없다. 마치 고전 할리우드영화를 연상케 하는 현장”이라고 자랑스레 말한다.

과연 자본과 특수효과의 마법이 오리지널 팬을 만족시킬 수 있을까. 커트 러셀과 리처드 드레이퍼스는 좋은 배우들이지만, “물속에서는 저도 날씬한 여자랍니다”라는 명대사를 남긴 셸리 윈터스와 카리스마 넘치는 목사 진 해크먼의 캐릭터가 사라졌다는 사실은 오랜 팬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하지만 볼프강 페터슨 감독은 <포세이돈>을 단순한 리메이크로 만들 계획은 아니었다고 단언하고 있다. “모든 이야기는 완전히 새로운 것이다. 오리지널 영화는 다만 <포세이돈>을 보호해주는 우산일 뿐이다.”


GOOD: <특전 U보트>와 <퍼펙트 스톰>의 볼프강 페터슨은 ‘물’과 친숙한 블록버스터 감독이다.
BAD: 그럼에도 오리지널을 뛰어넘는 것만으로는 어림도 없다. 관객은 이미 <타이타닉>이라는 또 다른 해상 재난영화의 걸작을 목도한 경험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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