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1]
영화 속 결혼식을 말하다 [2]
2006-03-21
글 : 최하나

<청혼>

이제 우리 결혼해요~

도심 한복판에 웨딩 드레스를 입은 수백명의 여인이 서 있다. 신랑인 듯 턱시도를 차려입은 남자가 나타나자, 그녀들 한꺼번에 그를 뒤쫓기 시작한다. “저놈 잡아라” 괴성을 지르는 여자들과 죽어라 내달리는 남자.

글로리아/ 어머어머어머어머, 저 여자들 좀 봐~~~~~~. 지금 뭐하는 거야?? 남자 하나 놓고 걸신 들린 사람들처럼 뜀박질을 하고. 같은 여자로서 넘 자존심 상한다~~~~~. (제레미에게 매달리며) 자기야, 이게 대체 어떻게 된 거야?? 응? 응??

제레미/ 신랑이 신문에 신부 구인 광고를 냈다는군. 갑부 할아범이 죽으면서 유언을 남겼는데, 30살 생일 오후 6시까지 결혼을 못하면 모든 유산이 깡그리 날아갈 거라 했대나. 원래 3년 동안 사귀던 앤이라는 여자가 있었는데 청혼을 거절한지라 일단 아무하고라도 결혼해서 유산을 받아낼 셈으로 이런 짓을 벌인 거지. (서류를 뒤적이며) 이 녀석 원래부터 결혼이란 걸 끔찍하게 무서워했더군. 이 여자 저 여자 맘대로 골라 즐길 수 있는데 뭣하러 한 여자한테 묶여 인생 종치냐 이거지. 그 버릇 고쳐놓으려 할아범이 그런 유언을 남긴 거고. 왕년의 존과 내 모습을 보는 것 같군.

클레어/ 여자도 결혼이란 게 겁나긴 마찬가지라고. (존에게) 해변에서 내가 당신에게 했던 말 기억나? 두렵다고 했었잖아. 과연 이 남자, 평생을 맡길 수 있는 남자가 맞는 걸까. 실수하는 건 아닐까. 원래 결혼을 앞두면 온갖 생각이 다 튀어나오는 법이잖아. 그러다보니 심지어 상습적으로 결혼식장을 뛰쳐나간 여자도 있다고 들었어. 아예 말까지 타고서 도망을 쳤대(<런 어웨이 브라이드>). 그 정도까지 되면 좀 지나치다 싶긴 하지만, 사실 심정은 충분히 이해가 가.

존/ 그래. 나도 구속이란 게 달콤할 수 있다는 걸 당신을 만나고서야 알았어(둘이 뜨거운 눈빛을 교환한다. 잠시 황홀경). 물론 결혼이란 게 늘 정답은 아니지만. 내 친구 중에 결혼식에서 만난 여자한테 한눈에 반해버린 녀석이 있어. 열렬히 구애를 해 결국 여자의 맘을 얻었건만, 결혼은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더군. 뭐, 그저 낡은 제도일 뿐이라나(<네번의 결혼식과 한번의 장례식>). 아무튼 고생하는 저 남자 보니 우리는 이렇게 딱 맞는 짝을 찾은 게 참 다행이야(닭살 모드로 들어선 4인방. 서로 좋아라 한다).

<슈렉>

약점을 활용하는 법

고풍스러운 성에서 왕이 신부를 맞이하고 있다. 4인방, 왕궁 결혼식의 호화로움과 웅장함에 황홀해 하지만, 왠지 모르게 심상찮은 기운을 느끼는데…. 놀랍게도 신부가 갑자기 공중 부양을 하더니 요란번쩍한 소용돌이가 그녀를 감싼다.

제레미/ 오, 마이 갓. 웬 괴물이래냐 저게??!! 헐~ 그러고보니 똑 닮은꼴이 있잖아? 저 둘이 훠얼∼씬 잘 어울리는걸. 애당초 왕은 무슨 왕이야? 솔직히 저 처자 얼굴이 푸르둥둥하니 똥똥해서 하는 얘기가 아니라, 여자들이 갖고 있는 환상 봐주기 힘들 때가 있어. 자기가 무슨무슨 공주라도 된 양 백마 탄 왕자랑 맺어지길 바라는 신데렐라 심리 있잖아. 남자가 보기에 아∼주 한심하기 그지없지.

