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시마현 이와키시 외곽에 자리한 하와이안즈. 일본에서 가장 큰 노천온천을 갖고 있어 <기네스북>에도 올라 있다는 휴양지다. 1월22일, <천하장사 마돈나>의 류덕환(19)과 함께 하와이안즈를 찾았다. <천하장사 마돈나>에서 “마돈나처럼 완벽한 여자”가 되고 싶은 고등학생 오동구 역을 맡은 류덕환은 3월 중순 촬영 시작 전까지 체중을 30kg 이상 불리기 위해 고투 중이다. 후쿠시마로 향하는 비행기 안에서 기내식의 칼로리에 대해 강의를 늘어놓던 류덕환은 “오동구는 가진 것이라곤 힘밖에 없는 인물”인데 여자가 되기 위한 수술비용 마련차 평소 혐오해마지 않던 씨름대회에 출전하게 된다는 영화 줄거리를 조금 일러준다. 여기까지만 듣고, 혹시 류덕환이 씨름 연습 중에 허리라도 다쳤느냐고, 그래서 일본의 용한 온천을 찾은 것이냐고 묻지 말라. ‘배우 치료’ 차원이었다면 <씨네21>이 동행할 리 있겠는가. 배우가 스포츠 선수도 아니고, <씨네21>이 스포츠 신문도 아닌데.
류덕환이 <웰컴 투 동막골>의 인민군 소년병사 서택기 역을 뒤로하고 <천하장사 마돈나>의 오디션을 거쳐 시나리오를 받아든 것은 지난해 가을이었다. 살 찌우고, 씨름 배우고, 게다가 춤과 노래까지 익혀야 하는 데다 “여자처럼이 아닌 여자 같은 연기”를 해야 하는 5중고. 이번엔 “선배들의 도움을 전혀 기대할 수 없다”는 막막함까지 겹쳐 류덕환은 내색 안 해도 그로기 상태였다. 그때 만난 영화가 <하나와 앨리스>였다. 이해영, 이해준 감독이 어느 날 “소녀들의 감성을 알려면”이라며 권했고, 엉뚱 소녀 아오이 유우(21)에게 끌렸다. 비슷한 또래의 배우라는 점은 호기심을 부풀렸다. <릴리 슈슈의 모든 것>을 훑어보는 것만으로는 양이 찰 리 없었고, 인터넷을 뒤져 아오이가 이상일 감독의 <훌라 걸>에 출연하고 있다는 사실 또한 알게 됐다.
류덕환이 김무령 프로듀서에게 아오이 유우에 대한 관심을 솔직히 털어놓지 않았더라면 류덕환과 아오이 두 사람의 만남이 성사됐을지는 모를 일이다. <훌라 걸>의 제작사인 씨네콰논은 김 프로듀서가 차린 영화사 반짝반짝과 두터운 교분을 나누고 있던 일본 영화사. 씨네콰논 이애숙 부사장을 통해 아오이쪽에 만남을 요청했고, “<훌라 걸>과 <천하장사 마돈나>가 통하는 지점이 있는 것 같다”며 아오이쪽은 긍정적인 답변을 내주었다. 폐쇄된 탄광마을 사람들이 절망을 딛고 당시 일본 사람들이 동경하는 하와이를 본뜬 휴양지를 만들기 위해 애쓴다는 <훌라 걸>의 줄거리는 두 사람이 만나는 하와이안즈의 실제 역사이기도 하다.
가족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훌라댄스를 배우는 기미코와 여자가 되고 싶어 웃통 벗고 샅바를 맨 오동구가 지난 1월22일 오후 만났다. 한일 청춘들은 대담 전날 우연히 추리닝 차림과 노 메이크업으로 리조트 안에서 마주친 해프닝부터 꺼내들며 짧은 시간 동안 유쾌한 수다를 쏟아냈고, <씨네21>은 격려와 조언을 주고받는 두 청춘의 속말을 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