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1]
충무로 상장시대 [2]
2006-02-22
글 : 문석

수익성이라는 단순복잡한 문제

이상적으로 생각해본다면, 상장은 충무로에 다양한 혜택을 줄 수 있다. 멀티플렉스를 확보하고 있는 대기업 계열사가 틀어쥐고 있는 투자·배급 시장이 다변화돼 다종다양한 영화가 생산될 수 있으며, 제작사는 안정적인 제작기반을 확보하게 되고, 매니지먼트사는 영화, 드라마 제작이나 투자 등을 통해 고질적인 적자구조에서 탈피할 수 있다. 하지만 증권가와 충무로 일각의 전망은 조금 다르다. 그것은 우회등록한 영화사 또는 엔터테인먼트로 급작스레 업종을 바꾸며 영화사 지분을 인수한 기존 상장사들이 현재의 사업모델로는 증권시장에서 장기적으로 버티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에 기반한다. 장영수 동부증권 리서치팀장(인터넷/엔터테인먼트 부문)은 “주식시장에서 유지하려면 수익이 나야 한다. 영화제작사나 드라마제작사가 제대로 된 수익구조를 갖고 있나. 제작비에 대한 룰이 없는 드라마제작사보다는 그나마 영화제작사가 좀 낫지만, 수익성이 항상 보장되지 않는다는 점은 불안요소”라고 주장한다. 제작이라는 분야는 흥행의 성공과 실패에 따라 수익성이 출렁이게 되고, 수익성 자체도 그리 좋지 않다는 것이다. 수년 전 명필름이 제작사로서 독자적인 상장을 추진하다가 심사에서 2차례 떨어진 것만 봐도 증권가에서 바라보는 제작사의 지위는 짐작이 간다.

매니지먼트의 경우, “매니지먼트사가 배우에게 지급하는 계약금이나 배우가 받는 출연료 등이 모두 매출액으로 계산돼 그나마 낫다”(최재원 대표)는 시각도 있지만, “큰 스타의 경우 전체 수익 중 매니지먼트사 몫이 20% 또는 10%, 심지어 0%까지 되는 탓에 수익구조는 제작사보다 더 나쁘다”(장영수 팀장)는 의견도 존재한다. 튜브픽쳐스나 팝콘필름이 1년 제작편수를 4∼5편으로 늘리고, 다양한 투자를 병행하는 것이나 매니지먼트 업체들이 영화제작을 고민하는 것은 모두 수익성에 대한 의문을 해소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증권가는 수익성이라는 문제가 그리 쉽게 해소될 것으로 보지 않는 분위기다. 대신증권 김병국 연구원은 “주식시장이라는 곳은 트렌드를 따라가는 듯 보이지만 이성이 공존하는 공간”이라며 “어떤 분야 주가가 비이성적으로 오를 때는 수익성 등이 다 무시되다가도 시장 상황이 나빠지면 수익을 보여줘도 좀처럼 움직이지 않는다”고 말한다. 김 연구원은 “엔터테인먼트 주식은 올해 상반기 동안 고전할 것으로 본다”는 전망을 내놓는다. 김승범 튜브엔터테인먼트 대표는 더 나아가 “상장기업은 지속적인 성장 가능성이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자동차 제조사처럼 연 20% 성장한다거나 해야 주주들이 가치가 오를 것을 기대하고 매입하지, 수익이 조금 나더라도 성장하지 않는다면 메리트는 사라질 것”이라고 그는 전망한다.

<로망스>(LJ필름-이노츠)
<울어도 좋습니까>(튜브픽쳐스)

상장 과정이나 주가 관리 단계에서 발생했을 수 있는 무리한 시도도 부담이 될 전망이다. 현재 금융감독원은 주식교환 과정에서 지나치게 높은 액수로 가치평가를 받아 기존 주주에게 피해를 입혔거나, 연예인 주식 보유를 내세워 주가를 급등시킨 사례가 빈번한 탓에 엔터테인먼트 계열 우회상장사들을 주시하고 있다. 윤권택 코스닥시장본부 공시총괄팀 부장은 “투자자 보호 측면에서 이 분야를 신경써서 보고 있다”고 말한다. 가장 심각한 우려는 영화인들이 금융권의 전문가들에게 이용만 당하고 실익은 얻지 못할지 모른다는 것이다. “진짜 ‘선수’들은 거래를 만들어 주가를 단기간에 급작스레 띄워서 엄청난 차익을 얻어 떠나고 남은 영화인들이 뒷감당을 해야 할지도 모른다”는 걱정은 비단 최재원 대표만의 것이 아니다. 투자자 보호를 위해 주식교환 등으로 최대주주가 된 경우 2년 동안 매매할 수 없다는 보호예수 규정 때문에 자칫하면 큰 손실을 볼 수도 있는 것이다.

