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뉴스]
한국 영화계 ‘중국 전략’ , 13억 관객 잡아라
2006-01-20
글 : 김은형 (한겨레 esc 팀장)
빗장 푼 중국 극장산업 한국이 ‘예매’ 한다
지난해 11월 중국 충칭에 개관한 스크린 9개짜리 복합상영관 ‘보리국제영화관’의 내부. 엠케이픽처스가 출자한 합자회사가 오는 2월 이 극장을 인수할 계획이다.

2005년 한국 극장 관객 수는 1억4500만명. 1인당 한 해 3회꼴로 영화를 본 셈이다. 중국 인구 13억. 1인당 한 해 한 편의 영화만 봐도 관객 수가 한국의 10배에 육박한다. 1인당 관람 횟수 5.6회로 세계에서 영화를 가장 많이 보는 미국의 관객 수와도 맞먹는 수치다. 쉽게 말해 중국 관객 10%만 공략해도 한국의 전체 극장 수익을 대체하는 이익을 얻을 수 있는 것이다. 물론 이는 아직까지 숫자놀이다. 그러나 중국 정부의 개방정책 아래 이제 막 기지개를 펴는 중국 극장 시장을 선점하려는 한국 영화계의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지난달 말 엠케이픽처스는 중국 국영기업 보리문화예술유한공사의 자회사와 중국내 복합상영관(멀티플렉스) 사업을 추진하기 위한 합자회사 설립 및 영화 제작, 배급, 매니지먼트 등 영화사업 전반의 공동사업 추진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엠케이픽처스가 900만위안(45%)을 투자한 합자회사는 지난해 11월 충칭에 개관한 복합상영관을 오는 2월 인수해 앞으로 5년 안에 영화관 40개, 스크린 320개를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씨지브이는 올해 상하이에 복합상영관 개관을 목표로 중국 국영회사와의 합자법인 계약 체결을 눈앞에 두고 있다. 메가박스 역시 올해 베이징에 8개 스크린의 극장 개관을 추진하면서 중국 내 극장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 계획이다. 구체적인 계획이 나오지는 않았지만 롯데시네마와 최근 엘제이필름을 인수하면서 극장사업에 뛰어든 프라임건설도 중국 시장 진출을 모색하고 있다.

MK픽처스·CGV 등 복합상영관 진출채비
이처럼 중국 시장에 적극적인 이유는 2001년 세계무역기구(WTO) 가입 이후 열리기 시작한 중국 영화시장의 성장 잠재력 때문이다. 최근 2~3년 사이 중국 영화시장은 놀라운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2003년까지 한 해 100편 미만이던 영화제작 편수는 2004년부터 200편 이상으로 늘었으며, 2003년까지 1200억원에 미치지 못하던 극장수입 역시 2004년 1960억원으로 60% 이상 올랐다. 그러나 이 수치는 지난해 한국 극장수입 8500억원의 25%에 불과한 것으로 13억 인구 대비로 봤을 때 아직 걸음마 단계라는 게 업계의 판단이다.

엠케이픽처스의 박신규 이사는 중국의 영화시장이 한국에 복합상영관이 지어지기 시작한 8년 전과 유사하다고 지적했다. “<영웅>이나 <연인> 등 대작영화에 대한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데 비해 많은 자본금이 들어가는 극장 설립 속도는 더딘 편”이라며 “한국의 영화시장 규모가 커지는 데 결정적인 구실을 한 극장사업이 몇년 안에 포화상태에 이른다는 전망을 감안하면 중국 진출은 필연적인 전략”이고 말했다. 박 이사는 2010년까지 중국 내 연간 극장수입이 7천억원 이상으로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중국 영화산업국 자료를 보면, 2004년 말 기준으로 중국 전역에 1112개의 영화관이 있지만 이 가운데 대부분은 시설이 낙후한 단관으로 알려져 있다.

2010년 7천억 규모 시장 터닦기 잰걸음
세계무역기구 가입 이후 중국은 그 전까지 10편으로 묶여 있던 수입쿼터제를 20편으로 늘리고 극장 건립이나 소유권에 49%까지 외자 도입을 허용하는 등의 정책적 제도 개선에 나서고 있다. 2003년 워너브러더스가 외국 기업 가운데 최초로 합작 형식으로 극장 진출을 했으며 다른 할리우드 메이저 스튜디오와 대형 극장 체인들도 파트너십 체결을 위해 협상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2004년 7대 대도시에 한해 외자 도입을 75%까지 늘리는 임시규정을 만들었다가 최근 다시 49%로 내리는 등의 정책적 혼선과 까다로운 절차적 문제 때문에 아직은 ‘삽을 뜨는 단계’로 봐야 한다는 게 업계의 인식이다. 2004년 말 문을 연 메가박스 중국사업소에서 극장 개발을 준비해 온 이성훈 해외사업팀장은 “한국 극장업의 성공은 중국에서도 모범사례를 볼 만큼 중국 정부가 한국 기업 진출에 우호적인 건 사실이지만 아직은 수익을 환산하기 어려운 투자 단계”라며 “불법복제 문제 등의 시장 정비와 문호 개방이 대폭적으로 이뤄질 것으로 예상되는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을 전후해 본격적인 시장 진출이 진행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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