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1]
류덕환 vs 아오이 유우 [2]
2006-02-23
사진 : 서지형 (스틸기사)
정리 : 이영진

류덕환/ 어제 추리닝 차림으로 첫인사를 하게 돼서 민망했다. 뻘쭘해서 죽는 줄 알았다.

아오이 유우/ 나도 메이크업 안 했잖나. 놀라고 당황했던 건 마찬가지다.(웃음)

류덕환/ 소녀들의 감성을 엿볼 수 있다면서 감독님이 <릴리 슈슈의 모든 것> <하나와 앨리스> 등을 추천해줬다. 아오이상이 굉장히 예쁘다는 말과 함께. DVD로 여러 번 돌려봤다. 캐릭터 잡는 데 꽤 도움이 됐다. (천하장사 소시지 박스를 내밀며) 이건 보답이다. 촬영하다 출출하면 이걸로 요기해라.

아오이 유우/ (웃음) 현장에 꼭 갖고 가겠다.

류덕환/ 따로 뒀다 혼자 먹어라. 현장 스탭들을 위한 소시지는 또 있다.

아오이 유우/ 어떡하나. 난 선물이 없는데.

류덕환/ 괜찮다. 우리 감독님 두분이 팬이다. 나중에 DVD에 사인이나 해달라.(웃음)

류덕환/ 원래 일정은 어제 <훌라 걸> 촬영현장을 둘러보는 거였다. 그런데 배우 중 한명이 쓰러져서 갑자기 병원에 실려가는 바람에 촬영이 취소됐다고 들었다. 아오이상이 훌라춤 연습하는 걸 혹시 볼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싶었는데 그것마저도 무산됐다.

아오이 유우/ 이해해달라. 요즘 댄스 연습하느라 정신이 없다. 촬영이 미뤄졌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여러번 한다. (웃음) 3월1일 정도에 촬영이 끝나는데 그때까지 쉬지 않고 해야 할 것 같다.

류덕환/ 어젯밤에 하와이안 훌라 댄스팀이 공연하는 걸 봤는데 대단하더라. 이번 영화 <훌라 걸>에서도 그 춤을 볼 수 있다니 기대된다.

아오이 유우/ 너무 부담주지 마라.

류덕환/ 그럼 조금만 기대하겠다.

아오이 유우/ <천하장사 마돈나>에 출연하기 위해 씨름을 배우고 있다고 들었다. 훈련은 얼마나 했나.

류덕환/ 2개월 정도 했다. 얼마 전에 어렵다는 뒤집기까지 익혔다. 씨름 기술보다는 먹고 살을 찌워야 하는 게 더 힘들다. 게다가 춤과 노래도 배워야 하고.

아오이 유우/ 씨름만 배우는 게 아니네. 할 게 많으니 부담도 많겠다.

류덕환/ 춤 연습하면서도 쪘던 살이 다시 빠지면 어떡하나 고민했다.

아오이 유우/ 살 찌려면 뭘 먹어야 하나.

류덕환/ 고기. 그 중에서도 닭가슴살이 최고다. 너무 퍽퍽해 갈아서 먹기도 했다. 딸기랑 섞어서.

아오이 유우/ 닭가슴살이 그렇게 살이 많이 찌는지 몰랐다.

류덕환/ 지금 20kg 정도 찌운 상태다. 10kg 늘었을 때는 주위에서 살 쪘는지 잘 모르겠다고 해 속상했다. 그런데 15kg 쪘더니 무릎 관절이 아프더라. 얼마 전에 집 앞 마트에 갔는데 주인 아저씨가 내가 출연한 <웰컴 투 동막골>을 컴퓨터로 다운받아서 보고 있었다. 하필 내 얼굴 클로즈업이 나오는 장면이라 나도 모르게 안 보는 척하면서 기웃거렸는데, 주인이 갑자기 휙 하고 돌아보더니 <웰컴 투 동막골> 처음 보냐며 짜증을 내더라. 심지어 <천하장사 마돈나> 스탭들 중에서도 나를 배우가 아니라 연출부나 제작부 막내로 오해하는 이들이 꽤 있다.

아오이 유우/ (웃음) 나중에는 그 많은 살을 어떻게 뺄 건가. 한창 클 나이인데 그러면 몸에 이상이 없나.

류덕환/ 그래서 병원에도 정기적으로 다닌다. 요즘엔 슬슬 걱정이다. 나중에 살이 안 빠지면 어떡하나 싶어서. 처음엔 억지로 먹었는데 요즘엔 병이 생겼다. 밤마다 나도 모르게 배가 고파서 냉장고를 뒤진다. 이 버릇이 나중에 살 뺄 때도 계속될까 무섭다. 아, 간장게장을 좋아한다고 들었다. 일본 사람들은 맵고 짠 한국 음식을 잘 못 먹을 텐데.