증권가에 따르면 엔터테인먼트 상장 열기는 서서히 식고 있다. 증권시장의 침체와 감독당국의 관리강화 방침뿐 아니라 ‘선수’들이 더이상 큰 매력을 느끼지 않는다는 얘기다. 하지만 아직 큰 ‘물건’들은 남아 있다. 이주열 도어엔터테인먼트 대표는 ‘주식회사 이영애’ 사건이 터진 날, 이영애가 뉴보텍의 발표를 부인하는 기사가 인터넷에 올라오자 “기사, 봤습니다. 그러면 저희와 하시죠”라고 말하는 황당한 전화를 받았다. 현재 도어엔터테인먼트와 배용준의 BOF, 이나영, 수애 등의 스타제이엔터테인먼트는 여전히 상장 후보로 지목된다. 하지만 BOF는 독자상장 방침을 굳히고 있고, 스타제이엔터테인먼트와 도어엔터테인먼트 또한 제작, 투자 등 역량이 될 때 상장하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정영범 스타제이엔터테인먼트 대표는 “요즘 매니저들 만나면 주식 얘기만 하던데, 배우를 어떻게 발굴하고 키워나갈 것인가라는 기본에 충실했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요즘 추세와 달리 배우에게 계약금을 지불하지 않는 것으로 유명한 그는 “항간에서는 그 대신 전체 수익 중 회사가 받는 비율이 10%나 0%라고 주장하는데, 실제로는 최소한 30%를 받는다. 그것은 내 일에 대한 가치라고 생각하며, 그러면 회사가 적자날 일도 없다”고 말한다.

상장, 기업화·대형화를 위한 통과의례

그렇다고 상장 그 자체를 애써 부정적인 시각으로 바라볼 필요도 없다. 한국 영화산업의 다음 스텝이 기업화, 대형화라고 한다면 상장은 결국 겪어야 할 일로 보인다. 대다수의 전문가들이 “내년 상반기쯤이면 3분의 1 이상이 시장에서 버티지 못할 것”이라고 전망하지만, 그 치열한 경쟁과 새로운 환경에서 살아남는다면 그만큼 좋은 체력을 확보한다는 이야기도 되는 것이다. 궁극적으로 이들 상장기업들은 다시 인수와 합병의 길을 통해 재편되겠지만, “2000년 정보통신 열풍 당시 200∼300개 기업이 시장에 들어왔다가 대다수가 무너졌지만, 결국엔 NHN이나 다음 같은 우량기업을 낳지 않았냐”(장영수 팀장)는 설명처럼 모두가 치열하게 노력한다면 충무로의 생산력, 경쟁력, 투명성은 놀랍게 좋아질 수도 있다. 충무로 상장시대는 위기일 수도, 기회일 수도 있는 것이다.

