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리포트]
[현지보고] <시리아나> 뉴욕 시사기 [2]
2006-03-20
글 : 양지현 (뉴욕 통신원)
제작과 출연 겸한 조지 클루니 인터뷰

영화는 타협하지 않고 살 수 있는 나의 길이다

<시리아나>에서 메이저 캐릭터인 봅 바네스 역은 물론 제작까지 맡은 조지 클루니는 이 작품을 위해 한달이라는 짧은 시간에 엄청나게 몸무게를 늘렸고, 대머리처럼 이마의 머리선을 밀기도 했고, 고문받는 장면을 리얼하게 보이기 위해 직접 연기하다가 큰 부상을 당하기도 했다. 그의 이같은 노력은 제78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남우조연상을 받아 공식적(?)으로 인정을 받았다.

프린트 미디어를 위한 라운드 테이블 인터뷰장에 뽀얗게 분칠을 하고 나타난 클루니. 아마도 TV 인터뷰를 먼저 한 듯한 그는 그가 나왔던 영화 속 시그니처처럼 된 특유의 화사한 미소를 지으면서 인터뷰에 응했다.

-<시리아나> <굿 나잇 앤 굿 럭> 등에 70년대 할리우드영화의 냄새가 난다.
=사실이다. 나는 70년대 정치영화들을 좋아한다. 70년대에 성장했기 때문에 더한가보다. 인종차별과 성차별에 대한 운동이 시작된 시기가 아닌가.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64년부터 76년까지, <네트워크> <대통령의 음모> <닥터 스트레인지러브> <해롤드와 모드>는 스튜디오에서 나올 만한 영화는 아니지 않은가. 지금도 <시리아나> 같은 영화를 얼마나 더 만들게 해줄지 모르겠다.

-<시리아나>를 위해 몸무게를 많이 늘렸는데, 이유가 뭔가.
=내가 맡은 봅 바네스는 오랫동안 중동에서 CIA 에이전트로 활동했던 스파이다. 에이전트들한테 가장 필요한 능력은 군중 속으로 완벽하게 사라져버릴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나의 실제 모습으로는 그것이 불가능했기 때문에 외모를 바꾸는 일은 꼭 필요한 절차였다.

-정치적인 커리어에 관심이 있나.
=워싱턴 DC에서 정치인 이야기를 다룬 시리즈 <K스트릿>을 제작하면서 정치인들과 많은 시간을 함께했다. 그런데 이들은 한 이슈를 관철하기 위해서 타협해야 하는 게 너무 많다는 걸 알게 됐다. 나는 고집이 세서 그렇게 못한다. 그리고 타협을 하지 않고도 내 생각을 반영할 수 있는 영화라는 좋은 방법이 있는데, 왜 그보다 못한 것을 택하겠는가. 표현의 자유가 중요하다. 그리고 자기 의사를 표현한 뒤에는 이에 반대하는 의견도 받아들일 수 있는 ‘성인’의 자세도 돼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연기와 제작을 겸해 힘들진 않았나.
=캐스팅부터 스크립트까지 여러 사안에 대한 미팅을 여러 번 가져야 했다. 쉬운 일은 아니었다. 하지만 나의 작품 중 쉬운 작품이 없었기 때문에 잘 넘길 수 있었다. 그리고 <시리아나>와 <굿 나잇 앤 굿 럭>을 준비하던 2년 전에는 대통령의 지지도가 상당히 높을 때였다. 그래서 주위 사람들 중 아무도 좋은 생각이라고 말해주지 않았다. 그래서 맷(데이먼)과 나는 거의 돈을 안 받고 출연했다. 특히 맷이 없었으면 <시리아나>의 제작은 불가능했을 것이다. 스티븐(소더버그)과 내가 <오션스 트웰브>를 찍을 때 맷에게 스크립트를 보여주고 설득했었다. 지금은 과거 70%까지 올랐던 대통령의 인지도가 37%까지 떨어졌다. 흥행이 어떻게 될지는 몰라도 일단 관객층이 늘어난 것 같아서 기쁘다.

-제작자와 감독으로 활동하면서 영화가 발표될 때 흥행에 더 걱정이 되는지.
=얼마 전에 <시리아나> 시사회 때 <굿 나잇 앤 굿 럭>을 상영하는 극장에 몰래 숨어들어갔다. 개봉된 지 몇주가 지났는데도 관객이 많아 무척 흐뭇했다. 벌써 2천만달러 흥행했으니, 앞으로 700만달러 가지고 흑백영화 감독 하겠다면 다들 내버려둘 것 같다. (웃음) 솔직히 지금까지 안 좋은 영화 많이 만들었는데, 그중에서 돈을 많이 번 것도 있다. 그런데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조지 클루니의 표적>이나 <쓰리 킹즈> 등은 별로 흥행을 못했다. 어떤 영화가 돈을 벌지는 나도 모른다. 하지만 흥행 가능성보다는 작품성에 승부를 걸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아직도 미디어에서 당신을 ‘평생 총각’이라고 부르는데.
=아니, 내가 왜 ‘평생 총각’인가. 엄연히 난 ‘이혼남’이다. (웃음) 이번 주말에 결혼할지 또 어떻게 아는가.