클레어/ 내가 사연을 좀 아는데, 피오나는 그런 게 아냐. 어렸을 때 저주가 걸려서 해가 지면 괴물로 변해버리는 탓에 자기 모습을 받아들여줄 사람이 있을까 늘 고민했다고. 그리고 왜 공주는 왕을 만나 결혼하면 해피 엔딩이라는 판에 박힌 이야기가 있잖아. 어렸을 때부터 귀에 못이 박히게 그런 생각을 주입한 부모가 문제라면 문제지.

글로리아/ 맞아 맞아~~~~. 그리고 슈렉 쟤 겉보기엔 완전히 괴물이지만, 여자가 어떤 모습이건 상관없다고 하잖아~~~. 왕이라고 하는 저 아저씨, 아무리 왕관 걸쳤음 뭐해? 얼굴이 변했다고 바로 태도가 싹 바뀌는데, 이거 여자들 화장 지운 얼굴에 기겁하고 달아나는 한심한 남자들하고 똑같은 수준이라궁~~~~~!

존/ 흠, 사실 약점은 꼭 감춰야 할 게 아닌데 말야. 원래 좀 못난 면도 있고 빈틈이 보여야 사랑하는 마음도 생기는 거라고. 내가 그래서 결혼식 다닐 때마다 안약 들고 다녔잖아. 여자들은 본래 눈물 흘리는 남자들에 더 약하다 이 말씀. 눈물 작전 하나로 넘어온 여자만 몇명인지…(클레어의 시선 느낀 듯 황급히 입을 다문다).

<미키 블루 아이즈>

우리를 미치게 하는 장인·장모·시아빠·시엄마

뭔 카포네의 결혼식이라도 되는 것처럼 곳곳에 인상 쓰고 서 있는 형님들이 눈에 띈다. 신랑, 신부 왠지 안색이 좋지 않다 싶더니 총성이 울리고 신랑의 가슴에서 피가 흘러나온다. 겁에 질린 하객들, 비명을 질러대고, 이번엔 신부가 총에 맞은 채 쓰러진다.

제레미/ 헉, 뭐야 이건?! 신랑이랑 신부가 쌍으로 총을 맞다니, 내가 결혼식이란 결혼식은 다 다녀봤지만 이런 황당한 시추에이션은 또 처음이군. 결혼식 날이 장례식 날 됐네. 뭐, 파티는 망쳤지만 그래도 먹을 건 먹고 가야지(꿋꿋이 음식에 집중).

클레어/ 사실 신부 아버지가 마피아라는 얘길 들을 때부터 불안했었어. 결혼이란 게 원래 당사자끼리만 하는 게 아니잖아. 결국 싫어도 집안이란 게 걸릴 수밖에 없다고. 내가 얼간이 잭이랑 약혼까지 하게 된 것도 결국 미국의 양대 가문 어쩌고 하며 집안끼리 가까이 지내서 그런 거였잖아. 저 남자, 여자친구가 저지른 살인까지 뒤집어썼다지. 근데 결국 신부까지 저렇게 되다니….

존/ 걱정마 걱정마. 이거 다 짜고 치는 고스톱이니까. FBI에서 이 기회에 마피아 녀석들 잡겠다고 나선 거라더라. 저 총알이랑 피흘리는 거 다 조작된 거라고. 그래도 저 남자, 처가 잘못 만나 생고생하는 건 사실이지. 글쎄 장인한테 맞춰주려고 마피아 행세까지 했다잖아. 텍사스에서 온 킬러, 미키 블루 아이즈라구 가명까지 짓고. 아무튼 장인이 문제야 문제. 나도 자기 아빠 마음 사려고 통화량이니 뭐니 알지도 못하는 경제용어 들이대고, 뭔 놈의 요트 조정한답시고 애쓰고, 괜히 취미에도 없는 시가 피우면서 똥폼 잡고…. 어휴, 온갖 쇼 벌이며 고생한 걸 생각하면 참….

윌리엄 클리어리/ 자네 지금 뭐라고 지껄이는 건가. (일동 화들짝) 너희들, 이제 정신 좀 차렸나 싶었더니 대체 뭘 하고 다니는 게야???!!!! 글로리아랑 제레미, 너희가 결혼한 지 벌써 6개월째다. 제발 신혼여행 좀 가!!! 존이랑 클레어, 너희 둘이 부랑자처럼 돌아다니는 꼴 이제 더이상은 못봐주겠다. 이달 말에 당장 결혼식 올릴 테니 그런 줄 알아!!

존&제레미&클레어&글로리아/ 결.혼.식.이라고요?!! 좋았어~~~~ 다음 목적지는 거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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