최근 우회상장된 영화 관련 기업들

기업명/ 우회상장 시기/ 상장 관련 내용/ 기타 사항

IHQ/ 2003년 9월(지분인수)/ 싸이더스HQ, 2003년 인수한 라보라와 합병/ 영화제작사 아이필름 설립. 드라마 제작사 캐슬 인더 스카이, 게임개발업체 엔트리브소프트 인수. 지난해 초 SK텔레콤이 지분인수, 2대 주주로 올라서. 지난해 말 케이블방송사 YTN미디어 인수.
싸이더스/ 2004년 1월/ 코스닥 상장사 씨큐리콥에 지분 전액을 넘겨/ 이후 씨큐리콥의 지분을 매입, 싸이더스로 사명 바꾸고 자회사 싸이더스픽쳐스 설립. 싸이더스픽쳐스, 좋은영화와 합병한 뒤 싸이더스FNH로 이름 변경. 싸이더스FNH, KT 자회사로 편입.
MK픽쳐스/ 2004년 1월/ 명필름과 강제규필름, 코스닥 상장사 세신버팔로와 합병/ 지난해 11월 세신버팔로 분할. 배급업 진출.
초록뱀미디어/ 2005년 4월/ 드라마제작사 초록뱀M&C, 3자배정 유상증자 방식으로 코닉테크 인수/ -
올리브나인/ 2004년 12월/ 드라마 제작 및 매니지먼트 업체 지패밀리엔테인먼트, 시그엔 최대 지분 확보/ 사명 올리브나인으로 변경. 스타즈엔터테인먼트(김남주, 재희 등 소속사) 인수
팬텀/ 2005년 4월(지분인수)/ 음반업체 이가엔터테인먼트와 비디오 유통업체 우성시네마 팬텀과 주식교환으로 합병/ 2005년 4월 음반업체 이가엔터테인먼트와 비디오 유통업체 우성시네마, 공동으로 팬텀 지분인수, 최대주주로. 매니지먼트 업체 플레이어엔터테인먼트(이병헌, 이정재, 신은경 등 소속), 내추럴포스(김희선 등 소속) 합병.
스펙트럼DVD/ 2005년 5월(지분인수)/ 정태원 태원엔터테인먼트 대표와 하지원, 23.35% 지분인수로 최대주주됨/ 하지원 지분 전량 매도. 지난해 8월 태원엔터테인먼트, 주식교환으로 자회사 편입돼.
서세원미디어그룹/ 2005년 7월(지분인수)/ 서세원프로덕션, 씨지아이 주식 매수 최대주주로/ 김아중 등 전속계약. 김정은 등 매니지먼트 프로듀서 계약. DVD 제작업체 프리미어엔터테인먼트 인수.
여리인터내셔널/ 2005년 8월(지분인수)/ 아이스타시네마(권상우, 이동건 등 소속), 제3자 유상증자 방식으로 인수/ 트라이팩타엔터테인먼트(이승연 등 소속) 인수.
이스턴테크놀로지/ 2005년 10월(지분인수)/ 신화 소속사인 굿엔터테인먼트가 최대 지분 확보 뒤 합병./-
브로딘미디어/ 2005년 10월/ 8개 엔터테인먼트가 설립한 브로딘엔터테인먼트(김민선, 성현아 등 소속), 헤드라인정보통신 최대 지분 확보/ 필름지 지분 40% 확보. 컬트엔터테인먼트 인수.
에이트픽스/ 2005년 11월/ 2005년 7월 드라마 제작사 에이트픽스, EBT네트웍스에 인수한 뒤 자회사 유아원엔터테인먼트와 합병/ 사명 에이트픽스로 변경.
소프트랜드/ 2005년 11월/ 웰메이드엔터테인먼트(하지원, 김승우 등 소속), 주식교환으로 합병/ 안병기 감독과 전속 감독 계약 체결. 코어스튜디오 계열사로 편입.
반포텍/ 2005년 12월/ 스타엠엔터테인먼트(장동건 등 소속), 포괄적 주식교환으로 최대 지분 확보/ 브라보엔터테인먼트(최민식 등 소속사) 인수 추진 발표.
튜브픽쳐스/ 2005년 10월/ 튜브픽쳐스, 두리정보통신과 주식교환으로 최대 지분 확보/ 두리정보통신, 튜브픽쳐스로 사명 변경.
트루윈/ 2006년 1월/ 팝콘필름, 유상증자 3자배정 방식 등 통해 트루윈 최대 지분 확보/ -
휴림미디어/ 2006년 1월/ 케이앤컴퍼니의 자회사인 케이앤엔터테인먼트(한맥영화, 시네마 제니스, 키다리필름 등 13개 제작사 자회사로 두고 있음), 포괄적 주식교환 통해 최대 지분 확보/ 비젼텔레콤을 인수한 케이앤컴퍼니의 자회사.

업종전환, 지분투자 등을 통해 영화 관련 사업에 뛰어든 상장기업들

뉴보텍/ 엔브이티엔터테인먼트 설립
라이브코드/ 엔터박스미디어그룹(최진실 등 소속) 인수
바른손/ 튜브매니지먼트(손예진, 조이진 등 소속), 아이픽처스 인수
*비트윈/ 드라마, 연예 사업 진출
영진닷컴/ 튜브엔터테인먼트 인수
에이치비엔터테인먼트/ 드라마 사업 진출
엠에이티/ 쇼이스트 계열사로 편입
이노츠/ LJ필름 인수
정호코리아/ 스타아트(송윤아 등 소속) 인수
젠네트웍스/ 엔터테인먼트 사업 계획. 정준호 주주 참여
제일/ 엔터테인먼트 사업 진출
태화일렉트론/ 진인사필름 지분 확보
*포이보스/ 컬처캡미디어 인수
호스텍글로벌/ 씨앤필름 인수

* 표시는 기존 엔터테인먼트 관련 업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