“한쪽의 눈만으로 세계를 읽을 수는 없다”

감독 스티븐 개건 인터뷰

-<트래픽>에 이어 같은 전개방식을 택한 이유는
=이 작품을 위해 1년가량 리서치를 하며 세계 각국에서 수많은 사람들을 인터뷰했다. 서로 판이하게 다른 입장을 고수하지만 모두 신빙성있고 설득력있게 자기 주장을 하더라. 모두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안다고 생각하고, 자신의 일이 앞으로 새로운 역사를 창조할 만큼 중대하다고 자부했다. 이들을 지켜보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다. 만약 아무도 큰 그림을 볼 만큼 시야가 넓지 못하다면, 모두가 부패했고 자신들의 이익만을 추구하고 있다면, 이들도 우리처럼 혼동된 상태이며 우리를 이끌어줄 수 있는 리더가 아무도 없다면 하는 생각을 하니 두려워지더라. 그래서 여러 캐릭터들의 다양한 시점을 보여주는 방식을 다시 쓰게 됐다.

-여성 캐릭터가 거의 없는데 특별한 이유라도.
=콘돌리자 라이스나 힐러리 클린턴처럼 잘 알려진 여성들이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우리가 지금 살고 있는 시대는 아직도 가부장적이다. 내 영화라 해서 여성이 미국 대통령이 될 수 있다는 왜곡은 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가부장적인 사회에서도 가장 기본이 되는 아버지와 아들의 관계를 강조했다. 나에게 어린 아들이 있는 것도 큰 이유가 됐고.

-영향을 받은 작품이 있다면.
=<무방비 도시> <공포의 보수> <코드 네임 콘돌> <네트워크> <프렌치 커넥션> <Z> 등이다. <무방비 도시>와 <공포의 보수>에서는 이미지의 영향을 많이 받았고, <프렌치 커넥션>에서는 톤을 많이 빌려왔다. 특히 <Z>는 20년 전에 봤지만 지금까지도 매일 생각하는 작품이다. 음악에서부터 엑스트라의 연기까지 정말 좋아하는 영화다.

“사람들이 토론하게 만드는게 이 영화의 목적이다”

맷 데이먼 인터뷰

-이번 작품에 참여한 이유는.
=요즘 할리우드영화는 예산이 너무 커져서 영화사들이 겁을 많이 먹는다. 테스트 스크리닝으로 관객이 100% 영화를 이해하는지 꼭 확인한다. 하지만 모든 것을 흑과 백으로 나눌 수는 없지 않나. 대부분은 회색이지 않나? 또 나는 작가이기도 하기 때문에 스크립트를 읽을 때 그런 면들도 생각하게 돼 이 작품에 참여했다.

-지성적인 작품에만 출연한다는 이야기인지.
=할리우드에서 A리스트가 되면 얼마나 그 위치에 있을 수 있는지 시간 싸움을 하는 거다. 어떻게 계속 히트작만 만들겠나? 솔직해진다면 자유로워질 수 있다. 실패를 두려워하기 때문에 많은 A리스트들이 안전한 선택을 한다. 그런 면에서 클루니와 소더버그는 스타파워를 잘 이용한 경우라고 할 수 있다. <솔라리스>나 <컨페션> <인썸니아> <파 프롬 헤븐> 등을 봐라. 어떤 배우가 인터뷰에서 그러더라. 자기는 큰 영화와 작은 영화를 반복해서 만든다고. 그건 잘못된 생각이다. 작품의 내용을 보고 결정해야지, 어떻게 규모만을 보고 결정할 수 있나.

-이 영화가 부시 정권을 공격하는 영화라고 생각하는지.
=이 영화는 사람들의 생각을 자극하려는 거지, 누구를 가르치려는 것이 아니다. 사람들이 토론을 하게 만드는 것이 목적이다. 더 궁금하게 만들고, 대화를 시작하게 할 수 있으면 성공이다. 나 역시 이 작품이 리서치가 탄탄하고, 사실을 바탕으로 한 이슈를 다뤘기 때문에 출연했다.

-벤 애플렉과 또 작품을 만들 계획은 없는지.
=벤은 지금 데니스 르헤인의 소설 <곤, 베이비, 곤>을 각색했고 감독할 예정이다. 솔직히 무척 부럽다. 시간이 되면 내 작품을 하고 싶지만, 아직은 여유가 없다. 당분간 연기를 계속할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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