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만 잘났다고 튀어선 좋은 영화음악이라 할 수 없다. 그렇다고 너무 화면 뒤에 숨는 겁쟁이 음악도 안 되고. 그래서 영화음악은 어렵다. 독특한 감각이 요구된다. 그 자체로 훌륭한 영화음악, 드러내지 않으면서 드러나는 절묘함을 지닌 음악들, 2005년에 나온 것들 중에서 한 번 골라봤다.
시티 오브 갓
안토니우 핀투와 에지 코르테스가 음악을 담당한 브라질 영화 <시티 오브 갓>의 음악은 그 영상만큼이나 신선하다. 기본적으로 흑인 음악에 바탕을 둔 현대 브라질 대중음악은 실로 폭넓고 매력적인 새로운 영역들을 개척해가고 있다. 이 영화의 음악은 그 진면목을 보여준다.
오로라 공주
정재형은 매우 탄탄한 기본기를 보여준다. 음악의 구조가 안정되어 있고 화성은 빗나가는 적이 없다. 오로라 공주에서는 특유의 감성을 보여주는 오케스트레이션에 전자 노이즈들을 섞어 한국 영화 음악의 수준을 한 단계 올리고 있다.
달콤한 인생
복숭아 프레젠트의 멤버들은 여전히 한국 영화음악계의 이단아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달파란, 장영규의 공동작업은 특이한 결과들을 빚어낸다. 달콤한 인생에서 이들의 팀웍은 매우 좋다. 일본에 수출되어 뜻밖의 판매고를 올리기도 한 앨범.
밀리언 달러 베이비
음악이 화려하다고 늘 좋은 영화음악인 것은 아니다. 때로는 여백이 많은 선율들이 화면을 살려주고, 그러면서 자기 자신도 살아난다.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직접 스코어를 쓴 밀리언 달러 베이비의 음악 역시 그런 절제된 힘을 발휘한다.
스타 워즈 에피소드 3 - 시스의 복수
조지 루카스 사단의 사운드는 문자 그대로 세계 최강이다. 음악도 음악이지만 음악과 어우러지는 그 수많은 효과음들이 듣는 이를 황홀하게 만들 지경이다. 존 윌리엄즈의 웅장한 음악이 그 최강의 사운드 속에서 자유롭게 노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