아오이 유우/ (갑자기 매니저를 가리키며 큰 소리로) 그거 누가 말한 거야. 간장게장 정말 좋아하는 건 사실이다. 2년 전에 부산영화제 갔을 때 매일 간장게장만 먹었다. 그때도 사람들이 그렇게 맛있냐고 물었는데.

류덕환/ 간장게장 좋아한다는 소문은 나도 부산에서 들었다.

아오이 유우/ 소문이 너무 퍼지면 안 되는데.

류덕환/ 후쿠시마에는 맛있고 살 많이 찌는 음식은 없나.

아오이 유우/ 나도 자주 와본 곳은 아니라 딱히 추천할 음식은 잘 모른다. 다만 항구가 가까워서 해물이 흔하다. 어떤 해물이 살 찌는 데 도움이 될지는 잘 모르겠다. 일단 많이 먹으면 살 찌지 않겠나.

류덕환/ 대식가라는 소문도 돌더라.

아오이 유우/ <하나와 앨리스> 홍보차 방한했을 때 고기를 너무 많이 먹어서 그런 소문이 났나. 고깃집에 간 적이 있는데 마주 앉은 사람이 자신은 식사를 다 마쳤는데도 자리를 뜨지 못했다. 내가 먹을 고기 굽느라고.

류덕환/ 한국은 밤샘 촬영이 많다. 그래서 자정 무렵에 야식을 먹는다. 지금 같은 겨울에는 닭죽이 최고다. 강원도에서 촬영할 때 알이 굵은 감자가 들어간 닭도리탕을 먹은 적이 있는데, 지금도 가끔 그립다.

아오이 유우/ 배고픈 건 한국 사람이나 일본 사람이나 마찬가지다. 일본도 야식이 다양하긴 한데 대개 초밥이나 우동이다. 지금까지 먹어본 야식 중에는 <훌라 걸> 때 먹은 김치찌개가 최고였다.

류덕환/ 발레를 2살 때부터 했으니까 훌라춤은 금방 배웠겠다.

아오이 유우/ 춤이라는 게 어차피 인간의 감정을 전달하는 거니까. 다만 그 방법이 다르다. 발레는 전신으로 표현하고, 훌라는 손으로 표현한다.

류덕환/ 손으로만 하니까 더 간단하지 않나.

아오이 유우/ 그게 아니다. (웃음) 이상일 감독님이 그러시는데 훌라춤은 일종의 수화이기도 하고, 적극적인 애정 표현이라고 하더라. 실제 극 중에서 훌라춤은 그저 눈요기로 등장하는 게 아니라 중요한 갈등 장면에서 대사 이상의 의미를 전달한다.

류덕환/ 발레와 비교하면 어떤가.

아오이 유우/ 발레는 하늘을 향한 춤이라고 해야 하나. 보는 사람들이 중력을 느끼지 못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반면 훌라는 땅을 사랑하는 춤이다.

류덕환/ 나도 사실 어렸을 때 쫄쫄이 입고서 발레를 배운 적 있다. 그래서 하는 말인데 대단한 의지가 없으면 발레는 계속할 수 없는 춤이다. 어떤 계기로 발레에 빠져들었는지 궁금하다.

아오이 유우/ 발레를 처음부터 좋아했던 건 아니다. 발레 교습소에서 친구들이랑 만나서 수다를 떠는 게 좋아서 다녔다. 발레 자체를 좋아하게 된 것은 그 이후의 일이다.

류덕환/ 처음에 발레 배울 때 남자가 달랑 나 혼자였다. 맨날 다리만 찢고 그러는데 영 재미가 안 붙더라. 태권도처럼 발차기를 하는 것도 아니고. 게다가 타이즈 입는다는 게 남자에겐 대단한 용기가 필요한 일이다. 여자는 치마로 가려지는데 남자는 그게 아니니까. 6살 때였는데도 그게 되게 부끄러웠다.

아오이 유우/ (웃음) 초등학교 6학년 때였나. 우리 교습소에 진짜 발레를 잘하는 선배 언니가 들어왔다. 그 언니 춤을 보고 나서 매료됐고, 그 언니를 동경하다보니 전보다 더 열심히 했던 것 같다.

류덕환/ 나도 그런 경험이 있다. 6개월 정도 배웠는데 은근히 자긍심이 생기더라. 이거 아무나 못하는 거다 싶었다. 마침 남자 부원 몇 명이 들어왔기에 앞에서 뻐겼는데 알고 봤더니 나보다 훨씬 실력이 좋은 애들이더라. 그때부터 그 녀석들보다 잘하려고 꽤 열심히 했다. 1년 뒤에 재즈댄스랑 힙합에 빠져서 그만뒀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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